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무서웠던 일들 잡담.

1.

 

저는 어지간해서는 더위를 타지 않는 체질이라,

작년에도 선풍기를 한 번도 쓰지 않은 채 여름을 났는데 올해는 몇 일 전부터 좀 덥네요.

그래도 여전히 긴팔 가디건을 꼭꼭 입고 다니지만요.

 

아무튼 그래서 저도, 무서운 이야기 해보려고요.

읽는 분들에 따라서 하나도 안 무서울 수도 있지만..

 

예전 게시판에선 무서운 꿈 이야기를 썼었는데..

이번엔 그냥 겪은 일들을 써보려고요.

당연히 귀신얘기보다는 일상적인 그냥 조금만 무서운 얘기가 되겠네요.

 

2.

 

야근하고 퇴근하는 택시 안이었는데

지나가다가 어두운 가운데 길가에 검은 우비 같은걸 입은 사람이

태워달라고 손을 흔드는 걸 봤어요.

 

저는 당연히 이 택시엔 제가 타고 있으니까,

'시간도 늦었는데 저 사람 택시 잡기도 힘들겠어요'라고 했죠.

 

그런데 아저씨가 '다시봐요 없을걸요'하시는 거예요.

이상하다, 분명히 봤는데 아무도 없어요-하니까

'택시기사 하다보면 그런 자리가 몇 군데 정해져 있어요'하시더군요.

얼마 전에도 다른 손님이 그 자리에서 누구 있다고 했다면서. 

 

3.

 

과거에, 직업상의 이유로 암매장된 시체 발굴 현장에 있었어요.

살인사건으로 검거된 범인이 여죄를 자백. 실종처리된 여자의 시체 위치를 찾은거죠.

시간이 많이 지나서 뼈를 조금 찾았기 때문에

경찰들이 차에 뼈를 싣고 가는데 저도 어찌하다 그 차를 타게돼서...

억울하게 살해된 고인께 죄송하지만.. 무서웠어요.

 

4.

 

버스타고 가다가 그만 잠이 들어서 내릴 곳을 못 찾았는데

아저씨가 다음이 바로 종점이라며 깨우더군요.

종점까지 가면, 막차라 돌아나오는 차도 없을테니 그냥 여기서 내려서

택시타고 가라고 큰 사거리에 세워주셨어요.

 

그런데 그 사거리역시 종점 바로 앞인 까닭에 시와 시 경계 부분이었고, 일단 내리긴 했는데

북쪽길은 터널이고 동쪽길은 요양원인가가 하나 있고 논밭 비슷한..종점가는길이고

서쪽길은 주유소가 하나 있기는 한데 사람은 없었고 뒤로는 불빛없는 논밭

남쪽길은 좌우로 공단인가 물류창고인가..그런..

12시 넘어서 택시를 잡기엔-솔직히 그냥 서있기에도-대책없는 사거리였어요.

 

아무튼 밤새 거기 혼자 서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터널에서 나오는 빈 택시가 그렇게 많은데 한 대도 안 서는 거예요.

 

30분 넘게 그러고 있으니 슬슬 짜증이 나던 차에

택시 한대를 간신히 잡아타서, '택시들이 안서줘서 힘들었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여기서 택시 탄 거 운 좋은줄 아세요' 하시더라고요.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3번하고는 다른 사건입니다만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사건이 있은 후에

그 때는 토막살인이었나 그랬는데 암매장한 장소가 그 사거리 근처였더군요.

 

아저씨 말씀은 그 사거리가 그런걸로 좀 유명해서

12시 넘으면 그 사거리에서 혼자 택시타려는 사람은

남자는 인간일 경우를 대비해 여자는 인간이 아닐 경우를 대비해

안 태우고 그냥 가는 운전기사들이 많다고....

 

5.

 

이건 현재 진행형입니다만.

저희 집이 1층이고, 화장실이 복도쪽으로 창문이 있고, 그 복도를 지나야 옆집이예요.

작은 창문 외에 습기를 빼거나 환기시킬 수 있는 장치가 없어서 처음엔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살았어요.

 

비록 옆집 앞이긴 하나 창문 위치가 천장에 닿도록 높게 되어 있어서

사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조금 열어둔 정도로는

안쪽에서도 가장자리만 보이기 때문에...

 

샤워할땐 그 창문을 등지고 씻는데

어느 날 샤워하면서, 갑자기 등골이 서늘한 기분이 드는거예요.

황급히 일어나 창문을 닫았죠. 

 

그 뒤로 창문을 열지 않았는데 또 문득 화장실 갔을 때 보니까 창문이 빼꼼 열려있더라고요.

그래서 또 닫았죠. 그런데 몇 일 뒤에 보니까 또 빼꼼 열려있...반복입니다.

일단 제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바로 창문부터 닫는게 습관이 되어서 크게 불편하진 않은데

창문이 왜 자꾸 열리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뭔가 설치된 게 있는지 한번 살펴본 적 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가끔, 샤워하기 전에 분명 창문을 확인하고, 닫았는데도

샤워도중에 오싹할 때가 있는데 그 땐 솔직히 못 돌아보겠어요.

2m높이 창문 가득히 눈이 번들거리는 사람 얼굴이 들어있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 인간이 아닐경우를 대비한다...라...;;;
    • 5번 무서워요 창문을 밀폐하시고 환기구를 제대로 내시는게 어떨까요?
    • 그림니르 / 농담이시겠죠 하하(라고 그 순간 믿으려고 애썼음)

      remarks / 제 집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하긴 좀 그렇고 그냥 단속이나 잘 하려고요. 지금은 얇은 책으로 가림막처럼 끼워놨어요.
    • 5번에서 황급히 내렸어요
      보면 후회할거같아서-_-
    • 으아아악..............택시괴담은 진짜 무서워요...........
    • 그런데 정말로 무서운 얘기는 뭔가 스토리가 있고 들었을 당시에 '으악!'할수 있는 얘기가 아니고, 듣는당시엔 별 감흥이 없지만 혼자있을때 자꾸 생각나서 무서워지는 얘기가 레알인듯합니다. 뭐 자기전에 방문을 살짝만 열어놓고 자면 그 틈새로 귀신이 널 보고있다던지.....침대쪽으로 의자를 돌려놓고 자면 의자에 앉아서 또 귀신이 날 감상;;하고있다던지 등등....쓰고보니 왠지 변태같지만 이런 상황에서의 귀신들의 비주얼은 처녀귀신이므로 그냥 넘어갑시다.
    • 그림니르 / 제 상상 속에선 그런 경우엔 처녀귀신이 아니고 '눈'만 있어요. 충혈된, 핏대선, 눈꺼풀이 없는 눈만 클로즈업된 이미지..
    • 4. 그때 내가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느냐고 한마디 하셨더라면..
      너무 심한 장난이겠죠. ^^;;;;
    • 5. 음 ... 정이 그러시다면 창문을 제거하시고 환풍기를 달아버리시죠.
    • 아 이런 애긴 모여서 촛불켜놓고 콜라마시며 들어야 해요
    • Wolverine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태워주신 분인데 어찌 그러겠어요..ㅎㅎ
    • 4번 보고 생각났는데요. 저도 예전에 밤중(한 9시쯤?)에 시외의 논밭만 있는 길가에 버스 기다리느라 서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거의 차는 안 지나다니고, 버스도 30분에 한 대씩 오는 건데 언제 올지 모르고 혹시나 사람 없는 줄 알고 그냥 지나갈까봐 계속 긴장하면서 차도 밖까지 나와서 서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만치에서 오토바이가 한 대 달려오는데 제 근처에 거의 다 와서 갑자기 급커브를 꺾다가 넘어져버렸어요. 너무 요란하게 넘어져서 제가 가까이 가서 괜찮으세요? 하고 물었는데 그 분이 우렁찬 비명을 지르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제가 그날따라 흰 원피스(물론 다른 색이 섞여있었지만 그 어둠 속에선 안 보였겠죠;)를 입고 있어서 멀리서 보고 귀신인 줄 알았대요. 그래서 정류장에서 멀리 돌아서 지나가려고 했는데 당황해서 핸들을 너무 많이 꺾었다고..... 다행히도 그 분은 무릎이랑 팔뚝이 까지긴 했지만 크게 다치진 않으신 것 같더라고요. ^_ㅠ
    • 2번 무서워요 으어어어어엉 계속 생각나요 덜덜덜...

      한 때 너무 취직이 안되서 택시기사를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었는데 이런 택시 괴담류가 꽤, 상당히, 은근히 많다고 하더라구요.

      약한 사람은 귀신 태우고 절벽으로 달리게 된다는 말도 있고.... 으악
    • run//촛불 여러 개 켜놓고 이야기 하나 끝날 때마다
      하나씩 꺼가면서 말이죠. ㅎ
    • 1번 정말 무서워요...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긴팔 가디건을 입는 상상을 해보니...
    • 악... 저 지금 소름돋았어요. 이래서 여름에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군요. 택시 이야기가 제일 무섭습니다ㅠㅠ
      5번이랑 비슷한 일 겪은 적 있는데요.. 제 방에 있는 미닫이문 창고문이 자꾸 열려있더라구요.. 제가 꼭 닫아두는데도.
    • 악명/ ㅋㅋㅋㅋㅋㅋㅋ
    • 악명/ 으하하 그게 제일 무서울 수도 있겠군요.

      BONNY / 제 건 누가됐든 사람이 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BONNY 님 건....
    • fysas/ 덜덜 떨면서 조심조심 읽다가 fysas님 댓글보고 빵 터졌어요ㅋㅋㅋ 사고를 부르는 흰 원피스
    • 잠이 안 와서 게시판을 뒤적거리다 읽게 됐는데 많이 무서워요...ㅠ.ㅠ

      그런데 재밌어서 계속 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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