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詩가 있으니 싫은 분은 pass~

0. 사월님 시 옮겨주신것 보고 참 좋았어요
저도 그래서 제가 예전에 봤던 것들 기억나는 것 검색해서 올려봅니다.

1.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정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굴직한 나무등걸 아래 앉아 억만 시름 접어 날리고
결국 귾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내 떨칠 수 있을 때
그늘 아래 앉은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는 지층 가장 깊은 곳에 내려앉은 물맛을 보고
수액이 체관 타고 흐르는 그대로 한 됫박 녹말이 되어
나뭇가지 흔드는 어깻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밖에 될 수 없을 때
이제는 홀로 있음이 만물 자유케 하며
스물두 살 앞에 쌓인 술병 먼 길 돌아서 가고
공장들과 공장들 숱한 대장간과 국경의 거미줄로부터
그대 걸어나와 서로의 팔목 야윈 슬픔 잡아준다면
 
좋을 것이다 그제서야 조금씩 시간의 얼레도 풀어져
초록의 대지는 저녁 타는 그림으로 어둑하고
형제들은 출근에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배개 벨 것인데
한편에서 되게 낮잠 자버린 사람들이 나지막이 노래 불러
유행 지난 시편의 몇 구절을 기억하겠지
 
바빌론 강가에 앉아
사철나무 그늘을 생각하며 우리는
눈물을 흘렸지요



2. 눈물을 흘렸지요, 라는 대목이 읽은지 오래된 나중에도 가끔 생각납니다.
추억을 되삼키는 것은 누구나 하는 행동이지만 정말 눈물까지 흘리는 일은 사실 드물거든요.
어찌보면 그렇게 많은 추억이 있었지만 눈물을 흘릴만한 추억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아쉬움도 아니고 그리움도 아닌데 술 한잔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그런 묘한 회한..?

사실은 추억을 얘기하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덤덤하게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제 개인적인
바램인가봐요. 덤덤했던 기억들을 덤덤하게 얘기하면서 덤덤하게 웃어넘기려 했지만
갑자기 반전처럼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지금 현실이 슬퍼요..(?)



3. 아 원래 글쓰려던 목적을 잊었네요 사월님 홧팅~
    • 아... 스크롤 내리는 버릇 때문에 시 한편 못 읽는 이 습관적인 습관이라니
    • 헉, 깜딱 +.+ 감사합니다! 저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그런 소란을 일으켜 부끄럽고 민망하답니다ㅜ;;
      올려주신 시 감사히 잘 읽었어요. 마음님께도 위로받을 수 있는 무엇이 있길 바랍니다.
      시 읽으니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나요. 할아버지께서 20년 전에 나무 한 그루를,언젠가 이 나무가 무럭 무럭 자라 잎이 무성해질 때쯤이면
      오고가는 사람들이 이 나무에 앉아 잠시 쉴 수도 있고,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하시면서 심으셨거든요.
      정말로 그렇게 되었어요. 심은 나무는 하나였는데 줄기가 3개가 뻗은 큰 나무가 되어, 역시 잎도 무성해져서 한여름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오명가명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어요. 벤치도 만들어져 있어서 쉬기 딱 좋은 그런 공간^^ 우린 그 나무를 할아버지 나무라 부르며, 그리워질 때면
      그 나무 기둥에 가서 기대기도 하고 만지기도 하고 주변을 청소해 주기도 해요. 뭔가 소설같지만; 정말입니다.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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