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그리스, 한국은 잘 있습니까

오늘 그리스로 왔어요. 경기침체와 파업때문인지 숙박료가 아침 포함 호텔인데도...인당 십유료네요 결제할 때 너무 놀랐어요. 살인물가 이태리에서 있다가...그리스 관광객이 정말 많이 줄긴 줄었나봐요. 레스토랑은 뭐...이태리 버금가게 비쌌지마뇨 ㅎㅎ
오늘은 지중해식이겠죠! 문어그릴구이를 먹었지요. ㅎㅎ 이제 빵과 고기류는 질려서...ㅎㅎ 유명한 요리 먹긴 해야는데 고기는 정말 앞으로 오래 안먹어도 이제 생각 안날듯요...

이태리에선 추천해주신 내장버거도 먹고! 맛있았어요! 내장이래서 흉측한 모양을 생각했는데 그렇진 않아서 좋았어요. 미켈란젤로 언덕도 가고요ㅡ 역시 다들 눈으로 감상할 때 러시아에서 정가보다 비싸게 주고 산 쌍원경으로 폼나게 꺼내서 봤죠. 우쭐. 확인하진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 절 부러워했을 거예요. 확신! 두오모 성당에 있는 사람까지 보이는 쌍원경! 여권처럼 여행 필수품입니다 ㅋㅋㅋ

수상도시 베네치아는 직접보니 참 신기하더라고요. 정말 바다에 섬을 연결한 도시라니...문 앞에 바닷물이 넘실대는 광경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라서 산다는 건 어떤걸까요. 베네치아는 지도가 있어도 구글신이 계셔도 도저히 길찾기가 안되서 ㅠㅠ 호스텔 리셉션 찾는데만 세시간 걸렸어요 ㅠㅠ 안가본 골목이 없음 ㅜㅜ 전 정말 지독한 길치인데 해외에서 살아야하니까 일평생 못봣던 지도도 보게되고 길찾기에 자신감이 생겼는데 베네치아에서 다시 무너졌네요 ㅠㅠ 역시 난 안돼 ㅠㅠ

여행 다니면서 제 자신이 느리고 미약하지만 변화하는 걸 느껴요. 한국에서 해남에서 남해까지 돌 때, 내성적인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했었어요. 그때도 별 준비없이 떠났고 결국 물어물어 다녀야했기에 살기 위해서 변한거죠 ㅎㅎ 그래봤자 아주 외향적인 사람은 못되지만 옛날 생각하면 정말 용됐거든요. 이번 여행에선 길찾는 감각이 생겼어요. 그리고 제가 아주 나약한 인간이고 포기가 빠른데 몹시 짜증을 잘 내는 사람인 것도, 알았어요. 바닥인 저와 대면한 직후엔 너무너무 부끄러워요...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인지 몰랐는데...한국가면 강해지고 자립심도 키우고 무엇보다 여유를 가지며 살 수 있게 많이 수련해야겠어요.

사소해서 한치의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던 일들이 외국에선 당연하지 않은 게 너무 많아요. 얼마나 많은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살았던 걸까...지금 이 순간에도 의심할 생각조차없이 너무 당연하게 편견을 갖고 행하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다보면 살아가는 게 죄인 같아요. 순간순간 그런 일을 접할 때마다 여행이 참 고마워집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여행을 자꾸 떠났던 이유가 명확해져요.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다시 또 여행하고 싶어요. 다음엔 준비 좀 해서...ㅎㅎ

한국에서 그리고 여행중에 그리스 소식을 접했을 땐 곧 나라가 무너질 것 같았는데 와보니 역시나 다들 살아가고 있어요. 외신기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요. 여행객 눈에 비치는 강도가 더 크겠지만, 이 곳에서도 당연히 사람들이 삶을 살아갈테니까요.

관광지에 여행객들에게 빨갱이들이 메세지를 써서 붙여놨더라고요 ㅎㅎ 정말 난 관광 객 이라는 게 실감났어요.

여기서 항공권을 알아보고 귀국할 생각이에요 ㅎㅎ 여기 여행사에 문의하고 구글계정으로 답메일 요청했는데 좀전에 지메일 차단됐어요 ㅠㅠ 잦은 로그인 때문이라며 ㅠㅠ
아니 내 계정에 내가 로그인하는데 잦다고 차단하냐 ㅠㅠ
항공권 어쩌란 말이냐 흑...
결국 또 직접 찾아다녀야할랑가봐요 ㅜㅜ

그럼 모두 한국가서 만나요 ㅎㅎ
    • 문단마다 구절마다 공감 또 동감이에요. 여행하는 동안에는 방향감각도 더 예민해지고 외향적으로 변하는가 싶은데 속으로는 '나 이런 인간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종종 있죠.

      그리스에서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마무리 잘 하시고 오세요.

      낙타를 님 여행기 읽으면서 저도 참 즐거웠어요. :)
    • 아, 그리스는 저도 정말 여행하고 싶은 곳인데! 낙타님 너무 부럽습니다. 낙타님이 올려두시는 글 읽으면서 저도 일상에서 벗어나는 생각들을 해보곤 해요^^. 별일없이 건강하게 여행 마무리하시길 바랄게요ㅎㅎ.
    • 버거가 맛있으셨다니 다행이에요. 피렌체는 보석같은 도시죠 진짜! 로컬 투어 자잘하게 있다는데 개중 제일 인기 있는게 플로렌스 먹거리 탐방이래요 ㅎㅎ



      역시 베니스는 인셉션의 도시... 저 빠리에서 베니스 도착하던 밤 잊혀지지가 않아요. 하필 마스크 축제였어서 골목 구비구비 돌때마다 웬 백작후작부인들이 튀어나왔는데, 그런 사람들 없더라도 베니스는 도저히 다른 도시랑 비교될 수 없겠구나 생각했어요. 한국의 베니스, 어디의 베니스... 다 가라고 개뻥입니다!



      사실 여행하고 안 맞는 사람이라고 쓰셨던 거 기억나요. 그거 읽으면서 나도 그런데...했거든요. 그러면서도 늘 뽐뿌 받았다능ㅎㅎㅎ 여행은 자기 밑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런 경험인 것 같아요. 고생 많으셨어요. 와서 푹 쉬셔요!
    • 한국은 아직은 잘 있습니다.
    • 아웅 그리스 좋죠. 저는 너무 더울 때 가서 현기증도 나고 그랬습니다만;;; 날씨 확인하니까 지금은 적당~히 덥네요. 그리스 해변 사정이 지금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상황이 되면 지중해에 몸도 담궈보세요~ 아니면 선글라스 쓰고 비치타올 깔고 누워 그리스 젊은이들이 바닷가에서 노는 거 구경만 하고 있어도 시간은 슬슬 잘 갑니다. 그리고 그리스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파업사태;;; 비행일정하고 항공사 파업하고 겹치는 일이 있었던지라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
    • 아, 그리스... 안그래도 여행병 도져서 블로그 뒤져서 그리스 여행기 보고 있었는데 딱 이 글이!!! 무사히 여행 잘 마치시고 조심해서 돌아오세요. 그리고 여행 중에 생긴 길찾는 감각은 예민해진 생존본능에 의해 발달하는 거라 집에 돌아오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더라는......
    • 부럽네요ㅠ 그리스라니ㅠ
    • 그리고 제가 아주 나약한 인간이고 포기가 빠른데 몹시 짜증을 잘 내는 사람인 것도, 알았어요. 바닥인 저와 대면한 직후엔 너무너무 부끄러워요...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인지 몰랐는데...한국가면 강해지고 자립심도 키우고 무엇보다 여유를 가지며 살 수 있게 많이 수련해야겠어요. <- 정말 공감해요. 그래서 저는 친구와 같이 여행을 잘 안 가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어서요. 그러니까 친구가 '그러니 남자친구와 가는 거야'라고 하더군요! 감탄한다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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