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낭] 김종인은 왜 브그흐를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먼저 밑의 글은 제가 어젯밤에 페북에 찌그린 글입니다. 반말투는 양해해주시길...


간단한 역사적 배경을 얘기하자면...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을때 헌법은 그 이전까지 가장 진보적이었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을 많이 따왔다고 한다. 원래는 '이익균점권'과 '노동자 경영참여권'이라는 지금 전경련이 그 당시 있었다면 개거품을 물었을 조항도 들어갈 뻔했으나 '이익균점권'만 들어갔고 지금 노동3권이 무시되는냥 무시되어왔다가 그마저도 3공화국때 시원시원하게 사라져버렸다.

지금 대선 후보 빅3가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제민주화'는 헌법 119조 2항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경제민주화 방안으로 나오고 있는 재벌 순환출자 금지, 일감 몰아주기 금지, SSM 규제 등등은 다 이 헌법 조항에 의거해서 생명력을 얻는 것이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6공화국의 헌법이 1987년 만들어질 때 들어갔고, 이 조항을 만드는 것을 관철시키는데 김종인 박사(이하 존칭 생략)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뱀발: 대부분의 경제관료들이 미국에서 유학하고 미국식 자본주의를 공부한 반면 그는 독일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 영향이 컸지 않았나 싶다). 이 사실은 실제와는 다르다는 말도 있고, 그가 독재정권 집권당을 포함 4개 정당에서 비례대표를 4번 했고, 뇌물사건으로 구속되었던 전적이 있다는 것, 그리고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말하듯이 정치적 민주주의 없인 경제민주화도 공염불이라는 비판도 논외로 하고, 그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만 얘기하고자 한다.

거의 멸망 위기에 있던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이라는 유치원같은 이름으로 과반의 의석을 사수한 데에 최대 공신은 물론 브그흐지만 그 다음은 비대위원 이준석(어리지만 냉철한 정치적 감각은 야권의 젊은 정치인을 능가한다), 이상돈(4대강 반대와 내곡동 사기는 대통령 탄핵사유라고까지 하는 등 합리적인 보수주의자), 김종인이었다. 이 3명이 이미지메이킹이 아니였으면 1당은 몰라도 과반은 힘들었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김종인은 그 이후로 브그흐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경제 공약을 총괄하고 있다.

근데... 애초에 뿌리부터가 재벌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라는 방안을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김종인은 총선 때도 당의 소극성을 문제 삼아서 3번이나 당무를 거부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다(얄밉게도 새누리당은 이마저도 '당의 치열한 쇄신 노력'으로 포장했지만). 그리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있다. 한때 Mr.쓴소리로 불렸지만 19대 국회 출범 이후로는 그냥 싸이코같은 이 4선 의원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0년대 후반 재무부에서 근무했으며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낸, 진중권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새누리당의 계급적 기반을 정직하게 반영하는 인물'이다.

당연히 이 둘은 수시로 다퉜다. 역시 이마저도 외부에는 새누리당의 노선 다툼으로 인상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으나, 사실은 그냥 "개판"이 더 올바른 표현이겠다. '정체불명의 경제 민주화(이한구)', '정서상 문제가 있는 사람(김종인)'이라는 말까지 주고 받았는데도 브그흐는 '두 사람 사이에 의견 차이는 없다'고 정리했는데, 뭐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같다'고 말할 만큼 뇌가 깨끗한 분이니 그러려니 하겠다. 결국 김종인은 폭발해서 이한구를 내보내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사람을 원내대표로 앉히지 않으면 나가겠다고 했다가, 설득에 결국 '가끔씩은 속는거 아니겠음?'이라고 하면서 다시 눌러앉았는데 엉덩이가 어마어마하게 무겁거나 아니면 마지막 미련을 못 버리시는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브그흐가 경제5단체장을 만나서 '기존 순환출자는 문제 안 삼음'이라고 하자 김종인의 불만이 또 폭발할 예정인 것 같다. 이제까지는 브그흐 수하들의 딴죽걸기였지만 이번엔 후보가 자기 입으로 딴죽을 걸었으니, 인내심이 한계가 올 만도 하지 않는가? 민주당도 이를 눈치챘는지 최근 논평에서 '성품좋고 인자하신 김종인 위원장님은 돌아오시라'고 했고 오늘도 비슷한 내용을 하나 더 냈다(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말싸움이 요즘 장난이 아닌데 이 두 논평은 매우 예의바르다).

그런데 왜 브그흐에게 김종인이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일까? 내 추정은 이렇다. 첫째, 김종인은 주로 독재정권에서 일을 했었다. 그리고 인정해야 할 사실은, 독재정권들은 폭압적인 방식이었긴 했지만 재벌들을 통제해서 국가의 경제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는 방법들을 알고 있었다. 민주화 이후 정권의 권부에 들어간 민주화 운동 주역들은 국가권력에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고 있어서,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의 중요성도 망각하는, 말하자면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아이를 버리는' 선택을 해버렸다. 그랬기 때문에 김종인은 그 민주정권의 주역이었던 민주당을 불신하리라 생각된다.

둘째, 브그흐는 그 방식이랑 마인드가 어쨌든 간에 휘하 의원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고, 과반이 넘는 의석을 점유한 정당의 오너이다. 그 통제력도 4월 총선의 대승으로 얻어진 것일터, 당연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더 확실한 통제력을 쥐겠지? 뭐 김종인을 설득해서 비대위원으로 영입할땐 어떻게 했는지 모르나 아무튼 그때 브그흐는 김종인에게 자신이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으리라 짐작한다. 충성스러운 과반의 의석에, 대통령까지 되면 그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에의 의지가 있다면 당연히 경제민주화는 이루어질 것이다. 설령 지금은 보수층에 어필하기 위해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나중에라도 결국 자신의 정책들을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뭐 난 김종인의 진심을 의심치 않는다. 4월 총선때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 해도 도울 의향이 있다'고 밝혔던 사람이니 말이다. 근데 문제는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음을 여러번 행동으로 밝혔다. 첫째, 브그흐는 총선 이후 100일 내로 공약을 입법화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한구와의 정면 충돌때 김종인의 공약을 최소 2개 입법하겠다고 했으나 결국은 안ㅋ함ㅋ 둘째, 최근 국정감사때 '재벌 회장은 소환하지 않는다'는 웃긴 원칙을 들먹이며 국감을 훼방놨다. 셋째, 김성주라는 락커가 더 어울려보이는 재벌 2세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고, 그녀는 첫 일성은 경제민주화 디스였다. 이쯤되면 김종인이 정녕 경제민주화가 대한민국의 살 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은 권력 욕심 없이 봉사하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 있을까??

그리고 새누리당에 대해서 한마디 더하자면, 캠프도 나름 김종인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한다. 사사건건 몽니를 부리며 내부 권력투쟁에만 골몰하고 정작 내놓는건 없다, 이건데... 전자는 '옷이 왜 몸 행세를 하려고 하느냐'고 불평하는 거나 다름 없다. 후자의 이유는 이미 경제민주화 공약은 모든 캠프에서 대동소이한걸 내놔서 차별성이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거기다 새누리당은 발표도 늦었다). 이쯤 되면 행동이 그 진정성을 보이는 법인데,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SSM과 법적 투쟁을 불사하고 있고, 중소기업 CEO였던 안철수에 비해서 새누리당은 앞 문단의 그런 짓거리들만 하고 있으니 진정성이 보일 리가 만무하다. 김종인이 때려치고 나올 것이라는 관측은 힘들어 보이나,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일베충 용어를 빌려서 '경제를 민주화시키겠다!'는 거랑 다를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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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하는 민주당이 최근 김종인 위원장과 브그흐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논평들입니다.

11/8 "돌아오시라, 김종인 위원장" http://minjoo.kr/archives/38246

11/10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를 위한 갑갑한 장식용 의상을 어서 벗어 던지십시오." http://minjoo.kr/archives/37522

11/10 오후 브리핑 中: 

■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휴지통에 버린 것인지 밝혀라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가 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박근혜 후보에게 요구했다.
 
민주통합당을 대신해서 박 후보에 물어준 것에 대해서 김 위원장에 감사드린다.
 
다시 묻겠다. 박근혜 후보는 처음부터 경제민주화를 하실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경제민주화를 이용할 만큼 이용하고 이제는 휴지통에 버리는 것인지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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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위원장은 왜? 라는 의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래도 70넘게 입법부와 행정부에 있었던 거물이라면 토사구팽도 가능성 없다고 생각하진 않을텐데요.

아무튼 제 무식한 견해는 이렇습니다.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저도 김종인씨 행보가 은근 인상적이었는데요..민주당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것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치는게 경제민주화 판을 만드는데 더 효과적, 어차피 민주당이야 협력할테니 실리를 꾀하기에 더 나을 거라 생각한 것 아닐까요..'토사구팽' 경고는 김상조 교수가 한 적 있는 것 같은데 거기에도 이미 답을 했죠. 불협화음을 내는게 오히려 흥미진진합니다만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네요..
    • 리더의 부재라고 생각해요. 김종인은 자신의 능력이 정책적으로 완성되는데 관심있는 사람이지 정치인은 아니죠.
      공주님만 동의해준다면, 김종인은 당내 친기업세력을 신경안써도 되요. 공주님은 철저한 군주형 리더니까요.
      민주당은 아닙니다. 리더의 부재도 부재지만, 친노의 친기업성향이 공주님 아래 친기업 세력보다 훨씬 더 다루기 힘들겁니다.

      뭐, 그래도 지금 삐그덕 거리는 거 보면, 공주님 아래에서도 실패할 가능성이 보이긴 합니다. 저도 무지 고민중이에요. 겨우 한 표지만요.
      • 리더의 부재랄지 친노의 친기업성향까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친노의 친기업성향이 근혜의 친기업세력보다 다루기 힘들다'는데서는 어이가 없네요;
        님의 한표는 그냥 아예 행사를 안하시는 편이 나을듯 싶어요;
    • 결국은 공자님의 화살과 과녁이론이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정도의 과녁정도를 그려놨더라도 이정도는 아닐텐데,
      자신의 경제에 대한 그림을 펼쳐보이고 싶다는 욕심이라는 과녁만으로는 그 한가운데 맞혀보았자 대한민국은 이미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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