성추행 당했어요.

종로에 있는 백상사우나였어요. 기형도 시인이 생각 나는 '종로'라는 공간의 특성상 
입구에서도 확인하고, 신발장 아저씨께도 물어보았지요. 


.

그런 곳 아니라고. 


.

집으로 가는 택시비보다 싸게 먹힐 것 같아서, 1000원에 이불을 대여 하고, 입욕 후, 수면실 직행. 

아이폰 충전기를 꼽을 곳을 찾아 해메다가, 구석지고, 안전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해외에 있는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이불을 덮고 자는 걸 깜빡하고, 베고 잤어요. 


.


그게 실수였나. 

고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즈음이기에 곤히 잠히 들었는데, 

아침에 깼어요. 묘한 기분으로. 


.


누가 제 신체의 일부분을 만지고 있더군요. 

정신이 들자마자 그 손을 덮썩 잡고, 그 사람의 찜질방키 번호를 확인하려 했어요. 

왠지 써있어야 정상일 것 같아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그 분. 서로 힘자랑했네여. 

그렇게 10여분간의 사투를 벌이고, 회유도 하고, 다른 분들 수면중이니 (새벽 6:30경.) 

좋은 말로 할 때 나가서 얘기하자 했지만, 계속 자는 척 시도, 여전히 손으로는 그 키를 굳세게 쥐고 있네요. 

어쩌지 어쩌지 고민을 하다가, 카운터에 말했는데, 


'현장에서 잡으셔야 하는데요.' 


'현장에서 잡았는데요.'


'그럼 신고를 하던지 하세요.'


자기 전에 분명히... 영업방해 행위와 성추행으로 엄단한다고 되어 있는데... 백상사우나 개빡치더군요.

따위의 생각들을 하면서 112에 신고. 20분 뒤에 경찰이 왔어요. 

경찰분들이 들고 다니는 그 쪼고마난 하얀 빛의 손전등으로 그 분을 가르키며 나오라 하자 3분 쯤 자는 척 하다 나오는 그 분. 


헐. 저 보다 어린 사람이더군요. 거기에 한 번 놀라고 경찰분들이 제 주민번호와 이름을 먼저 받아 적는 것에 두 번 놀라고


'이 사람의 혐의를 밝힐 수 없으면 제가 처벌 받나요?'


'그건 서에 가서 얘기하십시오.'


불쾌감을 한 번 더 느끼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분 손가락에 냄새를 킁킁대며 맡아봤어요; 뭐 소용 없는 일 같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직 검사라도 해야하나요?'


아아.. 과학 수사의 세계는 아름다워라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빨리 옷 갈아입고 서로 가자는 경찰분들(두 분 출동)의 말에 아랑 곳 않으며 아침입욕 감행


아무튼, 그렇게 느긋 느긋하게 종로파출소? 종로기동대? 뭐 그런 아주 작은 파출소에 가서 진술서를 쓰고, 그러고나서도 여전히 그 분은 발 뺌을 하기에 

경관님들께 담배피면서, 둘이서 얘기하겠다고 허락 받고, 서 바깥에서 둘이서 이야기했어요. 경찰분들의 시선이 닿는 멀찍이 떨어진 가로수에서... 

경찰 분들이 보는 앞에서는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라면서 굉장히 약오르게 하더군요. '사과 드렸잖아요? 하이 참' 막 이러면서. 어떤 건지 아시죠? -.-

그거 보고 너무 빡이쳐가지고, 


.


'진짜 경찰서로 갈래요? 지금 장난하는 것 같아요?'


.


라면서 위에 써 놓은 대로 멀찍이 떨어진 가로수에 가서 담배피며 대화 시도.
물론, 녹음 시작. (2자간 대화녹음은 법적 효력이 있고, 동의 없이 녹음해도, 위법이 아니에요.)

그래서 5분여간 자신의 혐의 인정과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내고, 룰루랄라 경관님들께 갔어요. -.-

그 분 들으라는 듯이 2자간 대화 녹음에 대한 부분을 물어보는 척 하면서 제가 약올리기 시작. -.-

아무튼, 그러자 그 분이 또 아까와 같은 태도를 취하시기에 '제가 그럼 이상황에서 그렇게 말하지 뭐라고 말하겠어요.'

라며 끝까지 혐의 부인에 들어가네요.... 너무 빡이 쳤지만, 9시 정시 출근에 실패하는 게 더 싫어서. 


.


(처음에 사우나에서 서로 갈 때 총 2시간 쯤 걸린다고 했을 때 부터, 그냥 사과받고 끝낼 생각이었어요.) 


.


결국 사과다운 사과는 받지 못하고, 사과 받은 걸로 치고 직장에 왔습니다. 아직 까지 좀 분이 가라 앉지는 않네요. 

혼자서 직장까지 걸어가다가, 조금 뒤돌아서, 스타벅스에 갔더니 그 분이 아메리카노 주문을 하는 거에요. 

거기에 또 세번 빡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영상 촬영 키고 프로파일정도는 담아 두었네요. 개인소장용으로. 

아아... 성추행범은 맘편히 커피마시고, 저는 아직도 분이 식지 않아서, 이렇게 듀나무숲?에 찌질거리고 있네요. 


.


아. 빡쳐요..ㅜ



    • 먼저 위로의 말씀 드리면서.. 혹시 남성전용 사우나는 아니었나요. 종로(낙원상가 부근) 일부 사우나는 아예 그 목적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제 동생 친구도 당했는데 아무런 조치도 못 취했었다는..
      • '남성전용'이라는 게 그런 의미였나요? 저는 안에 '안마방'도 있고, 안마비가 막 15만원이고 그러길래, 아 그런 곳인가 보다 하고... '안심'? (?!) 안도를 하고 막(...) 그랬었는데.. 게다가 '엄단'한다는 스티커도 붙어있었다고요... 생각해보면 이래서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야 하는 것 같아요. 이미 소수자의 사각에 있으니까, 동성간의 강간? 같은 경우는 비율적으로는, 이성간의 강간보다 신고나 사법처리가 덜 될 것 같네요. 문화자체가 그렇게 형성되는 일면이 없지 않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 심심해서 검색해봤는데 (..) 남성전용이고 그런 곳 맞네요. (..)
      • 남성전용이 그런 의미였다니이.... 아아... 아아..
    • 주인이 진짜 개놈이네요. 물론 성추행한 게이도 개놈이고..
      • 주인아저씨 미워서 상호명 명시 해둔 거에요. '백상사우나' -.- 잊지 않겠다!! 으으!!
    • 얼마나 기분 나쁘셨어요. 그런데도 차분하게 대응 잘 하신 것 같아요.
      • 요즘 법에 대한 지식이 미천함에도 불구, 자꾸 법이란 무엇인가, 법에 막 페티시즘 느끼는 변태가 된 것 같아요. 사실. 파출소는 다섯 번. 서에까지 가게 된 건 그 중 두 번. 그 중에 두 번은 '처벌을 원합니다.' 라고 지장찍었는데;; 왜 자꾸 시덥잖은 일을 신고하게되는지 모르겠네요. 

        • (참으로 간지러운 말이지만) 그리워영님 같은 상습 신고자가 사회를 조금씩 바꾼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학 신입생때 데모 나갔다가 차도도 아니고 인도에서 잡혀서 경찰서에서 하룻밤 지낸 적이 있어요. 다음 학기에 법대 수업을 하나 들으면서 법이 보장한 권리라도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안 지켜주는구나 하고 뒤늦게 발을 굴렀어요. 아 그때 그 하룻밤은 지금도 동기들이랑 웃으면서 얘기합니다만.

          따뜻한 차라도 드시고 좀 기분 푸시길.
    • 멀 사과 받고 끝내요?? 그런 색히는 집어 쳐 넣어야지.. 참나..
      • 선거캠프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regular work가 없더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중요해서요. 저도 그 태도가 하도 어이가 없고, 뻔뻔하게 느껴져서, 정말 구치소에 '성추행범'으로 넣고 싶었어요.

        몰랐는데, 법이 최근에 개정되었나봐요, 남성/여성에 상관없이, '성추행'이 성립한다네요? 저는 남자는 성폭행만 '당할 수 있고', '성추행'은 '못 당하는' 줄 알았거든요.(법류적으로요!)
        • 반대일걸요. 성추행만 성립을 하고 성폭행을 성립을 안하는걸로..
    • 글 읽던 저까지 화 나네요. 추행은 범죄 아닌가요. 그런 짓을 하고도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는다는게 화나요. 검색해보니까 이런 경우 불기소입건이 되기도 한다던데.
      • 불기소 입건이 뭔지 검색해 보았어요. 

        • 기집애처럼이라니 이봐요-_- 이 분이 큰일날 소리 하시네..
          • bebijang님/ 죄송합니다. 무려 5년이나 지나서, 듀게에 썼던 글들 살펴보는데, 그 땐 정말 무지할 때라 bebijang님 댓댓글 의도를 제대로 파악을 못했어요. 수정했습니다. 

    • 이거 처벌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녹음까지 됐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심심한 위로 드려요.
    • 에효...욕보셨습니다ㅠㅠ 아아 정말 울화통터지네요. 읔읔읔읔읔!!
      •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공감해주셨으면 교육감선거에도 관심갖아주세요(뭐래는거얔ㅋㅋㅋ)
    • 말이 통하는 맨정신이 아니니 성추행같은 짓도 하겠지요. 많이 불쾌하셨겠어요.
      • 아... 깨달음이 확 오네요. 그 새끼 넣어버릴 걸-.-!
    • 백상 사우나 체크해둬야겠네요.

      어묵 이전에 막은게 그나마 다행.

      그 친구 처벌 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 빵 터지는 댓글이네요..
        웃으면 안될것 같은데,,,
    • loving_rabbit님 의견에 동의해요. 다들 방관하고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는데 그리워영님 같은분이 사회를 조금씩이나마 바꿔간다고 저도 생각해요.
    • 저도 제대로 신고하고 처벌하는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장소의 특수성 때문에..(..) 아마 그 성추행범은 그리워영님도 원해서 들어온 줄 알았을거예요.. (..) 결과적으로 잘못은 맞지만 강제추행하려는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겁니다. (..)
      • 그죠? 근데 그 새끼(stubborn님 ㄳ) 진짜 뻔뻔하게 '똥 밟았다. 귀찮다'라는 식으로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있더라구요. 계속. 아놔. ㅜ
    • 그런데 왜 그런 성범죄자한테까지 분이란 높임말을 쓰시나요.
      전에 모 TV의 고발프로그램에서 대형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말하는데 "그 사기꾼분께서 제게 사기를 치시면서... 어쩌구저쩌구..." 하는 걸 보고 기가 막힌 적이 있었는데 범죄자는 존대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불쾌한 일을 당하신 건 정말로 위로드립니다.
    • 욕보셨네요. 본문을 읽는데 화가 나서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신고는 잘하신 것 맞구요
      동성에 의한 성추행 역시도 성추행인데 당한 사람 빼고 나머지는 참 관대하네요. 맛있는 것 드시고 화 푸시고 힘내세요!
      그리고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은 맘 고쳐먹고 행동 바르게 하지 않으시면 나중에 크게 화가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걸 깨달았음 좋겠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 게이에 대한 편견이 굳어지는 겁니다!
    • 아니 뭐 이런 썩을 놈이 다있답니까...진짜 욕보셨네요.
      아메리카노 마시다 입천장이나 까져라!!!
    • ...어묵 당한적 있어요.

      ...타지에 가서 술 진탕 마시고 사우나에서 잤는데
      꿈속에서 계속 이상한 꿈 꾸면서 자고 난 다음날
      하의가 벗겨져 있었어요.

      수치스럽기도 해서 여태 친구한테도 말 못했었네요.
    • '남성전용'이라는 말은 게이 사우나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여탕 없이 남탕만 있다는 의미인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 게이 사우나라면 들어가자 마자 이상하다는 걸 아셨을 거에요. 아마 거긴 '보통' 사우나인데 성추행범이 혹심 품고 간 것 같군요. 근데 참 사우나 주인도 그런 곳 아니라고 했다면서 대응이 미흡한게 좀 그렇네요. 기분 나쁘셨겠지만 ..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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