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은 멈추고 믿읍시다.

퇴근 좀 늦게 하고 웹툰 미생 보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더니 참 쇼킹한 일이 있었군요. 


저는 지나치게 정당정치의 존재의의와 힘을 무시하는 듯한 안후보의 견해를 비난하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또 당선될 경우 최초로 여당 없는 대통령이 될 그의 수권능력에 의문을 가졌으며(특히 최근 유일한 의회내 우호세력으로 볼 수 있는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며)


또 최근 그의 캠프가 벌이는 이해할 수 없는 언행에서 안철수의 상식과 진심에 대해서조차 살짝 의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가 틀렸습니다. 비상식이 아닌 상식의 시대를 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정말로 진심이었고,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약속 역시 진심이었습니다. 


오늘 그에게 참으로 미안하고 또 고맙습니다. 


단일화 미적되다 왜 이제서야 단일화가 아닌 사퇴냐고 물어뜯는 일은 그만둡시다. 


이미 양쪽 감정 모두 상할대로 상할 지금의 상황에서 여론조사니 적합도니 결과가 어찌 나오든 반대쪽에서 공정성 시비걸며 선뜻 받아들이지 못할 것임은 자명합니다. 


설령 후보간 담판이 있다손 쳐도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가 이루어지긴 불가능했습니다.(특히 문재인은 개인이 아닌 제1야당의 후보로서 책임이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그의 사퇴는 오히려 묘수였는지도 모릅니다. 


왜 하필 이런 모습으로 사퇴하냐는 비난도 집어치웁시다. 


그는 분명 이제 야권의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며 그를 성원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더이상 무엇이 필요한가요?


문재인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 시점부터 독단적으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안철수 역시 캠프가 꾸려진 이상 챙겨야할 식구들이 있는 가장이 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오늘 안철수는 그걸 내려놓았습니다. 우리 대부분이 '안철수도 대통령병이구나...'라고 의심했을 때, 그는 기어이 그걸 극복했습니다. 


그의 진심만 봅시다. 끝까지 버티면 욕은 먹을지언정 상수를 움켜질 기회도 있었고, 자기 캠프 식구들을 챙겨야 하는 책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는 정권교체라는 더 큰 열망을 위해 그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기어이 그는 해냈습니다. 


물론 최근 1~2주간 아쉬웠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난일을 아쉬워하기보다 그가 마지막으로 열어준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볼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많은 일들에도 정치인 안철수가 아닌 인간 안철수에 대한 믿음만큼은 마음 한켠에 남아있었는데 그게 옳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희망을 봤습니다. 


안철수가 이대로 물러나 이미지관리나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되고픈 꿈까지 포기했을 때는 그보다도 더 큰 정권교체에 대한 바람이 있었을 겁니다. 


오늘은 감정적으로 많이 격해져있었지만, 추스르는대로 조만간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달래 문재인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의 호소가 정권교체의 소중한 밀알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몇분 남지 않은 오늘 하루라도 잠시 비난은 멈추고 서로를 보듬어줍시다. 그리고 그가 무엇을 위해 사퇴했는지 곱씹으며 함께 걸읍시다. 

    • 어제인지 그제인지 안철수 음모론으로 올라온 글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안철수의 최근 행적을 보면 저런 음모론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고 달았지요.
      적어도 제게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헷갈림의 연속이었어요.
      오늘 사퇴발표 후, 첫째는 벙찜이었습니다. 그냥 벙찔 수밖에 없었어요.
      뭐가 뭔지 판단할수가 없었거든요.
      판단의 근거로 삼을만한 베이스가 부족했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 상황을 바라보는 다른 분들의 의견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그림이 최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죠.
      분명 더 좋은 그림으로 정권교체 혹은 단일화를 이룰 수 있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다 지난 일이죠.
      hermit님 말씀에 공감하고, 아름다운 단일화는 이제 우리의 몫이라는데 책임감을 느낍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지치고, 또 여전히 지쳐있으며 분노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냉정을 찾아야 할 때 같아요.
      이 글을 읽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기분입니다.
      그 분이 대통령 된다고 나라 안 망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나라의 국민이 되는 것이 어떤 두려움을 가져야 되는 일이길 원하지 않아요.
      말 한마디 꺼내기 무서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 몫에 대한 책임을 열심히 져야겠어요.
    • 강추 누르고 싶네요. 문재인의 운명은 읽지 않았지만 안철수의 생각은 읽었어요.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주도되는 정치보다는 의회정치를 선호하기에 문재인을 지지했지만 안철수 본인의 생각과 가치관은 높이 삽니다.

      비난보다는 감싸안읍시다.

      적어도 19일 투표마감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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