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정말 화가 나네요..
어제 가족들과 함께 보고 왔습니다.
아...제가 영화에 대해 너무 모르고 갔던게 패착이었을까요.
김근태사건을 다루었다,정지영감독의 영화다.라는 것만 알고 갔는데..정말 영화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정지영 감독은 파졸리니가 파시즘에 빗대어 살로소돔을 만들던 그 심정으로 이 영화를 만든건가...싶더라구요.
지루하고도 우직하게,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문장면의 연속.연속.연속....
당시 수십일간의 상황을 조명하는 영화이니 그 내용이 영화의 전체를 이끌고 가는건 당연한 일이겠지만,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더라구요.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들을 고증하고,상상해서 만들고 표현하고 계속 반복한다 한들,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마지막 다 벗겨서 개처럼 끌고 다니고 구두로 밥을 으깨서 먹이는 장면에서는 그냥....아...저걸 저런식으로 표현했어야 했나..기록과 고발의 느낌이 아니라 위악적이라는 감정이 먼저 드는 이 영화를 어찌 이해해야 하는가.
싶었거든요.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영화의 많은 부분은 실제 당사자들의 고증과 당시 자료를 토대로 나름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들일 겁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렇게 개처럼 끌려 다니며 짖밞힌 밥을 퍼먹게 되었는지 모르지만,김근태씨의 진술에
따르면 마지막까지 발가벗겨져서 바닥을 기며 잘못을 구걸했고 그 치욕감이 평생을 갔다는 언급하는 부분이 있지요.
많은 부분들은 그런 진술들을 토대로 살을 덧붙인거고,다른 고문 피해자들의 경험담들을 섞어서 영화의 고문 장면들을 채운것으로 보입니다.
영화가 감독과 사전작업을 하면서 만나고 인터뷰한 수많은 관련자들의 분노로 만들어졌다.는건 알겠어요.
하지만 그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서,당시 사회가 개인에게 쏟아부은 토사물들을 고발하기 위한 위도로 만들었다 한들, 굳이 고문들의 디테일한 표현들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영화전체를 채울 필요가 있었을까요?.
무엇보다 고문장면을 제외한 다른 장면들의 단순함과 시대착오적인 정서들은 더욱 견디기가 어려웠어요.
영화는 고문장면 군데군데 마치 휴식시간처럼 관객의 숨통을 트일만한 브릿지들을 심어놓았죠.그 부분에는 김종태가 홀로 독방에 남아 가족을 떠올리는 장면,상념에 빠지는 장면,고문을 하던 담당관들의 가정사들에 대한 잡담등이 표현됩니다.
관객이 정서적으로 동화될 수 있는 부분들은 사실 고문장면이 아니라 이 부분들일거에요.실제 어떤 고문을 어떻게 받았느냐.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으며,감독의 의도를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이 장면들일 겁니다.
그런데..그 감독의 연출과 정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후져요...의도만 존재하고 연출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일 지경입니다.순수함이라고 표현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고문을 하며 관계자들의 돼지처럼 즐겁게 웃는 얼굴들이 디졸브로 스쳐지나가고,화면에 옹기종기 모여 담기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지경까지 오니 그냥 또다른 반공영화를 보고 있다는 거부감이 들뿐이더라구요.
그들이 나쁘지 않다.는게 아니라 설령 어떤 감정도 못느낀 사이코패스들이라 해도 그런식으로 연출해서는 안되었다고 생각해요.그 순간 영화는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악귀들로 가득한 판타지로 넘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안기부 직원들의 사적영역들을 끊임없이 표현하며 그들을 평범한 인간으로 묘사하려는 시도들이 없었던건 아닌것 같습니다.그러나 그건 너무나 얄팍하게 묘사될 뿐이에요.오히려 미쓰리 얘기로 귀결될 뿐인 그 사담들은 존재하는 의중조차 파악하기 힘들정도로 의미가 없었다고 느껴졌어요.그냥 그들은 배부른 돼지이자 얄팍하고 흔한 영화의 단골 삼류악당들이죠.
보는내내 이것저것 견디기 힘들었지만 다행히 마지막에선, 실제 당사자들의 인터뷰들이 엔딩크래딧과 함께 흐르며 영화에 대한 감정들을 누그러뜨려 주더라구요.
뭉클함과 소재의 화두가 본편보다 엔딩크래딧에 붙은 작은 인터뷰들에서 더 느껴진다니 안타깝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