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나는 어떻게 휴일 아침밥을 하게 되었는가...
결혼전에는 아침에 시리얼을 먹거나, 회사가서 빵타먹었습니다. 빵이 떨어지면 그냥 굶고요.
결혼후에는 여보님이 매일매일 아침을 차려주십니다. (여보님은 전업주부...)
제가 일어나서 화장실+샤워를 하는 사이에 여보님은 아침을 하십니다. 샌드위치나 김밥, 볶음밥 같은 일품요리 위주네요. 그리고 한달에 두세번정도 시리얼을 주실때는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제 입장에서는 씻고 나오면 그릇에 시리얼+견과류와 우유가 꺼내져 있는데 미안할게 뭐가 있을까 싶습니다.
어머니는 여보님에게 아침 차려주냐고 물어본적이... 없을겁니다. 저한테도 물어본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장모님은 여보님에게 아침 차려주냐고 물어보십니다. 빵 말고 밥으로 차려주라고 하십니다. 일품요리 싫어하시는 듯 합니다.
저는 주말에도 늦잠을 잘 안잡니다. 보통 휴일날도 7시반쯤이면 정신이 들고, 아무리 침대에서 죽치려고 해도 8시반이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여보님은 주말에는 늦잠을 주무십니다. 평일에 저 아침 차려주느라 못주무시니까요.
결혼 극초기에는 아침에 이거저거 주워먹으면서 TV 보고 놀다가 여보님 일어나시면 같이 아점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휴일에 제가 일어나면 여보님이 짠.. 하고 아침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수줍게 말씀하셨습니다.
어차피 저는 휴일날 늦잠도 안자니까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결혼전에는 라면이랑 떡볶이 정도 밖에 해본적이 없다는게 난감...
그래서 네X버 키친에서 아침거리 레시피를 찾아서 이거저거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먹을만 하게 만들어져서... 이제 휴일날 아침은 제가 하는걸로 굳어졌습니다. 가끔 휴일 점심이나 저녁도 하곤 합니다.
결혼전에는 내가 만든 떡볶이, 나도 맛없구나.. 배를 채울뿐.. 수준이었던지라 요리라는것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레시피보고 제법 그럴듯한 맛이 나오니까 올리브TV에서 쉬어보이는 레시피 나오면 만들어 볼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여보님이 '매일 아침 내가 해주니까 휴일은 당신이 해라! 나도 쉬고 싶다! 공평하게 휴일은 네가, 평일은 내가!' 라고 했다면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휴일 아침을 차렸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저희 어머니가 여보님에게 '전업주부인데 신랑 아침은 챙겨줘야지!' 했으면 여보님이 시리얼을 주면서 미안해 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런식으로 여보님은 제가 탄산음료를 끊게 하셨고, 저녁간식 먹는날을 격일로 바꾸셨습니다... ㅠ.ㅠ (오늘은 저녁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날입니다. 잇힝~ )
결혼이라는게 인륜지대사라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살게 되는 것만으로 엄청난 변화가 생깁니다. 그런데, 인간이 또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 아니겠습니까. 모든 사안에 대해 딱딱 끊어서 이건 내가 손해, 이건 네가 손해 하고 계산해서 총합을 맞춰 사는 것도 머리 아프고... 서로 아끼는 마음이 있고, 배우자를 우선시 하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결국 밸런스가 맞춰지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리 겁먹고 이건 못해, 저건 못해, 이건 네가 해줘야 한다, 저건 내가 할수있다 라고 따져봐야 결혼하면 다 리셋되는듯 합니다. (전 결혼전에 '난 요리에 재능이 없으니 밥은 못한다. 대신 설거지는 할 수 있다' 라고 했었습니다. )
그런데, 올해초 제 지인이 파혼을 했습니다. 결혼전에 '이거 아무래도 이상한데..' 싶은데 '살다보면 되겠지..' 하는 것도 위험하긴 한것 같습니다.
(결혼전에 예비시어머니/시누이가 요구한게 너무 황당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