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무협소설 좋아하세요?

제가 김용 작품을 처음 접한건 초딩때 외가댁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하고 서먹해서 막내삼촌 학창시절에 쓰던 방에서 뒹굴거리는데 책꽃이에 '아 만리성!'이라는 책이 있었어요. 그거 뽑아서 읽고 거의 미치광이처럼 식음을 전폐... 고려원판 영웅문 뒷표지에 '몰아의 지경으로 몰고가는 재미'어쩌구 있는데, 진짜 나 자신을 잊을 정도로 충격적이더라구요. 아 물론 아 만리성이 뭘 번역한건진 아시겠죠.

 

그리고 귀가해서 동네 대여점엘 갔더니 보물창고더군요. 초딩이 만화방에서 만화는 안빌려보고 책장이 누렇게 변색된 이상한 소설책을 주야장천 빌려다 읽었죠. 거기서 월녀검을 제외한 전 작품을 다 봤네요. 윤지평이 소용녀를 !@$@!$!하는 장면에서는 너무 충격받아서 한 사흘간 밥맛을 잃기도...진짜로요

 

우리나라에서는 영웅문으로 출간된 사조삼부곡가 히트했지만(뜬소문으로는 영웅문이 수십만부가 팔렸다고도 하고 또 의천도룡기는 드라마로 워낙 유명하니) 저는 개인적으로 소오강호와 천룡팔부, 협객행을 최고로 꼽아요.

 

소오강호는 다른 작품보다 좀더 무협스멜(?), 청소년의 로망이 있다고 할까.. 도입부도 지금 생각하면 참 신선해요. 잘나가는 공자가 어느날 집안의 비급을 노린 흉수에 의해 일가가 구몰되고 복수를 다짐...까지 읽으면 주인공이 임평지인거 같은데, 뜬금없이 휙 장면이 바뀌더니 술좋아하는 한량이 등장하죠. 그래서 번역판 중에는 맨 앞부분 임평지 집안이 전멸하는 부분을 생략하는 만행을 저지른 판이 있다고도 어디선가 본거 같기도 해요. 그리고 이 소설은 영화 동방불패 때문에 안읽어본 분들에게도 친숙할거에요. 영화에서는 중성적 매력을 막 분사해대는 청하누나가 청년들을 잠못이루게 했지만, 원작의 동방불패는 완전....; 그래도 바늘 한개 들고 무술 고수 네명을 가지고 노는 장면은 간지폭발. 솔직히 저는 영화는 별로였어요. 소설 읽으면서 상상했던 멋진 장면들이 별로 그럴듯하게 영상화되지 못한거 같았거든요. 임청하누나 하나 보고 가는거죠 영화는.

 

천룡팔부... 무협소설의 종합선물세트. 김용 소설을 굳이 한작품만 꼽으라면 전 이거에요. 등장하는 무술도 기상천외하고 뭔가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샘솟는듯한, 그리고 호걸형 주인공의 끝판왕 소봉도 멋있구요. 소요파라는 문파가 등장하는데, 아마도 김용 월드에서 가장 신비롭고 불가사의하게 묘사되는 일파일거에요. 말 그대로 신선같은 느낌..근데 그런 신선들이 고작 치정문제로 악다구니 쓰다가 '아 우리가 다퉜던 그이가 좋아했던건 우리 둘다 아니었어 히히'라면서 멘붕하고 죽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네요.

 

근데 이 작품에는 대필이라는 치명적인 흑역사가 있죠;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대필인지까지 얘기가 나올 정도니..

 

협객행... 짧은 편인데 단숨에 잘 읽혀요. 김용 작품중에 사조삼부곡이 좀 우직한 정통소설(?)내지는 역사물 같은 느낌이라면, 협객행은 주로 짜릿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그런 소품같은 느낌이었어요. 읽으신 분이 생각보다 많지 안더라구요. 10년마다 돌연 나타나서 '우리 섬에 와서 팥죽 먹을래 아니면 일가친척이 다 몰살당할래?'라고 택일을 강요하는 상선벌악사자라니.. 그리고 드래곤볼류의 파워에스컬레이션(-_-) 소설이기도 하죠. 당대의 고수들을 한수 밑에 놓는 사연객을 가볍게 제압하는 상선벌악사자 따위는 수십명의 제자중 말석에 두는 협객도 도주 두명을 기진맥진해서 죽게 만드는 석파천!

 

근데 이 할배가 말년에 개작을 엄청나게 했는데, 그게 하나같이 너무 멘붕오는 것들이라 아쉽기도 해요. 심지어 김용 광팬인 제 친구는 '이 노인네가 노망이....'라고 화낼정도; 윤지평 고친건 후손들 반발때문이라니까 이해는 가지만. 하긴 그 후손들은 정말 화났겠죠. 멀쩡한 도가의 역사적 실존인물인 조상님을 찌질한 강간범으로 만들었으니.

 

 

    • 다른 것은 그렇다 치고, 사조영웅전과 천룡팔부를 억지로 이으려고 손 본 것이 제일 마음에 안들더군요. 항룡십팔장이 처음에는 홍칠공이 역경을 보고 스스로 창안한 것이었다가 개방의 방주에게 내려오는 무공으로 바뀌고, 일양지가 왕중양이 창안한 것이었다가 대리 단씨의 것으로 바뀌고..
      • 뭔가 한 세계관으로 묶으려다가 이상해졌죠... 항룡십팔장도 홍칠공의 창안설(?)이 더 멋있는데
    • 전 김용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등장인물이 영호충~고딩 때 동방불패1 보면서 이연걸은 영호충 치고는 너무 얄쌍해(?)라며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소싯적 술 마시면서 정철의 장진주사를 읊었던 것도 영호충의 영향이 있었네요.ㅎ
      • 영호충 역은 [소오강호]의 허관걸이 훨씬 잘 어울렸죠.
        • 저 그 영화 완전 좋아합니다. 이미지가 너무 딱이라서 소름끼칠정도.
          근데 악영산이 너무 안이뻐..ㅠ
    • 영웅문 시리즈를 중도관 2층 개가실에서 빌려 보면서 김용 작품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 반년 동안 푹빠져서 정말 행복하게 지냈더랬습니다.
      가장 재밌게 읽었던 작품은 역시 소오강호고, 결말이 감동적이었던건 연성결이었습니다.
      • 연성결도 좋아요. 주인공중에 가장 안습한 불운의 아이콘 적운. 눈덮힌 계곡에서 감정이 폭발해서 울면서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가..
      • 전 김용 전작을 통틀어 연성결을 제일 좋아합니다. 인생의 씁쓸함과 서글픔을 가장 잘 표현했죠. 연성결 생각만 해도 먹먹합니다.
      • 전 김용 전작을 통틀어 연성결을 제일 좋아합니다. 인생의 씁쓸함과 서글픔을 가장 잘 표현했죠. 연성결 생각만 해도 먹먹합니다.
    • 가장 긴장감 넘치게 본 작품은 '설산비호' 입니다.
      • 그것도 너무 재밌..이런 안좋은게 없네;
        한정된 무대 안에서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과거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는 구성이 흥미진진하죠. 추리소설 같은 느낌도 들고
    • 저는 김용을 이야기할 때마다 [녹정기]를 빼놓지 않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 중에 이렇게 마음먹고 개그를 치는 소설이 없었기도 해서...ㅎㅎ
      • 이 댓글 보고 후회했어요...사실은 녹정기도 베스트 중 하나인데; 이러다가 15작품을 다 베스트라고 할 기세
    • 어릴때는 정말 빠져 살았네요. 다 좋았지만 그래도 전 하나만 꼽으라면 신조협려에요. 주인공 양과가 선입견 때문에 겪는 고난이나 사부인 소용녀와의 사랑이 여느 무협소설이나 통속소설과는 달라서 요즘도 가끔은 이걸 찾아서 읽어요
      • 양과 팔 잘리는 장면에서도 입맛을 잃었더랬죠ㅠㅠ
        • 곽비, 이 나쁜 기집애..
            • 근데 전 어린 시절 곽부에게 감정이입했어요. 질투장이였거든요.
    • 위소보같은 현대적인 반영웅들이 그렇게 오래된 작품에 나오는거보면 대단하기는 해요. 근데 예전에는 손으로 썼을텐데 그 많은 한자를 매일 매일 어떻게 연재했을까 궁금하고, 무술장면은 대충 효과음만 넣고 얼머부리는게 아니라 실제로 영화로 재연이 가능하게 묘사했다는것도 참 놀라워요. 거기다가 현재 팩션이라고 하는것도 김용이 다하고 있던거죠.

      소림사 권법이나 아미파니 하는거 모두 지어낸건데 80년대 중반이후 부터 중국에서 실제 존재한다면서 나온 단체들이 많아요. 거의 역사랑 구분을 안하더군요. 모든 무협물에는 김용의 무술이 당연하다는듯이 나오죠. 이런식으로 중국의 역사가 뻥튀기가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 제가 가본적은 없지만 김용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관광지로 조성된 데가 많대요. 심지어 작중에서 위치가 설명되지도 않은 절정곡 이런데까지..ㅎㅎ

        김용 소설의 재미 중 하나가 무술묘사라는 점에 공감해요. '야 이런것 진짜 있을것 같아'라는 느낌이 드는것 부터, 소요파 무공처럼 판타지의 영역으로 넘어간것까지.. 뭔가 뻥도 그럴듯하게 치니까 재미가 돋아요ㅋㅋ
    • 전 홍콩 드라마로 다 접해 그런지 드라마가 좋아요 주인이나 이약동 여미한같은 미인을 접한건만 해도 큰 행운 ^^
      • 주인 너무 예뻤죠. 황용이 책에서 걸어나온 느낌
    • 저도 모든 작품 중 소오강호를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처음에 읽은 작품이 바로 그 앞부분 드러낸 판이었습니다;
      딴소리지만 게임 소오강호의 주제가 들어보셨나요? 소설과 잘 어울려요.

      천룡팔부는 너무 막장 드라마같아서 할말이...녹정기나 의천도룡기에 비하면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죠. (사귀는 여자마다 다 ......라니 아놔.)
      어린 맘에도 이 작품은 왠지 김용 작품같지 않았어요. 맥이 탁탁 끊기고 이상하게 전개되는게...마치 위작인 화산논검 보는 느낌.
      • 그 삭제판이 진짜 있었군요 ㄷㄷ

        치정극들이 아주 가관이죠ㅎ 마음에들어서 사귀는 여자마다 '얘야 사실은 니 아빠가..' 제일 마음에 드는 애 꼬셨더니 '사실은 걔도...' 아놔 이건 너무하잖아 했더니 '니 친아빠는 바로..'

        ㅋㅋㅋㅋㅋㅋㅋ
    • 저는 김용 작품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신조협려'입니다. 지금도 거의 기억하는 한시는 고등학교때 두시언해의 춘망 하고 정위하물 이 두편일 정도로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작품이죠.
      • 워낙 격정적인 분위기의 작품이라 많이 사랑받는거 같아요
    • 그렇지요. 뭐니뭐니 해도, 비록 제목은 영 뜬금없지만, 임화백 역의 소오강호가 제일입니다!
      그리고 작가가 개작한 내용을 깔끔하게 무시해줘야 진정한 금용의 팬이라고 할 수 있지요(응?).
    • 저는 쟁선계라는 한국 무협이 김용을 능가한다는 글을 읽었었는데 정말 궁금하더라구요.
      읽어보신 분 의견이 궁금해요.
      • 쟁선계의 팬으로서 말씀드리자면 한국무협 10선에는 분명히 들어갈 작품이지만, 국제적 대가인 금선생에 비하기는 조금 모자라다고 봅니다. 게다가 미완작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요. 제가 출간되어 있는 마지막 권을 산 지가 벌써 7년이 넘었을걸요?
        • 덕분에 너무 지나친 기대는 않게 되었습니다. ^^
      • 쟁선계의 이재일을 비롯해서 좌백이나 장경 등은 정말 잘 썼죠.
        당시의 신무협류는 정말 짜릿한 맛이 있어서 김용보다 재밌다는 평들이 종종 있었는데,
        뭐가 뭐를 능가한단 식의 수평비교는 무리이지 싶습니다. 장르가 다르고 분야가 다르단 생각이..
        무엇보다 김용은 고전이잖아요. 정전이고..
        요즘 보면 묵향이나 김정률 등을 최고라는 이들이 많은데... 그냥 종족이 다르려니 합니다.
        • 감사합니다. 묵향은 재미는 모르겠지만 깊이나 짜임새를 이야기하기엔... ^^;;
    • 그 앞부분 들어낸 판이 아마 중원문화사 판 소오강호였죠. 무림파천황 필화 사건의 박영창 씨 번역이었구요.
      후에 그 들어낸 판이 못내 아쉽다며 '동방불패'라는 제목으로 다시 낼 때는 원상회복시켰더군요.
      그나저나 당시는 정식 계약 출판본이 아니었던 관계로,
      pc통신 등지에서 불법공유가 만연하자 박영창 씨가...
      김용소설의 저작권은 그것을 번역한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여 좀 논란이 있던 기억이 나네요.
    • '아 만리성..' 이 뜬금없는 번역 제목을 또 볼 줄이야..ㅎㅎㅎ 추억 돋네요! 중학교 시절 영웅문 3부작에 푹 빠져있었기에,
      전권 모두 사모아서 같은반 모범생 친구들에게 바이블을 전도하는 성스러운 맘으로 빌려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개인적으로 '소오강호'가 제일 재밌었고, '사조영웅전'은 제일 좋아라 합니다. 저 역시 80~90년대에 홍콩 드라마로 제작된 씨리즈 비디오로
      우선 접했었어요. 그러고 보면 8~90년대 당시 홍콩 스타들이 모두 주인공으로 나왔었네요. 그 중에서도 양조위가 다작을 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녹정기의 위소보, 의천도룡기의 장무기, 협객행의 쌍둥이 주인공으로 나왔었죠.
      유덕화도 몇편 있었는데 신조협려의 양과, 녹정기의 강희제가 기억나요. 그리고 역할은 어울렸으나 몸이 너무 둔해서 당췌 무림고수로
      보이지 않던 주윤발의 영호충이 기억에 남네요.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드라마 중 최고의 캐스팅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인 '황용'역할로 나온 '주인'! 윗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책에서 걸어나온 느낌! (근데 주인은 요즘 나온 오란씨걸 '김지원'이랑 좀 닮지않았나요?)
    • 첫 댓글을 매우 기쁜 마음으로 쓸 수 있어 다행입니다. :)
      소설도 좋지만 사실 많이 읽어보진 못했고,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신조협려'를 가장 좋아하고, 구할 수 있다면 언젠가 86년도(?) 판 양조위 주연의 의천도룡기를 보고 싶습니다. ㅎㅎ
    • 제가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그 계기가 바로 김용 원작의 소오강호 홍콩드라마였어요!!
      정말 저에겐 큰 의미가 있는 김용선생.
    • 남동생이 침 튀기며 추천해서 조금 봤지요. 문장이 군더더기가 없고 작가가 머리가 좋다는 생각은 했어요. 사실 명성이 엄청나지 않나요.
    • 소오강호 동명의 노래 사랑합니다.
      김용 소설 읽을 때 저는 무지 재미있긴 했지만 참 사소한 원한에 목숨 거는구나,옛날 사람들은 꽤 단순했구나 이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지금 읽으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과연 사소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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