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후 바낭, 어려울 때일수록 유머감각

뉴욕시에 100몇 년 만의 큰 피해를 끼쳤다는 샌디는 슬슬 물러가는 중이고, 저는 좀이 쑤셔서 회사에 기어나왔습니다. 회사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디씨 오피스는 공식적으론 문을 닫았지만 건물은 일단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요.


어젯밤엔 콘에디슨 건물이 폭발하는 바람에 39가 이남은 전기가 다 끊겼다고 해요. 그거보다 아주 조금 북쪽에 사는 제 아파트 건물은 멀쩡했습니다. 그런데도 다운타운 침수된 모습을 보니 참 심란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잠결에도 이거 정전되고 바람이 심해져서 암흑속 계단을 걸어내려가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하더군요.


이 와중에도 역시 빛을 발하는 건 유머 감각입니다. 옆주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씨는 "이번 허리케인으로 할로윈에 지장이 가면 내 행정명령으로 할로윈을 옮기겠어" 하고 트위트를 했어요. 집에 붙어있으면서 온갖 날씨 뉴스와 블룸버그 시장, 쿠오모, 크리스티 주지사 기자회견을 체크했는데 크리스티 시장은 의외로 잘생기지 않았나요. 아 그리고 한 방송작가 언니는 "허리케인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혹시 수퍼모델들이 다 날아가면 대신 내 사진을 찍으렴" 이랬습니다. 호오.


아, 회사까지 오는데 관광객들이 참 많았습니다. 생활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별로 안 돌아다녀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진 거겠죠. 근데 한 세 팀 정도가 낄낄거리면서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길거리를 비디오촬영하더군요. 평소엔 비디오 촬영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는데 참 특이했어요. 뭐를 그렇게 하하호호 웃으며 기록하고 싶은 걸까요?

    •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강 건너에 있는 저희 동네도 무사해요. 집 앞,뒤로 큰 나무들이 많아서 침대를 거실로 옮기고 잠을 잤는데, 밤 사이에 인터넷이 끊기고, 전화 수신율이 형편없었던 것만 빼면 무사했네요. (이번을 계기로 정말 타임워너, AT&T와는 작별을 고해야겠다고 다짐...) 백년 넘은 집들이 이렇게 잘 버텨줘서 감탄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모두의 관심사는 언제 서브웨이가 원상복귀 할 것이냐로...내일 출근길은 버스와 택시에만 의존해야 하니, 아수라장이겠군요. 회사에서 언제 이메일이 올지 긴장타고 있습니다...그건 그렇고, 이렇게 며칠 집에만 갇혀있었더니 저도 몸이 쑤셔서...조깅 좀 하고 와야겠어요.
      • 아이쿠 고생 많으셨네요. 저는 참 별 일 없었는데도 지치고 배고픈 거 있죠 (;ㅅ; 방금 평소에는 가지도 않던 회사 자판기에서 과자 뽑아오고). 오전엔 저도 심란함을 이기려고 평소에 운동 안하는 시간에 운동을 하러 건물 피트니스룸에 내려갔더니 다들 비슷한 상황인지 사람이 아주 그냥 바글바글하더라고요. 저희 회사에선 재빨리 "오늘은 회사 문을 닫았지만 건물 모든 것은 정상 운영되고 있단다" 하고 메일을 보냈어요. 내일부턴 어쨌든 정상 근무일이 될 것 같아요.

        밖에 날씨 꽤 춥습니다. 조깅 잘 다녀오세요.
    • 고생들 하셨군요 유머들을 읽으니 대단했던 샌디 같은
      • 저는 뭐 고생한 게 없는데 도시 전체, 아니 인근 지역 전부가 큰 일을 겪었어요.
    • 다들 별일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사는 데는 허리케인이 상륙한 곳보다 남쪽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생각보다 심하지 않더군요. 어젯밤에 잠자리에 들 때 바람 소리가 점점 심해지는 걸 듣고 "일어나면 전기가 나가 있겠군. 뭐가 날아와서 창문이나 깨지 않았으면 좋겠네" 이런 심정이었는데 막상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무 일도 없었거든요. 장점도 되지 않았고... 고지대여서 침수도 없었고... 주변에 사는 지인들도 연락해보니 심각한 상황은 없었다고들 하는 더 보니 이번엔 운이 놓았었나 봅니다.<br /><br />오히려 뉴스를 통해 듣는 뉴욕시 소식이 더 등골을 오싹하게 하더군요. 이스트 리버가 범람해서 FDR을 쓸어버린 걸 보자니 예전에 살았던 곳이 생각나 오싹했고, 로어 맨해튼이 다 정전된 걸 보니 2001년이었던가에 겪었던 대정전 생각이 나고, 고층 크레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걸 보니 전에 57th st 에선가에서 고층 크레인이 무너져 옆 건물을 달력을 때 근처를 지나가다 혼비백산 했던 때도 생각나고... 여기보다 NYC 에서 산 기간이 더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직도 감정이입이 되는거죠. 태풍이야 거진 패스했다지만 복구에 꽤 시간이 걸리겠죠. 다들 조심하시길..
      • 정말 다행이지요. 그 블랙아웃도 겪으셨군요. 여름이라 엄청 더웠다고들 하던데.
        저는 제 방 창문이 벽 양쪽을 차지하고 있어서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 잤답니다. 분위기상 일어나면 틀림없이 정전이겠거니 했는데 제 동네는 정전도 없었고요. 다만 저도 5년 넘게 이스트빌리지에 살아서 다운타운 정전 얘기가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고요.
        우가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뉴욕 사시는 분들 미국 동부 사시는 분들 글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 아유 레사님 감사합니다. 동네 친구랑 라면 먹고 들어왔어요. 길거리에 사람들이 엄청 많은 게 마치 금요일밤 같더라고요. 다들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싶었어요.
    • 뉴스 보고 걱정 많이 했는데 무사하시군요. 관광객들은 영화라도 보는 기분일지 모르겠지만 얄미우네요.
      • 사실 왜 웃는지 저야 맥락도 모르고, 허리케인 후라고 우울한 표정만 지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뭐랄까, 너네 일이 아니라서 즐겁니.. 하는 감정이입+심술궂은 기분이 되어버렸지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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