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물 정치인의 탄생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그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는 권력욕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마도 승패가 불확실해진
이번 대선보다 5년 뒤로 승부를 미룬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철저한 정치적 계산에 따라 사퇴를 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이것대로
놀라운 일입니다. 바로 눈앞에 대통령 자리가 왔다 갔다 하는데, 이걸 던지고 후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그릇으로는 못하는 일입니다.
과감성은 물론이거니와 거대한 욕망 앞에서도 자기 객관화가 이루어지는 인물이라는 뜻이니까요. 이것만 봐도 범인의 범주는 확실히 넘어섰습니다.
이전에도 박찬종이나 문국현처럼 신선함을 내세운 정치 신인들이 혜성처럼 등장하기는 했습니다만, 한번의 바람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안철수의 미래는 좀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그래,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잊어버리기에 20프로가 넘는 지지율을 가진 유력 대통령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가 주는 임팩트가 너무도 큽니다. 게다가 국민들의 마음에 큰 빚을 진 듯한 느낌을 심어 주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의 안철수 지지자들은 본래
바람을 타고 모인 터라 선거에 실패하면 바로 흩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이들이었지만, 앞으로 단단하고도 열렬한 지지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무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부산시장에 연거푸 도전했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노사모가 결성되었듯이, 안철수는 지지자들에게 그가 아낌없이
지지를 받을만한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서울시장직 후보 사퇴에 이은 대통령 후보 사퇴를 통해 안철수는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얻었습니다. 이제 안철수는 그냥 바람 타고 나타난 정치 신인 중
한 명의 수준을 훌쩍 넘어서 버렸지요. 향후 안철수가 어떠한 정치적 행보를 하든, 정치판의 주목을 한몸에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향후 거대한
정계 개편이 일어난다면 아마도 그 중심엔 안철수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