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맞서 싸워보기

출근했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가 얼굴이 벌개져서

계속 한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도 별 대답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나지막히 말씀하셨습니다.

일은 이랬어요.

 

함께 일하는 동료A는 여자이고 저와 직급이 같습니다.

근면 성실한 편이라 회사에서도 인정 받으시죠.

동료A는 직급이 높지만,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탕비실에 쌓인 컵들을 설거지 하기도 하고

동료들에게 커피를 돌리기도 하십니다.

 

그런데 얼마 전 회사에 신입사원이 한명 들어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저와 동료A는 그 신입사원이 사장님의 친조카라는 사실을 알고'만' 있습니다.

아들도 아니고 조카인데, 뭘 특별히 신경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대우하고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신입사원이 일찍 출근했고, 비슷한 시간에 출근한 동료A는 그 신입사원이

이것 저것 정리하면서 탕비실의 컵들을 발견하고 씻는 것을 보았답니다.

동료 A는 '아. 기특하다. 추울텐데, 뜨거운 물 틀어놓고 씻으라고 말해줘야겠다' 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관리팀 부장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고 합니다.

 

"야!!!!! 니가 그걸 왜 씻어!!!!! 너 컵 씻는 일 하려고 회사 나왔어?!"

 

동료 A는 잠시 멈칫 했고, 이내 분노가 일었다고 합니다.

그럼 나는, 컵 씻으러 출근했니.

여직원들은 손님이 오시면 커피나 차를 내 드리고 컵 씻는 일이 당연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데, 그 부장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는 책상위 물건들을 턱턱 던져가면서 신경질 부리는 것을 목격하고

더욱 화가 났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제게 말하길 '이제 앞으로 여직원들이 컵 씻는일은 아예 하지 못하게 할꺼에요!' 라고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남자가 특별히 힘쓸 일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이제 이런 사무실 잡일 중에 남녀를 구분하는 일은 없어지고 있고 없어져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나요?

 

그러던 와중에 저보다 한직급 낮지만 나이는 한살 많은 남자동료B도 어이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전 날 저녁 간식으로 (모두 다 함께) 먹던 도너츠를 냉장고에 넣고 퇴근하는 걸 잊은 부하직원이

회사에 전화했는데,  동료B가 그 전화를 받았답니다.

부하직원은 '죄송하지만..' 으로 시작해서 '도너츠를 냉장고에 좀 넣어주십사' 부탁드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동료B 가 하는 말이, '니가 나한테 그런거 부탁하는게 옳다고 생각하냐. 그런거는 다른 여자분들이나

이번에 들어온 신입직원 바꿔달라고 해서 부탁하는게 맞는거다' 라고 하는 겁니다.

 

...

 

관리부장과 동료B가 어제 저녁에 뭘 잘못 쳐 드셨나..

하고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그리고 저는 곧, 한 마디 할 예정이고요.

    • 귤은 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귤은 맵습니다.
    • 재수없지만 관리팀 부장은 약간 이해 가고요.. (..) 동료 B는 진짜 어이 없네요.
    • 화이팅!
      그분들 개념을 빼놓고 출근하신듯
    • 후기 기다릴께요~~^^;;;
    • @피노키오님/ 감사합니다! 'ㅂ'
      @김전일님/ 귤이 시다뇨! 맵다뇨! .. 홍대의 '오렌지아저씨' 추천합니다. 흥쳇
      @잠익2님/ 한 마디 할 예정인데,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관리팀 부장을 어떤 면에서 약간 이해해야 하는걸까요. 제가 지나치게 생각하는걸까요.

      .. 지인의 배우자분께서 '병신이 병신짓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이해해 보려고 하는 것은 정신병이다' 라는 명언을 하셔서
      제가 종종 써먹고 혹은 대입시켜 생각해 자제 하는 편입니다.

      ..그래야 하는걸까요.
    • @칸쵸양님/ 후후, 감사합니다.
      @ExtremE / 두구두구두구
    • 응원해야 되는데 일단 분노가 치밀어서. 부들부들...
      후기 기다리겠습니다.
    • 러브귤/ 회사에 오래 붙어 있고 싶어서 오바하는거겠죠뭐.. ^^;
      이해한다는건 저도 그런 상황에서 부장처럼 할거라는게 아니라 병신이 병신짓한다는 뜻입니다 (..)
      그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여자 직원이 커피 타고 컵 씻는 관행이 사라지면 오히려 잘 된 일 (?)
      "부장님 말씀을 새겨 듣고 보니 여자 직원이 컵 씻으러 회사 다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역시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줄 알아요.



      다른 말이지만 결혼하고 제일 많이 받은 질문

      아침밥은 어떻게?

      평소 남녀차별적 뉘앙스도 보인적 없는 분들도 다....아침밥이 여자 관할이라는 편견에 아연했죠.
    • 윗분들 말씀대로 이 기회에 여직원이 컵 씻는 걸 아예 금지시키는 것도 좋겠네요. 관리팀 부장님이 직접 그렇게 얘기했음을 만천하에 알리면서요.
      (동료 A분께도 이래저래.. 앞으로는 안하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하고요.)
      저희 회사는 국장급 아래로는(부장님들 포함) 다 자기 컵은 자기가 씻습니다. 국장님도 자기 컵은 자기가 씻지만, 손님이 오실때가 많아서 손님 컵만 담당 직원(아쉽게도 여자)이 정리합니다.
      • 저는 제 밑으로 여직원들 못 하게 했어요. 참모 성격의 조직이라 쉽긴 했죠.
    • 마른김/ 방긋 웃으면서 '남편이 차려줘요 ^^'라고 대답하는 건 어떨까요?ㅎㅎ (분위기가 어색해지면 "저녁은 제가 차려요~ ^^"로 마무리~)
    • 후기라고 할껀 없지만...

      ..지금 막 벌떡, 일어나서 사무실에서 쩌렁쩌렁 이야기 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손님들의 차접대는 사장님과 부사장님,상무님 손님을 제외하고는 각자 알아서 하는 걸로.
      그리고 자신의 손님들것과 자신의 컵은 각자 알아서 닦는 걸로 합시다.
      우리 모두 차심부름하고 컵 닦으려고 회사 나오는건 아니까요. 그렇죠?!]

      곧, 전체 메일로 공지띄울 예정이구요.

      그리고, 상무님께 이 일에 대해 꼰질르고(치사하죠?), 해당자(부장)에게 조금 있다 면담요청하려고요. 아침 그 사건 이후 자취를 감추어서
      찾고 싶은데, 없네요.

      동료B는.. 동료B가 부하직원(여자)을 불러내서 한 이야기를 부하직원이 제게 전한거라서
      아는 척 할 수가 없어 미추어버리겠어요.(아..이 오지랖)

      그래서 동료A와 함께 작당하고 있습니다. 기회봐서, 좋은 기회에, 한 방 먹이기로.
      아잉, 한번만 걸려주라 제발.
      • 정말 멋집니다. B분께도 동료A분과 멋진 한 방을 날리시길 바랄게요.
        • 엇... 아롱이는 잘 지내나요? 아롱이 소식이 궁금해서리... ^^:;;
      • 러브귤님 대리만족을 위해 만든 드라마 속에서 나올 법한 멋진 직원이시네요! 정말 대단하세요.
    • 멋있어요~ (+.+)//
      하지만... 뒷일은... 별일 없겠지요?
    • 멋지다 @_@ 기합 더 넣어드릴게요. 얍!!!
    • 멋지세요 역시 러브귤님
    • 멋지다는 찬사 들으려고 쓴게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 심히 부끄럽습니다(그런 얘기 들을려고 그런거잖아!)
      천성이 쌈닭인데다 좀 삐뚤어져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참을 줄 몰라 그러는 것 같습니다.

      뒷일에 대해서는... 댓글이 길어지니 답글로 써야겠어요.하하하하 (일을 크게 만들었답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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