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단상
1.1. 안철수 후보는 사실 단일화가 되건 안 되건 대통령이 되건 안 되건 인생 자체에 대한 타격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자기 재산도 충분히 있고, 한국에서 정치생명이 끝나거나 공격받을 상황이 되면 그냥 외국으로 떠나서 여생을 보내는 선택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럴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1.2. 반면 민주당은 어떨까요. 제1야당으로서의 자리가 정말 그렇게 확고한가요?
사실 전 민주당이 대선에서 져도 제1야당으로서 확고할 거란 말은 낙관론이 아닌가 해요.
만일 이번에도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아무리 민주화에 대한 공로가 있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계속해서 지지할까요?
진보세력이 드디어 종북파벌을 몰아내고 제정신들이 뭉친 제대로 된 진보당을 결성하여 훌륭한 활동을 보여준다던가,
제2의 안철수, 혹은 민주당 탓에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안철수가 신당을 만든다면. 민주당이 제1야당의 지위를 확고히 지킬 수 있을까요?
길고 긴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의 자유당이 추락한 건 - 물론 여러 불안 요소도 같이 내려오긴 하였으나 - ,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위기의 시작으로부터 대충 32년여만이군요.
확실히 민주당은 끈질기고, 저도 열심히 살아줬으면 하지만, 정말 앗하는 순간에 몰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해보는 것이 그리 허무맹랑하게 보이진 않네요.
...제멋대로가 심한 추측이긴 합니다만.
2.1. 안철수와 민주당 인사 접촉에 관해서 보다 내용있는 기사를 좀 찾아봤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vote2012/2012/11/15/2901220000AKR20121115230700001.HTML
일단 연합뉴스에 따르면 '단일화 회동을 전격 제안한 5일 이후'부터 접촉을 시작했다고 되어있군요. 단, 전화 상에서 '도와달라'는 말은 없었다는군요.
또 '안 후보와의 평소 친분 관계와는 상관 없이 다양한 계층', '대부분 비문계열' '친노는 제외'...라고 되어있어요. '일부 공동선대위원장과 국회 고위직을 지낸 원외 인사도'라고도 되어있어요.
민주통합당 의원 숫자는 127명이고, 전화한 의원의 숫자는 10일에 걸쳐 30여명입니다. 1/4군요.
http://media.daum.net/election2012/news/newsview?newsid=20121115232908179&RIGHT_REPLY=R9
그리고 민주당 의원들은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문재인 후보 역시 알고 있었겠죠.
의견을 종합해보면 '예의주시, 우려, 의혹'...이지만, 거기서 끝입니다. 그 이상은 아니죠. 비주류 의원들은 오히려 호감을 표하고도 있고요.
즉. 이 건은 별 문제가 아닙니다.
2.2. 안캠 측의 '초강수'에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가 직접 사과를, 그것도 기사에 의하면 직통 전화를 통해서 두 번이나 사과를 할 정도로 저자세로 나왔죠.
현 지지율이 어쨌건, 민주당 지지자들의 격분이 어쨌건 좌우간 안철수가 박근혜 대세론의 틀 자체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던 것도 사실.
여기서 알 수 있는건, 민주당은 틀림없이 단일화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겁니다. 안철수 역시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을거고요.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단일화 룰 협의'는 중단되었으나, '단일화 정책 논의'는 중단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히려 계속되고 있어요.
어떤 분이 그러셨죠. '지금쯤이면 열띈 정책 토론을 벌이고 있을 줄 알았다'고. 그런데 지금 열띈 정책 토론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그게 묻혀있을 따름입니다. 기사도 있어요. 메인에 잘 안 뜰 뿐이죠.
2.3. 지금 언론은 맹렬하게 안철수를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과의 인사 접촉 기사도 그 맥락이겠죠.
그런데 이게 왜 지금 뜨는걸까요? 어느샌가 안철수를 공격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있지 않나요?
민주당의 언론 플레이라는 음모론이라고요? 아니,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언론 플레이의 유무는 아무래도 좋아요.
다만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자는거죠. "어, 다들 A라고요? 그럼 ∀는 그럼 말도 안 된다는건가?"...하고.
이렇게 우리가 말초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가 대세를 따라갈 필요가 있는가?...하고 말이죠.
2.4. 우리가 정치판을 꿰뚫어보려고 노력할 수야 있고, 현 상황을 올려서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즉각적으로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행동에- 아니, 그 행동들의 파편만이 담겨있는 기사들에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거에요.
어차피 후보 등록까지는 앞으로 열흘가량 남아있고, 대선까지는 30일도 넘게 남아있죠.
안철수의 초강수와 같은 '진원'과 그것이 일으키는 '파장' - 지지자들의 반응, 여론조사, 그리고 언론 등의 - 을 분리하고, 파장 속에 숨겨진 파편들을 모아서 진원의 진짜 모습을 추측해 볼 여유가 충분해요. 그런 우리가 파편에 휘둘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애초에 정말 안캠이 우왕좌왕하고 있는가?
과연 안철수는 사실 속이 시커먼 대마왕이었는가?
모든 건 머지않아 밝혀질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형태로든 결과가 나올테니까요.
빠르면 내일, 늦어도 다음주 중에 결판이 나겠죠.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도 한 잔 하면서 느긋하게 관망해도 괜찮지 않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