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가족 여행.

두달전에 가족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오랫만에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가자.해서 하동쪽 여행지를 잡고 숙박업소도 지정해서 갔죠.

 

그런데 할머니가 너무 노하셨던거에요..나이가 90 다 되가시니까..

그래도 말씀도 많으시고 뭔가 에너지가 많으신 분이라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호텔에서 계속 잠만 주무심.

나가면 십분 걷다 쉬시고..쉬시고..

도저히 여행을 할수가 없어서 할머니께 여쭤보니 할머니댁 근방의 계곡에 가서 놀자시는거에요.

 

할머니 사시는 주변에 자그만 계곡이 있는데 저 어릴때 할머니와 함께 가서 거기서 목욕도 하고 그랬거든요.

 

일단 짐 다시 챙기고 할머니 댁으로 갔는데..할머니가 바리바리 빨래감을 싸기 시작-.-;;

예전에 거기서 목간(목욕)도 하고 빨래도 했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니가 할머니 빨래 챙기는 모습을 보고 좀 역정을 내셨지만 역부족.

어쨌든 빨래감을 챙겨서 계곡에 갔는데..

 

그 조그만 계곡에 퍼진 엄청난 인파..엄청난 차량들..그리고 계곡 끝에서 아래까지 계곡길을 따라 쭉 이어진 계곡에 평상깔은 음식점들의 행렬...

 

당연히 음식점에는 자리가 없고..저희는 갈길을 잃고 그냥 주변 음식점 평상에 꼽사리 껴서 앉아 있었죠.

할머니는 자꾸 빨개벗고 들어가서 빨래 하시려 하는데 어머니가 사람들이 경찰 부른다고.해서 겨우 말리셨어요.

 

예전 할머니가 생각하셨던 그런 계곡이 아니었던거에요. 

할머니가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가 왔어요.가족들도 모두 그랬죠. 



사람이 늙는게 무언지 마구마구 서글픔이 밀려드는 요즘이에요.

    • 저는 오늘 반년만에 외할머니를 뵈었는데요, 제가 누군지 모르시더군요. 치매..라던가 그런건 아니고요, 노환이시죠.
      넌 누구니. 하시기에 엄마이름 대면서 XX이 딸이에요..하자 그냥 손만 잡아주시더라고요. 비슷한 마음이네요.
    • 정말 서글퍼지는 글이에요..

      할머니가 기억하시는 그곳이 있으면 좋을텐데...
    • 저는 작년에 엄마와 일본여행 갔는데 엄마가 여행을 힘들어 하시더라구요 조금만 쉬었다 가자는 말을 계속 하시는데 맘 아팠어요 아직 60대 중반이신데...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 나이대 어르신 분들보다 더 힘들어 하셔서 여행내내 속상했던 기억이 나네요ㅜ.ㅜ
    • 어르신들이 나이 드셨다는 걸 실감하는 건 항상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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