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들렀다 고향 갑니다.

기차표를 못 구해 비행기를 겨우 탔습니다. 집에 내려가는데 고속버스와 열차가 아닌 공항이라니,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입니다. 제가 확실히 사회인이 된 듯합니다.

일기예보대로 과연 정오부터 비가 내립니다. 다른 날보다 유독 난기류도 심하고 저가항공사라 자그마한 기체입니다. 이어도를 눈앞에서 보는 제주의 옛 어부처럼 현대의 일엽편주는 몇 번씩 에어포켓을 지나치며 상승 하강을 반복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요해집니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구름 바다를 지나 멀리 제 고향 바다가 보입니다. 비행기는 우리 집 하늘을 스쳐 지나 부산 김해공항으로 내립니다.

무인 경전철이 운행중입니다. 사상으로 와서 지하철로 갈아 탑니다. 부산대로 가려는 중국 여행객 두 명을 만납니다. 만국 공용어는 영어가 아니라 몸짓입니다. 무인 트램의 승차권은 광주도시철도처럼 코인식입니다. 어 그런데 은행 교통카드가 이제 부산에서도 되네요.(...)

부산을 들른 것은 올해로 아흔여섯인 외할머니를 뵙기 위함입니다. 지난 5년간 딱 두 차례 뵈었기에 이번 기회에 꼭 뵙고 싶었습니다. 농사일로 억세던 손이 이제는 고와져 부드럽습니다. 헌데 허리는 더 굽어졌기에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력은 정정하셔서 외손자 왔다고 같은 층에 계신 다른 분들에게 쩌렁쩌렁 이야기를 합니다.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자리를 뜨고 나오는데 선물로 사 간 화과자 몇 개를 기어코 손애 쥐어주십니다. 지하철역으로 걸어나오는데 왜 눈물이 살짝 나오나 모르겠습니다. 별로 슬픈 일도 아니련만.

사상터미널에서 늦은 요기를 합니다. 하루 휴가를 내고 왔기에 직장에서는 계속 연락이 옵니다. 제 싸수님들도 상급기관에서 시키는 거라 어쩔 수 없겠죠. 국정감사는 아직 한 달여를 더 가야 끝이 납니다. 일하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구하는 후배들도 짬짬이 명절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여러분들도 별탈없이 마음이라도 편한 한가위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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