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까?_에드워드 호퍼의 경우

문득 멜랑콜리한 기분이 온몸을 감쌀때가 있죠.

 

왜 살까?? 싶은 기분이랄까요. 날씨가 흐릿하니.. 센치하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중에 알랭 드 보통의 동물원에 가기라는 수필집이 있어요. 그 책의 맨 첫머리에서 그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언급하며 슬프지만 슬프게 하지 않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마치 바흐의 음악이나 레너드 코헨의 노래처럼 말이죠.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 호퍼 그림의 주제는 일관되게 외로움이라고 합니다. 우리를 지탱하는 삶의 이유라는 것이 늘 끊어지기 쉬운 연줄 같은 위태로운 것이라서 그런 걸까요? 우리는 툭하면 외롭고 상처받기 쉽고 고독하며 시간만 나면 그걸 메꿔 보려고 딴 것을 찾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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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의 그림에서 딱히 쓸쓸한 여운을 발견하는 것은 역시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건조한 느낌이 드는 이런 풍경화를 보더라도 뭔가 고독의 뉘앙스가 묻어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도시로 들어가는 터널, 어딘가로 이어지기는 했으나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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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가정을 이룬 사람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가정 생활의 여러가지 면을 고려할때 부부사이가 돈독하거나 행복에 가득찬 순간도 분명 있을겁니다. 하지만 호퍼의 눈은 대화가 끊어지고 부부라는 이름의 굴레를 벗어나 한 인간으로 존재할때 각자가 필연적으로 가질수 밖에 없는 고독의 순간을 포착하죠. 옆에 있어도 늘 그리운 뭔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원죄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인간이라는 원죄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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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깊고 밖은 춥고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오지 않을 것을 처음부터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여자의 얼굴에는 체념과 피로가 함께 묻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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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하지만 밝고 깨끗하지만 낯설고 모두가 각자의 짐을 지고 밤을 새우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늘 왜 살까? 왜 살지? 하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지는 그런 존재는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도 해줄 수 없는 대답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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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열린 결말처럼 이 그림을 끝으로 오늘의 넋두리를 마칩니다. 바다로 열린 문밖으로 넘실대는 파도가 보입니다. 햇살은 알맞게 쏟아져 들어오고 저 문밖으로 나간것인지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는지 알수 없는 묘한 분위기의 이 그림을 보며 저는 인간의 한계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문제라 할지라도 언젠가 필연적으로 해결될 거라는 희망을 품습니다. 그게 비극일지 희극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요.

 

왜 사느냐는 질문에 에드워드 호퍼는 이렇게 대답해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당신의 내면에서 울려퍼지는 의문과 고독과 외로움과 슬픔은 이미 앞서간 누군가의 것이기도 하였고 그것도 이내 끝날 것이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서 순간순간을 최대한 열심히 살라. 그 순간 순간이 모여 인생을 이룬다. 어쩌면 그것이 삶의 목적이고 신이 의도한 모자이크의 한조각일지도 모른다...라구요.

 

뜬금없이 센치해지는 목요일의 오후에 조용히 되뇌어 보는 자문자답입니다. 좋은 저녁들 맞으세요.

    • 나이트호크는 참 몇번을 봐도 좋습니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 조용하고 쓸쓸한 한밤중에 무언가 하나의 쉼터이자 안식처 느낌이에요. 화면 중간에 외따로 등돌아 앉아있는 남자도 쓸쓸하지만 저런 안식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팍팍한 일상 속에서 평안을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쓸쓸하지만 어딘가 따뜻하기도 하죠. 도시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런 그림인듯 싶습니다.
    • 호퍼 그림 저도 참 좋아합니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갑네요. ㅎㅎ
      • 난데없이 호퍼가 떠오르는 그런 날이었어요.
    • 언제나 좋아해요. 슬플 때는 위로가 되고, 너무 나갔다 싶을 때는 중심을 잡아줘요. 참 좋아합니다.
    • 호퍼 그림 좋아합니다.

      • 조용하고 스산한 음악 기대했는데 기대를 배신하는군요. 담배에 쩌든것 같은 보컬이 인상적입니다. 좋네요.
        • 저도 원래 조용하고 스산한 음악을 하는 분이 아닌데 에드워드 호퍼를 컨셉으로 한 음반이라니 반신반의 하면서 샀답니다. 이 분이 화가인데 호퍼를 무지 좋아해서 호퍼 그림을 보고 자기가 생각한 내용을 토대로 만든 거래요. 음악보단 가사와 더 연관이 깊은듯.. 기대는 배신당했지만 좋아요. 참 목소리는 담배(+코카인)에 찌든 것 맞습니다 헤헤.
    • 요새 호퍼 화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제목에 '살까'라는 단어 보고 들어왔어요;; 그 살까가 아니었군요. 그래도 그림과 글 잘 봤습니다.
      • 님도 저와같은 쇼퍼홀릭. 그건 본능인듯 싶습니다.
    • 본문에 있는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선입해서 그런가... 그림이 정말로 삭막하고 외롭다는 느낌을 주네요.
      • 삭막하고 외롭고 슬프지만 위로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 묘한 그림들이죠.
    • 지금 파리에서 호퍼 전시회 하고 있지 않나요? 여기 (스웨덴) 신문에서 읽은 듯 한데. 제가 좋아하는 호퍼의 그림 중 하나는 새벽녁의 저택 풍경입니다. 한 창문에 불이 켜져있고 일하는 여성이 보이지요.
      • 호퍼 전시회 우리나라에서는 안하나 몰라요. 전시회 잘 안갑니다만.. 한다면 꼭 가보고 싶어요. 파리는 너무 머네요.
        • 저한테도 파리는 너무 멀어요. 여기 신문들은 왜 이리 파리 전시회 소식을 잘 전해주는 지 ... 마치 기차만 타면 갈 수 있는 듯이...
    • 아...저도 호퍼 정말 좋아해요. 안그래도 요즘 마음이 많이 쓸쓸하고 황량했는데, 호퍼의 그림들을 보니 위로가 되네요.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죠. 쓸쓸한 마음에 쓸쓸한 그림들이 위로가 되다니...
      • 슬플 떄 슬픈 음악 들으면서 위로 받는 느낌 아닐까요? 나만 이런게 아냐 싶으면서 인간의 조건이란 건 이런 거구나 뭐 이렇게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런데 참 생각할 수록 이상하기도 해요. 모두 이렇게 외롭고, 이해받고자 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데 왜 여전히 온전한 인간관계를 가지는 게 이렇게 힘든지
    • 이런 책이 나왔던데 말입죠.

      에드워드 호퍼- 빛을 그린 사실주의 화가 l 현대 예술의 거장 24
      게일 레빈 (지은이) | 최일성 (옮긴이) | 을유문화사 | 2012-11-05 | 원제 Edward Hopper (1995년)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 24권.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에 관한 전기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호퍼가 얼마나 까다롭고 철저하게 작품을 준비하고 그렸는지, 그가 색과 빛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그림의 소재를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나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는지 보여 준다.

      작가 자신 또한 집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드로잉을 비롯한 그의 작품 및 기사, 지인과 주고받은 편지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객관적으로 호퍼의 생을 담았다. 작가 게일 레빈의 노력으로 모은 드로잉과 캐리커처 등이 이 책에 다량 실렸다.

      또한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도시 풍경을 그린 작품은 물론이고, 건물이나 자연을 그린 풍경화, 그가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기 전 생계유지를 위해 그렸던 잡지 표지, 그가 화가로서 이름을 알리는 데 기반이 되어 준 에칭 작품 등 총 90점의 컬러 도판이 별도로 수록되어 있어 호퍼의 작품 세계 전반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31299&start=slayer


      전 서점가서 한번 들쳐본 다음에 결정할려구요.
      • 오, 저도 관심 가네요. 호퍼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책일 듯^^.
    • 신기하게 이 그림들을 보는데 영화들이 생각나네요.
      두 번째는 미하엘 하네케의 <아무르>, 세 번째는 김태용 감독의 <만추>, 네 번째 그림은 늘 떠올리던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가 가물가물해요. 반대로 그 영화를 볼 때마다 저 그림을 떠올렸는데, 프리츠 랑의 헐리우드 시절 영화 같기도 하고 프랑스의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신인감독의 영화였던 거 같기도 한데 하여튼..
      마지막 그림은 모리스 피알라의 <우리의 사랑>이 생각나요.

      미술 쪽에 식견이 없어서 저 유명한 네 번째 그림만 알고 작가 이름도 듣고 바로 잊어버렸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정말 멋지네요.
    • [나이트호크스] 는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디프 레드] 에 똑같이 생긴 로마 시 한복판의 카페가 나오죠.
    •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고 생각력이 떨어지는편은 아니다, 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글을 보노라면 확실히 교양의 힘이란걸 느끼지 않을수가 없곤 해요.

      쓸쓸하다, 라는 표현이 저는 외롭다 보다 좋습니다.

      쓸쓸한 그림들 잘 봤습니다.
    • polly/ 감사합니다! 빨리 가서 구입해야 겠네요
    • 그림 참 좋아요! 마음 우울했었는데 한자리에 모여있는 그림을 잘 보았네요! 감사합니다.
    • "왜 사느냐는 질문에 에드워드 호퍼는 이렇게 대답해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당신의 내면에서 울려퍼지는 의문과 고독과 외로움과 슬픔은 이미 앞서간 누군가의 것이기도 하였고 그것도 이내 끝날 것이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서 순간순간을 최대한 열심히 살라. 그 순간 순간이 모여 인생을 이룬다. 어쩌면 그것이 삶의 목적이고 신이 의도한 모자이크의 한조각일지도 모른다...라구요." -> 좋아요! ^^b
    • 글잘읽었어요. 밤에 읽었으면 진짜 기분이 더 진해졌을것같네요.
      호퍼책 이런것도 있습니다. 호퍼의 명화를 낱장으로 분리하여 액자에 넣을 수 있도록 제작한 화집이래요.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linkClass=23030725&barcode=9788991449336&order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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