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잡담

전에 단독주택에 사는 게 어떨지 여쭤본 적이 있었지요.

고민 끝에 좀 춥고 덥더라도 젊어 한때 고생이지 싶어서 결정을 하고

살던 집을 세를 내놓고

오늘은 그 집을 계약하고 왔습니다.

한번은 갑, 한번은 을의 입장에서 연달아 계약을 하게 된 것인데

그러다보니 내가 갑인지 을인지 헷갈려서 지금 손에 들어온 계약서 두 장을 보니 내가 갑인 계약서는 내가 을인 것만 같은 특약만 가득하고

내가 을인 계약서에는 내가 정말 을이구나 싶은 내용만 가득하네요.

어째 갑질도 하던 사람이 잘 한다고, 내가 집주인(대리자지만)인데도 괜히 상대방 불편한 거 있을까 사소한 거 하나라도 신경쓰이고

내 태도가 그러니 부동산 아저씨도 들어올 사람 편의만 신경써준 것 같은 생각이 뒤늦게 들고

내 살 집 계약하러 갈 때는  계약서 도장 찍기 전에 뭐든 조건을 걸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내걸 말이 없고 그러대요.

그냥 기본적인 서류 내용 확인만 아는 한도 내에서 꼼꼼하게 했을 뿐

살 때 별 문제 없고 나올 때 무탈하면 괜찮겠지만 사람 일이 어찌 될 지 모르는 거라 이것저것 따져보는 것 아니겠어요.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저희가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으면서 집이 오래 되었으니 도배 정도는 해줘야지 했는데

들어갈 집에 바닥 장판 일부가 좀 망가진 데가 있어 그것만 좀 수선해주십사 했는데도 전세는 들어올 사람이 하는 거라고 딱 잘라 안 해주겠대요.

어머니가 그 말 들으시고 속상하신지 우리도 그럼 도배 안 해줘도 되는 거 아니냐 하시는데

이게 부모님 사시는 지방의 문화랑 서울 문화랑 달라서 그 지역에서는 전세여도 들어가기 전에 도배나 수리는 주인이 해주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서울도 당연히 그러는 줄 알고 해주마 하셨다고.

그렇지만 이미 계약서 쓸 때 부동산에서 특약사항에 넣어버린 거에요. 

그것도 처음 대략적으로 뽑아준 거에는 없었는데 두번째 뽑아준 진짜 계약서에서는 적어놓았더라고요.

이 부분을 서류 작성하면서 부동산에서 추가로 언급하지 않아서 좀 그랬지만 그래도 뭐 말 꺼낸 거니까 싶어서 말았는데

이제 와서는 좀 후회되기도 해요.

서울 생활 12년차, 야박한 서울 인심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아직도 시골뜨기 티를 못 벗었네 싶기도 하고

계약서 쓸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어머니의 책망하는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덜컥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래도 이제 계약서 두 장은 완성되었고

무사히 이사 하기 위해 신경쓸 일만 잔뜩 남았습니다.

이사를 일반이사로 해야할지 반포장을 해야할지 포장이사를 하면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도배를 해주기로 했으니 업체 선정을 해야 할텐데 어디가 잘 해줄지

들어갈 집이 리모델링 되어 깔끔하긴 하지만 살던 사람들이 좀 더럽던데 돈 들여서라도 청소를 할지 그냥 좀 걸리더라도 혼자 하고 말지

큰 선택을 두 개나 하고도 남은 모든 것이 선택의 연속이네요.

살림집도 아닌데 짐만 그득그득 많아가지고 오늘 이사짐 견적 내러 오신 분이 생각보다  큰 금액을 불러서 낙담되는 밤입니다. 

    • 저는 요새 하던 일이 급 바껴서 야근하고 뭐 바쁜 와중에 이사가 당장 다음주라서 정말...

      이사는 그냥 용달차 부르고 청소는업체불러서 하려는데 것도 정말 업체가 너무 많고 고르는게 일이에요ㅠㅠ
      • 그렇죠 인터넷 후기를 무작정 믿을 수도 없고ㅠ
        지난달 저희 언니 이사하는데 꽤 큰 돈 들여서 청소 했는데도 들어가는 날 짐도 못 풀고 싱크대 구석 먼지부터 닦아야 했다니까요. 청소할 때 옆에서 지켜보면서 여기저기 꼼꼼하게 요구할 수 있으면 좋은데 사람님은 회사 때문에 바쁘시면 그런 것도 여의치 않으실 거고.
    • 이사하신다는 글을 보니 저도 지난 4월에 겪었던 이사별곡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네요 육년을 버리지않고 살았더니(저희 집 어르신이;)이사견적만 백오십나왔어요. 포장이사였는데.버릴 걸 분류배출 엄두가 안나 일단 다 끌어안고 이사왔습니다.포장이사였는데 버릴게 너무 많아 정리 못하고 한 곳에 짐을 다 모았어요.이틀 동안 버리기만 했습니다.직장다니며 해야해서 여의치 않았지요.그것 하면서 결심한게 있는데 해마다 연말이 되면 안쓰는 것들은 가차 없이 정리하자.는. 결심이 해이해진 듯 해 다시 한번 돌이켜 보네요. 그것 말고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습니다만.무튼 자알~이사 하시길 바라요.
      • 흐, 저도 이번 이사의 큰 목적 중 하나가 6년 묵은 짐 버리는 거라서 그맘 이해 됩니다.
        암튼 이사 하면 홀가분할 것 같으면서도 일은 두배 세배 많아지네요. 얼른 무사히 이사하고 결과 보고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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