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젊은이들

1. 호구지책으로 방을 하나 학생에게 항상 세를 주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외국인이니까 영어가 통하는 외국인이 편해서

외국학생들을 받는데 여기 교환학생 중에 워낙 스페인 학생들이 많아서 2 년째 스페인 플랫메이트와 살고 있습니다.


2. 왜 스페인 교환학생이 그렇게 많은 것인가 알아봤더니 

많은 스페인 대학에서 유럽 교환학생을 선발하는 영어 시험이

헬로-하우아유-아임화인 땡뀨 앤쥬? 이 수준이라네요.

웬지 교환학생 온 애들이 <미 노 스픽 아메리카노 아블라 에스빠뇰?> 이러고 있더라....


3. 이번에는 철저한 30분 이상의 대화와 조정-_-을 통해 플랫메이트를 선정했는데

20 명 정도를 봤는데 거의 다 스페인 사람인거에요!

알고보니 제가 광고 낼 때 <스페인어 구사>라고 썼더니

...다른 나라에서 온 애들이 스페인 사람이랑 살아야되는 줄 알고 연락을 꺼렸더랍니다.

대신 전화 걸자마자 스페인어 할 줄 아냐고 하는 스페인 애들만 전화를 ;ㅛ;

네 스페인의 젊은이들이란 그런 존재. 

전 사실 "얼마면 되? 얼마면 되니?" 하면서 오백유로 턱턱 던지는 스칸디나비아 어린이들을 기다렸었죠 ㅜㅜ


4. 스페인 사람들이 살갑고 정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친구되면 좋은데 플랫메이트가 되기에는 너무 힘듭니다. 

뭔가 매우 전통적인 동네서 대가족이랑 부대끼며 자란 그런 분위기들이 있습니다.

내거는 내거지만 니거는 내거. 이런 정서도 있어서 소유물 구분이 잘 안되고 

화끈하게 싸우고 푼다 이런 정서도 있어서 저같은 적립형 인간이랑은 잘 안 맞기도 하고요.

스페인어 못하는 사람 앞에서 막 모를 줄 알고 욕하고...

매주 초대에 파티...

작년에 같이 살았던 스페인산 어린이 덕분에 저희 아파트 건물 전체에

옥상 사용/베란다 사용/야간 소음 등등의 룰이 새로 제정되었습니다.


5. <친구 불러서 파티하면 너무 재밌겠다^0^ 난 맨날 파티하고 마리화나펴^0^ 혹시 이 동네 파는 사람 아니?*.*>

하는 해맑은 스페인 어린이들을 거절하다 

대체 우울하고 반사회적인 교환학생은 없는 것인가 고민을 하던 중에

<난 친구도 별로 없고 우리 과는 숙제가 너무 많고... 아마 울 엄마 아빠만 잠깐 들리실거야> 

하는 학생을 만나 집세 50유로 깎아주며 전격 메달리기를 시전하여 이번 플랫메이트를 잡았습니다.


6. 그런데 이 친구도 소유물 구분은 잘 안되네요.

제 새 후라이팬의 코팅을 다 태워놨길래 

<내가 하나 사고 보증금에서 뺄게^^> 했더니

정말 코팅을 죄 벗겨서 탄 것을 없애더니

<이제 괜찮지? 내가 내 후라이팬을 새로 살게^^ 니건 너무 시끄러워서 ^ㅅ^>


하는 미묘한 논리를 펴네요.

아니 니가 내 후라이팬을 긁어놓고 왜 니걸 새로 사...

내걸 사줘... 

그런데 너 후라이팬이랑 대화하냐 -_- 시끄럽긴...


하긴 작년의 룸메도 후라이팬을 다 긁어 놓고 나서는

<넌 왜 이렇게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니?'ㅅ' 

작은 일에 신경 쓰는 건 니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야> 라고 저를 혼냈는데

내 돈 주고 산 내 물건이라서 신경쓰이지(갱생퀴야) ㅗㅠ.ㅠㅗ

걔보단 얘가 훨 낫네요. 

그 친구의 또 하나의 명언으론 자기가 냉장고에서 썩힌 음식을 버리며

<난 이게 니 한국음식인 줄 알았지>


7. 그래도 반사회적이고 친구 없고 공부만하는 학생 만나기 쉽지 않으니

이따 잘 이야기해보고 그래도 안 통하면

그냥 제 돈으로 사야겠습니다. 을마인드의 방주인. 


*제가 만난 몇 안되는 어린 스페인 학생들 이야기라...그 동네 사람들이 다 그렇단 건 아니에요. 

사실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첫 독립하면서 다 저런 실수를 하는 거 같아요.

    • 아이고ㅋㅋㅋ 홉구님 플랫메이트 꿀밤 먹여주고 싶네요. 생판 모르는 사람과 살기엔 역시 내껀 내꺼, 네껀 네꺼 마인드의 안물안궁 유형이 최고인가봐요.
    • 난 이게 니 한국음식인 줄 알았지 ㅎ
      왠지 비슷한 드립으로 복수해주면 좋겠다 싶은데 전 스페인에 대해 아는게 없네요
    • 다음번 플랫메이트에는 스페인어 구사를 빼고 광고를 내보시는것도 방법일지도요...ㅋㅋ

      근데 여행하면서 스페인애들 만나며 느끼는건, 되게 정많고 살갑고 시끄럽더군요....ㅋㅋㅋㅋ 게다가 스페인어가 파워가 쎄서 그런지, 어딜가나 걍 스페인어로 샬라샬라..ㅋㅋ
    • 아이고 구님 고생이 많으시군요..다음엔 꼭 우울하고 반사회적인 교환학생을 만나시길 바랍니다.ㅠㅠ
    • 스페인은 잘 모르겠지만 남미(특히 브라질과 콜롬비아. 페루는 딱 두 사람밖에 안 겪어봐서)쪽 애들이 참으로 '파뤼파뤼 앗싸 파뤼 그래 인생은 즐겁게 에헤라디야 그대 그대는 왜 그리 심각하게 사나요 즐겨요 인생을'라는 좌우명은 정말 모두가 하나도 빠짐없이 가지고 있더군요;;;; 이미 그 논리에 져서 그들과 진지하게 무언가를 논쟁해 본 적 없어 프라이팬 논쟁은 그저 눈만 멀뚱멀뚱. 온갖 웃기는 스토리와 궤변과 변명과 심지어 훈계;;를 다른 나라애들로 들었던지라 뭐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참 억장은 무너지는 그 느낌적인 느낌 -_-
      ........같이, 심냅시다 ㅠ_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4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8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5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8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9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6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6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2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5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