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참 어이없던 얘기 : "이기는 편 우리 편"

 

가끔 아이들이 싸움이 붙었을 때, 누군가 외칩니다. "싸워라, 싸워라, 이기는 편 우리 편."

 

물론 대부분은 뜯어 말리지만 실제로 싸움을 즐기고 이왕이면 이기는 쪽을 편 들어 승리의 기쁨을 누리려는 아이들이 실제로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자라면서 저런 정서를 잊고 살다가.. 대학교 때 쯤 문득 이런 얘기를 들었지요. 한창, 좋아하는 야구팀이 어디인가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원래 오비 응원했는데, 이번 해부터 LG로 바꿨어."

"왜?"

"응, LG는 잘 이기니까."

"..."

 

축구 경기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어딘가 나라의 국가 대표팀과 평가전이었죠. TV에서 보는 것보다 시야가 너무 확보 안되고 집중이 안되어서 축구는 역시 집에서 보는 게 낫겠다 싶다고 생각할 때,

누군가 골을 넣었습니다. 우리 나라 선수 누군가가.

 

"우와와!!!!!!!"

 

함성이 울리고 모든 관객이 다 벌떡 일어났어요. 그런데, 바로 앞에 앉아 있던 고등학생? 쯤 되는 아이가 뒤늦게 벌떡 일어나서 양팔을 번쩍들고 사방을 둘러 보는 제스처를 취하고 앉더니,

 

"그런데, 누가 넣었어? 골 넣은 것 맞아?"

 

네.. 다른 짓 하느라 골 넣는 것도 모른 채 있다가 사람들이 환호를 하니 일어나서 골의 기쁨을 같이 만끽했던 것이죠. 과정 없이 그냥 환호와 제스처만.

저는 이런 것들이 그 때에는 매우 얌체같은 의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이기는 기쁨을 느끼고 싶은 거에요. 과정을 같이 하고 노력을 응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어느 다른 커뮤니티에서 왜 소득이 낮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보수 정당 - 우리 나라에선 ㅅㄴㄹ - 를 지지하고 표를 주는가.. 에서 하나의 이론인 정체성과 가치관과 동일시 하고 싶은 대상에게 투표한다.. 는 얘기가 나왔는데, 저는 이 동일시가 성격이 조금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이기는 편, 성공하는 편에 서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씩은 있는 것이 아닌가.

 

써 놓고 보니 바낭 같군요.

    • 정신없이 환호해보는게 살면서 몇번이나 될까요 적을 응원해도 아름답습니다.
    • 제가 아는 매우 선량하고 성실하며 평범하면서도 새누리당 지지하는 사람을 보면 진짜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는 심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아닌 당을 지지하는 건 '격한 정치활동'으로 인식하며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 같아'라며 새누리당을 지지하시더라구요...
    • 얼마나 이기고 싶었으면
    • 맞는 얘기에요. 이미 성공한 사람, 뭔가 이룬 사람(or 이루었다고 하는 사람), 그래서 앞으로도 뭔가 이룰 확률이 높아 "보이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상당히 높아요. 투표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런 경향이 매우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기는 사람 편을 하는 것만큼 마음 편한 게 없죠. (자기가 잘나서 이긴 것도 아닌데) 지는 편 애들에 대해 괜한 우월감도 생기고.
    • "응, LG는 잘 이기니까." ㅡ 저도 이 대사를 뱉으며 LG트윈스 어린이 회원에 가입하였고, 그 이후 지금까지... [이기는 것이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체험하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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