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죠.
극장에서 영화를 고르는 기준 중에 하나가 로맨스 영화가 아닐 것 이예요.
대부분의 로맨스는 집에서 봤죠. 스크린이 필요한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제가 가장 아끼는 두 편의 영화는 로맨스 영화죠.
하나는 가을날의 동화고 하나는 위트니스예요. 둘 다 80년대 중반의 영화고
극장에서 본 다음 비디오 테잎을 구입하고 DVD를 다시 샀어요.
어렸을 때 본 느낌을 지금까지 갖고 있지는 않아요. 마르고 닳도록 본 것들이기도
하고 별 것 아닌 장면에서 펑펑 울어대던 어린 여자애는 없어졌어요.
왜 가을날의 동화를 꺼내 보고 있는거지하고 물었더니 답은 간단하게 나왔습니다.
가을이 되어서요. 가을이 깊어졌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고, 지금 날씨가 너무
마음에 든다는 생각도 오랜만이었죠. 아마도 지독했던 여름을 겪고 나서 이 날씨가
소중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주윤발과 종초홍을 다시 보고 있으니, 해리슨 포드와 캘리 맥길리스도
같이 그리워 졌죠. 가을날의 동화가 부룩클린 배경 속에 녹아있는 두 사람을
보기 위해서라면, 위트니스는 전혀 상반된 환경의 두 남녀가 속을 감춘 눈길이
언뜻 부딪히는 순간순간 때문에 봐요. 특히 위트니스는 아미쉬 교도의 생활상이
무척이나 이상적으로 보였어요. 창고 댄스 씬은 물론이지만, 특히 소 젖짜는 장면과
창고를 짓는 장면이 좋습니다. 목수를 하는 해리슨 포드도 꽤 근사하구요.
그가 광선총 들고 총질하는 모습보다 톱질하는 모습이 더 매력적입니다. ^^
아직도 가을날의 동화에서 낡은 아파트 앞에 앉아 주윤발을 기다리는 종초홍을
보면 그 장면만 커다랗게 액자를 만들고 싶어요. 해리슨 포드와 캘리 맥길리스가
창고에서 춤추면서 눈길이 비껴나가는 것이 마음에 얹혀요. 구식 인간, 골동품 인간... -_-;
저는 참 낡았군요. 한편으로는 역시 여자는 로맨스에 약한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