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이라는 말은 왜 쓰는 건가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결혼은 의무가 아니고 

누구에게로부터도 어떤 상황에서도 강요되어선 안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어떻든, 성별이 어떻든,

혼인한 상태에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그냥 그대로 자연스러운 상태로 보는 게 맞다는 생각도 합니다.


근데, '비혼'이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느껴집니다.

'독신'이라는 말이 있는데 굳이 왜 '비혼'이라는 말이 쓰이는 건지 전 잘 모르겠네요.


물론 한 가지 측면은 생각해 볼만 한 것 같습니다.

오래 사용된 말에는 그 말이 사용된 문화의 역사성이 담기게 마련이고,

가부장적인 색채가 강했던 문화 속에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비정상적으로 보아온 시선의 역사성이 

'독신'이라는 말에 묻어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말이라는 게 상용되는 문화적 배경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라서,

지시하는 대상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 낮은 경우엔 

말을 바꾸어도 다시 그 바꾼 말마저 기피하게 되곤 하죠.

그래서 [식모-가정부-가사도우미 / 문둥병-나병-한센병] 등등의 경우처럼 

순화한 말을 다시 순화하기도 하고요.


'독신'이란 말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기피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구나 정도는 이해할만 합니다.

근데, 뜬금없이 '비혼'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고, 

말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어법적으로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비(非)'라는 한자는 술어적인 표현이어서, 

명사 앞에 붙이는 건 일반적이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비논리', '비합리' 등의 경우에 종종 쓰이긴 하지만,

제가 알기론 이런 식의 조어는 일본에서 유래한 겁니다.

중국어에는 '비(非)-'로 시작하는 단어는 거의 없고,

예외적으로 근대에 일본을 통해 중국에 소개된 

전문분야, 학문분야에 국한된 소수의 어휘만 그런 식으로 된 게 몇 개 있죠.


그러니까, '비혼(非婚)'이란 말은 말 자체가 이상하다는 겁니다.

한자어 그대로 뜻풀이를 하면 

'혼인을 하지 않다'라는 문장으로 보는 게 

그나마 가장 자연스운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어쨌든 많이 쓰고 계시고,

저는 좀 이상하게 느껴지고,

근데 요즘엔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는 듯 신문기사에까지 그냥 실려나오고,

뭐... 그렇네요.

    • 아무 근거도 없고 찾아본 것도 아닌데 비혼은 미혼(아직 결혼을 "못"한 상태)에 대응되는 말 아닌가요.
      • '독신'이란 말에 비자발적인 경우도 제외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굳이 말 자체가 이상한 '비혼'이란 말이 필요한 걸까요?
        • 글쎄요, 언어학은 모르지만 결혼=정상 혹은 바람직한 상태라는 인식이 독신이나 미혼이란 단어에 투영되면서 (사전적 의미가 넓은 거랑 실생활에서 어떤 뉘앙스로 사용되느냐 하는 문제는 좀 다르죠) 좀더 중립적인 의미를 담은 새 단어를 만드는 게 그렇게 이상해보이지 않아요. 이 단어가 광범위하게 쓰인다면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거죠.
          그리고 중국식 한자 조어 얘기를 하셔서 검색해보니 非婚生子女나 非婚同居 같은 중국어 단어가 막 쏟아지는걸요. 일본어로도 非婚을 쓰는 건 물론이고요.
          • 댓글을 몇 개나 더하면서도 loving_rabbit님의 추가댓글은 지금에야 확인했네요. 민망합니다.ㅎㅎ
            중국에는 '非婚'이라는 표현 자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적받고 확인해보니까 확실히 제가 성급했네요.
            하지만 중국에서의 '非婚'이라는 표현과 여기에서의 '비혼'의 의미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非婚'은 관형적인 상황에 한정해서 쓰이는 것 같네요. 예시하신 '非婚生子女'나 '非婚同居'를 보면 알 수 있죠. 우리말에서는 '혼외자', '혼전동거'라고 할 수 있는 말이고, 여기에 쓰인 '非婚'은 대강 '혼인하지 않은 상황의'라는 의미로, 우리 어법으로 꿰어 맞추자면, 관형사나 의존명사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것처럼, '나는 비혼', '비혼주의자' 같은 식으로는 쓸 수 없죠. '非婚' 뒤에는 반드시 꾸밈의 대상이 되는 체언이 나와주어야 하니까요.
            • 댓글 감사합니다. 근데 근본적인 의문입니다만, 중국어 단어 쓰임새가 우리말 새 단어 조어, 그 새 단어와 관련된 우리 사회 분위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지금은 많이 잊어버렸지만 저도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북경어 공부하기 시작해서 중국어 공부는 몇 년 한 사람입니다.
              • 말씀하신 것들 각각이 별다른 관계가 있는 건 아니죠. 두서없이 적다보니 제 글이 좀 꼬인 것 같네요. 전 그저, '결혼하지 않은 상황이나 사람을 지시하는 새로운 말에 대한 요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비혼'이라는 말로 그 요구를 충족시키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걸 밝히고 싶었는데요.
                • 아 그렇군요. 제가 언어학 배경이 없는 사람이라 쉽게 말하는지는 몰라도, 설령 비혼이라는 단어가 한자 사용에 어색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기존의 단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뉘앙스를 드러내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우리말을 풍부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존에 쓰이는 단어에 그 뜻이 포함되어 있을지라도 기존 단어 용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새 단어의 힘은 특히 크다고 생각해요.
    • 저도 미혼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뉘앙스- 아직 못 한-를 띄니까 반발로 생긴 신조어로 알고 있어요.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혼인 여부만을 나타내는 것이랄까요.
    • '독신'은 당사자의 의지나 성향이 담긴거 같고, '비혼'은 그냥 그 사람의 기혼이 아닌 경우의 '상태'를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사실 '미혼'과도 굳이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비혼'이 크게 부정적인 어감이 들진 않더군요. 저는.
      • 비혼이란 말이 일반화된 기존의 결혼관에서 거리를 두는 역할을 한다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말하는 사람이 거리를 두고자하는 기성관념이 어디냐에 따라 '비혼'이라는 말의 함의가 제각각 다른 모양인 듯 느껴지네요. 어쨌든 지시하는 의미영역이 명확한 건 아니니까, '비혼'이라는 말 하나만으로는 그 사람이 비자발적인 독신인지, 혼인제도를 수범하길 거부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겠고요.

        그리고, 예시하신 단어들이 바로 일본식 조어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상용하는 것들이라 다른 걸로 대체하는 건 무리지만,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말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 일본식 조어는 안되고 중국식 조어는 되는 건가요?
    • 그대로 뜻풀이 하면 '혼인이 아님'... 0_0;
      래빗님 말처럼 '미혼'과 라임을 맞추려고...
      • 저도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혼인이 아님'이라는 뜻이 되려면, '비혼'이 아니라, '혼비'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어순이 그게 맞는 것 같아요.
        • 음..? 한자어 어순은 혼비가 아니라 비혼이 맞지 않나요?
    • 결혼했다가 배우자가 죽거나 이혼한 경우에도 독신이 되죠. 자녀들과 따로 살고 있는 독거노인처럼요. 독신이 보다 포괄적 개념이라면 이 중에서도 혼인을 하지 않았고 할 생각 없는 상태의 독신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조어로 나온 것이겠죠. 미혼이란 말은 미성년과 마찬가지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를 강조하게 되니까 나이든 비혼인구에게는 맞지 않구요. 예전에 눈에 많이 띄지 않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니 그 과정에서 새로운 조어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 어떤 분들은 말씀처럼 '독신'에서 '미혼'을 제외한 영역을 이야기하고, 어떤 분들은 혼인신고라는 사회규범적 영역을 벗어난 새로운 가족 형식을 이야기하기도 하시는군요. 같은 말을 이런 식으로 완전 다른 의미영역을 가리키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 원글님이 비혼이란 말을 싫어하시는 건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흔하게 쓰이는 많은 말들이 아주 정교하게 일치하는 의미영역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요. 비혼이란 단어에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일도 아니고, 이제 발생해서 자리잡기 시작한 단어의 의미에 다른 의미영역이 포괄적용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원글에서 독신을 말씀하셨기 때문에 독신에서 미혼을 제외한 영역을 말씀드렸지만, 독신이 아닌 상태에서도 비혼이란 말을 적용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겠죠. 제가 쓴 답글에서도 '혼인하지 않았고 앞으로 혼인할 의사가 없는' 이라고 했으니, 동거인이 있는 상태에서 혼인의사가 없는 경우를 비혼이라 칭하는 게 신기할 만큼 모순적이라고 보이진 않습니다.
    • 비혼이라는 말은 늘 어색했지만 ' 비'로 부정하는게 그렇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br />윗분 말씀처럼 미혼이라는 표현을 지양하느라 그런 표현이 생겼겠죠.근데 사실 80년대 운동권때부터 그렇지만 정치적 공정성을 위한 어휘대체나 신조어 창안이 국어의 조어법을 무시하는건 워낙 흔한 일이어서요. 어색함을 통한 충격효과를 겨냥했다기보다는 그냥 언어감각이 없어서 그런거겠습니다만.
      • 이런말을 하는 제 댓글이야말로 우리말이 엉망이군요 ㅠㅠ 핸폰으로 써서 그런거라고 자위중.. .
    • 미혼이 듣기싫어서 만든 말 같지만... 제느낌엔 도찐개찐...
      말을 만든다고 인식이 바뀌나요.. 그것도 획하나 차이로..
      • 전 좀 바뀐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스스로 그렇게 칭하기 시작한거기도 하고 완전히 대체되는 단어가 아니라 의미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거고
        적어도 쓰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알고 쓰는 걸테니까요.
      • 말을 만드는 것이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죠. 실제로 단어의 대체 사용으로 인식이 바뀌게 된 사례도 있고요.
    • http://hanja.naver.com/search/word?query=%E9%9D%9E
      http://cndic.naver.com/search/word?q=%E9%9D%9E&direct=false
      한자 조어법은 잘 모르지만 사전에서 검색해보니 非가 명사 앞에 붙은 한자 단어는 꽤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비혼은 '미혼'이 담고 있는 의미를 거부하고 보다 결혼 문제에 중립적 관점을 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 같아요. '독신'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비혼'과 '독신'의 의미가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죠. 전자는 제도적인 의미의 결혼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자는 개인적인 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단어니까요. 마찬가지로 '미혼'을 쓰더라도 '미혼'과 '독신'이 완전히 겹치지는 않죠.
    • 음.. 제 경우엔 굳이 조어하자면
      불혼이나 불가혼?
    • 갠적으로는
      미혼 - 혼인을 "아직" 안한
      비혼 - 혼인을 하지 않는
      정도의 뉘앙스를 풍기는것 같습니다.
    • 제가 아직 결혼을 안했어요. 그걸 타인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내가 안했는지, 못했는지 설명할 필요 없잖아요. 그런데 미혼은 그 말 자체에 '아직' 이라는 뜻도 담긴 거죠. 미성숙,미성년처럼 도달해야할 할 다음 단계가 있어야하는 것처럼요. 결혼을 현재 안한 상태인 것이 선택이든 아니든 그것을 타인에게 규정 당하지 않도록 하는 말이기도 해요. 말 한마디가 중요한가 하지만 결국 개념과의 싸움이기도 하니까요. 말씀대로 역사가 있지요.

      오늘 낮에 아침밥 차리는 문제가 개개인의 문제냐 아니냐 시월드란 과연- 말이 많았지만 이런 논의가 우리 어머니 세대에는 그런 의문도 없이 당연했던 것이고 지금은 나의 세대에서 당연한 게 아니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고, 사소한 것에서 걸고 넘어지고 변화하려고 노력한 결과잖아요. ^^
      • 타인에게 규정당하지 않으려면 꼭 새로운 말로 스스로를 규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안 했으면 안 한 거고, 했으면 한 거고, 할 거면 할 거고, 안할 거면 안할 거고... 뭐, 전 그냥 그럼 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확실히 스스로를 똑부러지게 규정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는 거겠죠.
        • 미망인, 아녀자, 장애자 같은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던 시절에 그 말을 쓸지 말자거나, 부녀자, 장애인이란 말을 대신 쓰자고 하는 사람들도 유난하단 말을 들었겠지요. 이건 '스스로를 똑부러지게' 규정하는 유난스러움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 한심한 한자조어지요. 吾未婚(나는 결혼하지 않았다)은 문법에 맞지만 吾非婚(나는 결혼이 아니다)은 그냥 비문입니다. 비혼이 비문이 안될려면 "此非婚,同居也"와 같이 "이건 결혼이 아니라 동거요"와 같은 어용으로 쓰면 모를까
      • 중국어 그만둔지 오래 돼서 긴가민가 했는데, 문장으로서도 이상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이 댓글 보니까 확실히 그렇네요. ㅎㅎ
    • 비혼은 독신의 대체 단어가 아니라 미혼의 대체 단어 아닌가요? 다른 분들도 지적하신대로 미혼이라는 표현은 결혼을 기본으로 깔아두고 그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보니 대체 단어의 필요성이 떠오른 것이겠죠. 중국어를 공부하신 분이라 더 거부감을 느끼신 모양이네요.
    •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한 뉘앙스 아니었나요?
      그리고 일본식 조어가 왜 나쁜지 저도 모르겠군요. 어차피 다 같은 한자문화권인데다가 일본식 조어가 우리나라 어법에 틀린 것도 아니고, 어차피 국어사전에 등재된 일본산 한자어가 태반은 될텐데 이제와서 부정하거나 밀쳐내는 것도 부자연스럽지요. 일본식 조어라 해도 국어 표현의 변별력을 높혀주고 정교한 의미의 단어가 풍부해지는 순작용을 감안하면 굳이 부정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겠네요.
    • 비라는 한자를 명사 앞에 붙이는 것이 일본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닌지는 글쓴 분의 주장만으로는 전혀 알 수도 없거니와 일본에서 유래했다고 해도 문제가 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이네요. 그리고 일본식 조어 정도가 아니라 19세기 말, 20세기 초 일본에서 만들어낸 단어들이 얼마나 많이 우리의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쓰이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원문은 정말 아무 의미가 없어보이네요. 그런 단어들도 모두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런데 원문에도 일본에서 당시 만들어진 단어들이 섞여있으리라고는 생각하시지 않나보네요. 그럼 본인이 사용하신 단어는 아무 문제 없고, '비'가 들어가는 단어는 안 되는 건 무슨 기준인가요?
    • 그리고 애초에 비혼이라는 단어는 일본식 조어 따위가 아니라 이미 '비'라는 한자를 명사에 붙여서 쓰고 있는 우리 언어생활에서 '미혼'이라는 단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우리식 조어라는 거지요. 현대 국어는 일본식, 중국식 조어뿐 아니라 서구 언어들까지 받아들이면서 내재하고 있는 단어를 확장하고 있어요. 우리말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급격한 근대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기계, 개념, 주의 같은 것들을 나타낼 말들을 제대로 표현해낼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이나 중국에서 만들어진 한자 단어가 그대로 쓰이거나 일본식, 중국식 조어가 그대로 쓰이는 경우가 너무나 많을 수밖에 없어요.ㅠㅠ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말들이 우리말이 아닌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 일본식 조어든 뭐든 간에 우리가 언어생활에서 쓸 수 있는 단어가 점점 더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이미 우리말로는 어감이 표현이 안 된다면서 영어를 비롯한 외국말을 섞어서 말하는 이들이 너무 많잖아요. 비혼이 일본식 조어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본식 조어이든 뭐든 간에 이런 식이든 어떤 식이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더욱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말은 이미 영어의 파도에 휩쓸리기 직전이에요. 비혼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있지는 않지만, 서서히 사전에 등재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 1. 우리말 표현이 다양하고 풍부해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건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어떤 식의 표현이든 되는 대로 다 받아들여서 다양하게만 만들면 되는 건가요? 말씀하신 대로, 영어가 우리말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파도에 휩쓸릴 정도고, 이미 우리말에 자리잡아 쓰지 않을 수 없는 일본식 한자어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일상에서 영단어나 일본식 한자어를 많이 쓴다고 하더라도, 그걸 그대로 우리말로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전 멀쩡한 우리말 놓아두고 쓸데없이 어려운 영어어휘 쓰는 사람을 한심하게 봅니다. 특히 정확한 의미를 맞추지 않고 가져다 쓰는 경우는 더욱 그렇고요. 흔히 말하는 '콩글리시'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일본식 한자어로 들어와서 우리말의 지위를 얻었고, 상용하고 있는 말까지 쓰지말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굳이 일본식 조어법으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말을 만들기까지 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라는 겁니다.

        2. 여기에서 '非'라는 한자가 단어 앞에 붙는 걸 '일본식 조어법'이라고 하는 건, '非'라는 한자의 본래 용법이 단어를 수식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으로는 일본에서만 사용되죠. 여기에 대한 증거요? 구글번역(translate.google.co.kr)에 가서 '非'로 시작하는 한자어를 중국어로 번역해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본래의 한자용법상 '非'가 단어 앞에 오는 건 확실히 잘못된 겁니다.

        3. 말의 용법이 좀 맞지 않더라도 표현 자체를 유지해야 할 가치가 있다면 굳이 쓰지 말자고 할 건 아니겠죠. 근데, '비혼'이라는 표현이 그럴 가치가 있는 건지는 의문입니다. 표현 자체의 의미범위가 명확한가요? 술어를 부정하는 '非'와 결혼을 의미하는 '婚'이 그냥 붙어있는 것 뿐이지, 제대로 된 한자어로서 의미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말입니다. 이글에 붙어있는 댓글들을 천천히 살펴보시면 알겠지만, '비혼'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어떤 분은 '미혼'의 대체어로, 어떤 분은 '독신'의 대체어로, 어떤 분은 '사실혼'이나 '동거'의 대체어로요.
        의미범위가 명확하지도 않고, 한자어로서 뜻이 직관적이지도 않고, 기존에 없던 말을 일본식 조어법으로 만든 이상한 한자조합이 사전에 등재하고 우리말의 자격을 부여할 만큼 가치 있는 말인가요?
    • 비혼주의자 = 연애나 동거, 출산은 하지만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얽메이지 않겠다.
      독신주의자 = 연애는 혹시 할지도 모르지만 동거나 결혼은 No.
      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비혼주의라는 말에서 또 나온건데, 결혼에 대한 관점을 표현하는 말에서 다시 '비혼'을 떼어오니 어색한거 아닐까요
    • 제목에 대한 답으로, 미혼과 발음이 비슷하면서 뜻은 좀 더,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존중하고 있으니까요. 비혼이라는 단어 자체는 논쟁의 여지가 있나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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