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으로 주제나 소주제를 말로하는 소설

이런 소설이 없을것 같지만 의외로 많아요.

 

쭉 감정 잡고 잘 읽어가다가

 

"그래서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은 끝까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다"

 

아악!!!

 

이러지 말라고!

 

마치...내가 말하려는 주제는 이거니까 딴생각하지 말라는것 같아요.

 

어제 도리스 레싱의 황금노트북 맨 뒤쪽인지 앞인지 작가가 한 말을 읽는데..

 

"내가 이 책을 쓰고 여러가지 반응을 받았다. 주로 세가지 부류인데..

사람들 반응이 왜이리 다를까? 결국 내 결론은 다르다는건 그만큼 내 작품이 성공적이라는 거고

내가 말하려는걸 사람들이 그대로 알길 바라는게 유치한것이다"

 

대충 이런 말이었던것 같네요.

 

소설을 읽다가 싫어지는 부분이 있다면 저런 지점이죠.

 

소설 내용으로 어렴풋이 감이 잡아지고, 책을 접고도 다시 그 상황을 떠올리면서

상황에 젖어들게 하면서 뒷얘기라던가 아니면 그 속의 맥락을 혼자 이어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 있는 반면..

 

소주제나 주제를 떠먹여주듯 한마디 해놓으면 그때부터 흥이 깨진 소설이 되고 맙니다.

그런걸 도구로 써서 다른걸 표현하는거면 모를까..

엷게 엷게 칠해오다가 꽝하고 검게 칠해버리는 느낌의 소설이면 좀..

 

하루키의 대극 어쩌고 발언도 그런 의미에서 좀..

    • 공감
      소설은 보여줘야지 직접 말해주면 안되죠
    • 거꾸로 한국 독자들이 소설 속에 나오는 이런 식의 아포리즘을 좋아한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블로그나 싸이월드에 따오기 좋은... 말씀하신 것처럼 작품의 중심 주제를 대놓고 요약하면 짜증나겠지만 사소한 상황에서 지나가면서 툭 던지는 아포리즘은 나름 매력이 있죠.
    • ㅋㅋㅋ 영화도 그렇죠. 법정에서 주제를 거창하게 말하는 영화 ㅋㅋ
    • 블루베리 // 그래야 마음속에 오래가는 소설이 되더라구요.

      autechre// 전 그것도 대체로 좀.. 취향이겠지만. 한 문장으로 압축해놓으면 좀 뭐랄까 멋이 없어요.

      키드 // 왠지 강우석 영화가 좀 그런 느낌들이었던것 같네요.
    • 동감입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중간에 대사 들어가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거 싫어요. 능력부족이란 생각밖엔 안들어요.
    • 하루키 팬이지만 그의 글에 등장하는 무수한 방점들, 짜증나요 ㅋ
    • 그래서 하루키를 안좋아해요
    • 딱히 적당한 예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런 건 어떨까요?

      "그땐 가을이었다. 연이의 남동생 따위엔,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다. 여자친구의 남동생이란 언제나 군대에 가 있거나, 시시한 대학의 신입생이거나 해서 누나에겐 관심도 없고 더더구나 누나의 남자 친구에 대해서는 학교 앞 커피 숍에서 만나도 인사도 건네지 않을 정도로 관심이 없는 그런 존재로 알고 있었다."

      여기서는 1인칭 서술자의 말이지만 두번째 문장은 꽤나 아포리즘으로 써먹을만한 (스무살짜리가 내뱉을만한) '인생의 깊이(!!!)'가 담긴 말이잖아요.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것들이 짜증날 때가 있는 건 알지만 소설은 보여줘야지 말로하면 안된다는 생각(telling에 대한 showing의 우위)도 사실 19세기에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잖아요. 그 이데올로기가 극한에 이르면 군더더기 없이 그냥 달리기만 하는 대중소설이 되는 것이고요. 아포리즘 정도가 아니라 아예 플롯을 정지시키고 서술자(저자)가 나와서 몇 페이지씩 딴 얘기를 논설문식으로 떠드는 경우도 소설사에는 비일비재했고 그런 것들이 문학성을 꼭 저해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 autechre/ 전 인용된 두번째 문장도 별로인데요..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기밖에 없지만 좋았어요.
      말하기 절정은 요시모토 바나나가 쓴 키친이었어요. 읽다가 던지고 싶었는데 일본어 공부하는셈치고 걍 참고 읽었죠.
      telling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어설픈 telling은 블로그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죠.
    • autechre // 저정도면 저한테는 그냥 문장이구나 싶은 느낌이에요. 그..뭐냐 "내가 지금 길게 몇장 쓰고 있지만, 요거거든?" 이게 티나는 경우같은거죠. 뭐랄까.. 동화를 쭈욱 재밌게 써놓고 <이 동화의 교훈은 xx입니다> 대충 이런 느낌이죠.
    • 저도 말하는 소설 말고 보여주는 소설이 좋아요.
    • autechre/그러게요. 저는 거의 철학서적 같았던 쿤데라의 사변적 소설들도 좋아요.
      catgotmy/다른 얘긴데요,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을 적에 여기에 들어오는 쪽문같은 글로 님께서 적으셨던
      '아더왕 신화와 북유럽신화' 글을 사용했더랬어요. 그때 즐겨찾기로 추가한 후 지금까지 계속 그 글을 통해 들어오고 있어요.
      저는 그 짧은 글이 너무 좋더라구요.
    • 저도요!!
      일본소설에서 저런 느낌 많이 받아요. '~했던 건 아닐까?' 이런 식의 문장을 상투적으로 쓰더라구요.
      특히 미스터리 소설의 메세지를 주입하고 싶어 안달난 듯 느낌은 참 -_-
    • 에스테반/ 그쵸.. 그래서 전 요즘 인기있는 일본 소설은 못보겠어요. 오그라들어요.. ; ㅠ
    • 이런 종류의 최고봉은 코엘료 아닌가요. ㅋㅋㅋㅋ
      하루키정도는 애교.
    • brunette // 아아. 갑자기 몸둘바를;

      에스테반// 전 가장 좋아하는 작가들은 일본 작가 특정 몇명인데, 그 작가들이 아닌건지 팬심인지 아리송합니다;

      레옴// 코엘료 책은 한권밖에 안봤는데 코엘료가 그런가보네요. 채팅하다가 브라질 애들한테 코엘료 물어보면..
      하나같이 코엘료 싫어한다는 말을...
    • 어린 왕자도 대놓고 아포리즘이죠 ⓑ
    • 이문열 소설 중엔 대놓고 김대중선생님까는 문장이 나오기도 그게 그 소설의 사실상의 주제였던듯 ⓑ
    •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 그건 아예 덩어리라 그렇게 삐그덕거리진 않더라구요. 좋아하는 소설은 아니지만요.
    • 토마스 만도 읽다보면 이게 독일 관념론 개설서인지 소설인지 헷갈릴때가 많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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