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을 생각하며 안철수님 지지자분들을 생각합니다.

10년전이라 하면 고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시절입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분들이 열광했었죠.
노사모라 하는 우리 정치 역사상 전대미문의 정치인 팬클럽이 탄생했었고 지지자들은 적극적으로 지지 활동을 펼쳤었죠.
돈봉투에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고 막걸리나 고무신에 움직이는 것도 아닌.
오히려 자기돈을 내면서 자기 시간을 내면서 자발적으로 진심으로 신나서 활동들을 했었습니다.
그 이전에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와 발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것이 바로 노후보와 노사모.  
그리고 국참. 개혁당 등으로 이어지는 노무현 후보의 지지자들이었습니다.

자당 후보를 마구마구 흔들어댔던 후단협.
극적이었던 단일화 과정.
대선 전날밤 정몽준씨의 일방적 단일화 폐기 선언.
그리고 당선.

모든 과정이 참으로 드라마틱했고 엄청난 열기가 온라인.오프라인에 들끓었고 그만큼 승리의 기쁨은 대단했었습니다.
당시 저는 개혁당 당원이었습니다.
대선 승리가 확정되고 노후보께서는 민주당 당사가 아닌 개혁당 당사를 먼저 방문했었어요.
사람들과 소소한 맥주 파티를 하셨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저는 그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었고 모두 모여 대선 승리를 자축하는 기념사진도 슬쩍 껴서 찍을 수 있었습니다.

노대통령께서 돌아가신 날 저는 그날 모두가 함께 찍었던 사진이 가장 먼저 생각났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그 사진을 잃어버렸기에 더더욱 생각이 났던 것 같습니다.

사실 노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엄청나게 개혁적인 정책과 공약을 내걸고 그것으로 당선되신 것은 아닙니다.
민주화를 위해 살아온 인생.
바보 노무현이라 불리면서도 지켜왔던 정치적 약속들.
그러한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기에 보여줄 것이라 믿었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

고 노무현 대통령과 안철수님은 살아온 인생이 많이 다릅니다.
정치인으로 보여준 모습도. 경력도 매우 다릅니다.

하지만 지지자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새로운 정치죠.

무엇이 새로운 정치냐.  라고 하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안철수님이 그동안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 지에 대해 구체적인 발언을 한 것이 없다.  
혹은 정치를 쇄신해야 한다면서 주장했던 내용들에 비판한 지점이 많다.  라는 부분들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하더라도 그런 부분들에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노대통령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이 아니라 저는 노대통령 재임 시기에 이미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  이분 조금만 더 공부하시고. 연륜을 쌓으시고. 세력을 가지고 대통령이 되셨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 말입니다.
열광적으로 지지했던 분이 대통령이 되신 후 제가 바라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의 대통령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참으로 속상한 일이었습니다.
김선일씨가 돌아가시던 날 새벽.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면서 내가 이런걸 보자고 당신에게 열광하고 표를 줬었냐고!
하며 울분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어쩌면 참으로 철없게도 말입니다.

2012년.
10년전 노무현 후보에 열광했던 이들이 그토록 바라고 꿈꾸던 것들을 어쩌면 안철수님의 지지자분들이 바라고 있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판을 좀 갈아엎자고!
이것 말입니다.

10년전이면 저도 나름 파릇파릇(-_-)하던 시절인데 10년이 지난 지금 저는 어쩌면 꼰대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주말동안 했습니다.
안철수님 지지자분들이 무엇을 그토록 갈망하고 있는 지를 먼저 생각하지 못하고.
그건 정치가 아닌데.
등등등.
하면서 비판을 위한 비판만을 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노무현 후보는 열성적이었던.  하지만 평범했던 시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이 되었지만 그 지지자들의 소수만이 여당의 당원으로.
그리고 그 당원들이 정당 내부에서 평당원으로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웠고 확실한 세력이 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또한 확실한 자기편 정치인들을 다수 확보하지 못했기에 참여정부에서 가장 중요했던 개혁입법들이 좌초되거나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당시 한나라당의 극렬한 저항과 조중동의 집중포화도 주요 원인이지만 열린우리당 내부의 소위 안개모의 방해도 만만치 않았죠.
이후 대통령 노무현은 급격하게 힘을 잃으며 급기야 한나라당에 대연정까지 시도했으나 당연히 실패.
어쩌면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과정들 속에서 결국 관료들에게 함몰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소위 안철수 현상이 불안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철수님은 앞으로도 정치를 계속 하신다 했습니다.
그 의지에 저는 지지를 보냅니다.
저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말입니다.
지지자분들이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 지는 이미 아시는 분이니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해 무엇을 더 쌓고 무엇을 더 만들어내야 하는 지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잘해내셨으면 합니다.
좋은 정치인의 탄생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 매우 외람되고 심지어 좀 무례한 말씀일 수도 있겠지만 - 안철수님을 지지하시는 분들은 앞으로 만약 그분께서 정당 활동을 시작하신다면
그 정당에서 진성당원으로 활동할 여력이 되신다면 직접 참여하셔서 많은 힘을 실어주셨으면 합니다.
정치 쇄신을 위해 많은 것이 변해야 하지만 가장 첫번째는 정당 개혁입니다.
그리고 정당 개혁은 평당원들의 적극적 참여 외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미 실패한 경험들이 많고 쉬운 길은 결코 아니지만 그것이 아니고는 진정한 정치 쇄신과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drlinus

-- 글을 쓰며 소소한 걱정이 하나 들었는데 부디 저만의 소소한 걱정으로 끝나기를 바랍니다.  -_-;;;
    • 안철수 지지자(였)지만 안철수에게 노사모 류에 견줄 팬덤이 가눙하다고 보이지는 않네요. 양비론에 가까운 혐오에 기반을 둔 지지율이라, 사실 양당이 쇄신한다면 그냥 자연스레 소멸할 지지세일 수도 있구요. 뭐 그 와중에 안철수가 한몫할 수도야 있지만요.
      •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 부름을 받고 대선에 출마를 한다 했었죠. 정치 쇄신과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 말입니다.
        안후보께서 때는 이때다 하며 불타는 권력욕으로 희희낙락하며 대선 출마를 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 불러낸 지지자들은 일정 부분 책임지는 행동. 아니 그 이전에 의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무도 나의 권리를 위해 대신 싸워주지 않듯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키우고 싶고 그를 통해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면 그 정치인이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총알을 줘야죠.
        안철수 지지자분들이 앞으로 성장할 안철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일정 시간 아이콘으로 소비하고 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습니다.
    • 미완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의미는 아주 크죠.
      • 미완이었고. 말씀하신대로 의미가 컸기 때문에 개인적 상실감과 후회도 큰 것 같습니다.
    • 진솔한 글 고맙습니다.
      • 단일화 기간 내내 안철수 후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때는 왜 10년전 내 모습을 생각하지 못했었나. 하는 반성을 좀 많이 했었답니다. ㅠ.ㅠ
        • 노무현과 노사모의 성공과 실패로 배운 바로는 정치라는 것이 열정과 진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 말씀하신 부분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안철수 후보 지지자분들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정치세력화했으면 좋겠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좀 보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대선 정국에 안철수 후보가 신당을 창당하지 않은 것이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개혁당의 경우 생활정치를 내세웠지만 결국엔 대선을 위한 정당이었고 이후엔 또 정치공학적으로 휘둘리면서 그렇게 와해가 되버렸으니까요.
    • 저도 지난 10년간 배운게 정치는 진심으로 되지 않는다. 선의로도 되지 않는다...입니다. 노 전대통령이 한 번도 개인의 영달을 위해 행동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큰 후회는 투표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노 전대통령 때와는 다를겁니다. 그 때는 뽑았으니 되었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계속 지지해줘야지 조중동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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