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전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들....


[리틀 화이트 라이즈]

몇 년 전에 본 아찔한 스릴러 영화 [텔 노 원]으로 제게 상당한 인상을 남긴 감독 기욤 까네의 [리틀 화이트 라이즈]는 느릿한 여름휴가 영화입니다. 서로 친구 지간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매년 같은 해변 휴양지로 놀러 가곤 했었는데, 가기 직전 그들 중 한 명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는 일이 터집니다. 친구가 걱정되지만 그래도 기다려 왔던 휴가를 포기하긴 그러니 예정대로 그들은 휴가를 떠나고 해변에서의 나른한 여름날 분위기 속에서 각자만의 여러 문제로 이리 저리 굴러가고 부딪히곤 하지요. 예고편을 보는 동안 로렌스 캐스던의 [The Big Chill]이 저절로 떠올랐는데, [리틀 화이트 라이즈]는 그 영화의 프랑스 버전쯤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상영 시간이 150분이 넘지만 마리옹 코티야르, 장 뒤자르댕, 프랑수아 클뤼제 등 그 동네에서 잘 알려진 배우들이 한 데 모여서 만들어내는 좋은 앙상블 연기 덕분에 영화는 생각보다 많이 지루하지 않고, 영화가 그 널널한 분위기에서 이야기와 캐릭터를 성실하게 쌓아올리는 덕분에 결말 근처에서의 갑작스러운 신파가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 




 [링컨: 뱀파이어 헌터]

 제목만 들었어도 참으로 기가 막혀 했고, 예고편을 봤을 때도 이야기 설정에 참으로 어이없어 했고, 영화 자체를 봤을 때도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실실 쪼개면서 막 놀려댈 수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매끈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결과물로 나온 게 희한하기도 했습니다. (**1/2)




[5년째 약혼 중]

영화 제목 그대로 주인공 톰과 바이올렛은 이런 저런 사정들로 인해 약혼 한 지 5년이 되어 감에도 불구 아직도 결혼하지 못했습니다. 약혼 뒤 곧 결혼하려고 했지만, 톰의 남동생과 바이올렛의 여동생이 사고 쳐서 결혼한 통에 그들 결혼식은 미루어지고, 그것도 모자라 바이올렛의 학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시간으로 이사하여 바이올렛이 학위 따는 걸 기다리는 동안 또 세월은 주구장창 흘러가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그들 사이는 멀어지게 됩니다. 영화는 간간히 웃기는 순간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2시간 넘는 상영 시간을 뒷받침할 활력이 부족합니다.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 이상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뻔한 가운데, 주인공들처럼 자리를 뱅뱅 돌고 있다는 인상이 많이 들거든요. 적어도 제이슨 시겔이나 에밀리 블런트와 같은 호감 가는 출연 배우들 덕분에 심각할 정도로 지루하진 않지만, 상영 시간을 줄여서 이야기를 좀 더 깔끔하게 진행했으면 더 나았을 것입니다. (**1/2)





[익스펜더블 2]

더 요란하게 놀지만 내용 면에서는 여전히 전편과 별반 차이가 없는 가운데 밋밋한 인상만 남깁니다. 어쨌든 간에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등의 액션 배우들이 한 데 모여서 총 엄청 쏴대는 광경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어느 배우의 황당한 깜짝 등장에 재미있어 했다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 




[피에타]

김기덕 감독의 신작 [피에타]에 대해서 별로 할 말은 없지만 몇 가지만 짧게 말해두렵니다. [비몽]에서 그랬듯이 영화는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제 흥미를 상영 시간 내내 잡아두었고, 영화 속의 갑갑하고 비루한 현실 묘사는 생생했고, 그리고 조민수의 연기는 상당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투박한 각본 등 여러 단점들에 불구하고 전 이 영화가 추천할 만합니다. (***)





[본 레거시]

잘 만들었고, 좋은 액션 장면들도 있고, 실력 있는 배우들도 할 만큼 합니다만, 제이슨 본의 부재는 영화 속에서의 여러 번 언급을 통해 너무 확연하게 느껴지고 그러기 때문에 본이 없는 본 시리즈 영화는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는 걸 부인 할 수 없습니다. (**/12)  





[Thin Ice]

  추운 겨울날의 미국 중서부 지방, 절박한 남자, 그의 한 작은 단순한 계략. 그리고 가면 갈수록 꼬여가는 상황. 이야기의 전반부를 보는 동안 [파고]나 [심플 플랜]이 금세 연상되는 [Thin Ice]는 나름대로의 배배꼬인 범죄 드라마를 가볍고 발랄하게 펼쳐갑니다. 보험 회사 직원인 주인공 마이키 프로하스카는 자신이 최근에 영입한 직원을 통해 한 어벙한 할아버지를 만나는데, 알고 보니 이 할아버지의 집엔 매우 비싼 바이올린이 있고, 프로하스카는 그를 등쳐먹기로 작정하지만 어느 새 그는 중대 범죄에 말려들게 된 상황에 빠져 있고 가면 갈수록 주위 상황은 그를 난감하게 만듭니다. 도입부를 고려하면 그는 여차저차해서 겨우 빠져나온 것 같지만, 그러기 때문에 갈수록 꼬여가는 프로하스카의 상황은 더 흥미로워지고 비록 결말에서 너무 좀 말끔하게 정리한 게 걸리긴 해도 영화는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편입니다. 그렉 키니어는 상대방을 접근해서 구워삶는 데 일가견이 좀 있는 주인공으로 좋은 가운데, 앨런 아킨과 빌리 크루덥과 같은 조연배우들은 되돌아보면 볼수록 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정말 재미보고 있었다는 게 더 확연해집니다. (***)  





[광해 왕이 된 남자]

소재와 설정을 갖고 더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생각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너무 뻔한 절정 부분 전개, 캐릭터들을 비교적 단순하게 사용했다는 점, 설정 속에서 나오는 아이러니의 힘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점 등 여러 결점들이 있긴 하지만, 영화는 엄청 순진하고 이상주의적으로 보일 법한 이야기를 잘 이끌어 가는 가운데 [카게무샤][데이브]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드라마와 코미디를 적절하게 섞었고, 배우들은 제 각기 할 일 다 합니다. 이병헌의 12역 연기는 좋지만, 극적이든 희극적이든 간에 항상 좋은 그와 류승룡 간의 연기 호흡이 더 좋은 가운데, 시치미를 뚝 뗀 장광과 그와 정반대 스타일의 연기를 하는 김인권도 좋은 대비를 보여줍니다. (***) 





[라폴로니드 : 관용의 집]

[라폴로니드: 관용의 집]19세기 말 파리의 유명한 매춘굴을 무대로 전개되는 시대극입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마리-프랑스의 지시 아래 이곳의 매춘부들은 매 저녁마다 고객들을 위해 준비하고 그들과 흥청거리다 보다보면 몇몇은 고객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곤 합니다. 이런 일상이 계속 반복되는 와중에서 그들은 언젠가 이곳을 나가기를 꿈꾸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따름이고, 이들이 계속 자신들의 일에 묶여있는 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그것도 모자라 이들의 입지는 어려워져만 갑니다. 나른하고 우울한 분위기 아래에서 느릿하게 이들의 집 안을 맴도는 동안 영화는 화려한 의상과 세트 뒤에 있는 절망 그리고 권태를 드러내어가고, 그러다가 불연히 휙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은 매춘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랜 직업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게 합니다. (***)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국내 제목과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는 우디 앨런과 그의 영화들에 대해 우리가 알아왔던 걸 잘 요약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새로운 건 없지만 그와 가까운 사람들 혹은 그와 일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들과 자료 화면들, 그리고 그의 영화들을 둘러보는 동안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 작년 PBS에 방영된 192분 버전을 봤는데, 국내 개봉된 113분 버전도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





 [메리다와 마법의 숲]

 다른 픽사 애니메이션들에 비하면 평범한 느낌이 드는 가운데(심지어 그렇게 혹평을 많이 받았던 [카2]와 비교해 봐도 그렇습니다) 이야기도 전형적이고 뻔한 면들이 많기 때문에 보는 동안 본 작품에 대해서 할 얘기가 그리 많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단점들이 걸리적거리긴 하지만, 작품 자체는 추석 연휴 동안 아이들과 같이 함께 재미있게 볼만한 애니메이션이란 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 





 [19곰 테드]

  외로운 소년 주인공 존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곰 인형 테드에 대한 소원을 빌었고 그 다음날 그의 소원대로 테드는 말하고 걷는 살아 있는 곰 인형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둘은 서로의 단짝 친구가 된 가운데 테드는 자니 카슨 쇼에 초대받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테드는 저질스러운 백수로 전락하고 존은 괜찮은 직장이 있지만 여전히 테드와 노닥거리는 게 그에게 더 중요합니다. 이러니 무려 4년 가까이 존과 사귀어 온 여자 친구 로리는 참다못해 그녀냐 아니면 테드냐 하는 선택을 들이대밉니다. 살아있는 곰 인형 이야기이니 황당한 구석이 있지만 영화는 언행이 지저분하고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테드를 갖고 더 황당하게 막나가고 그런 동안 여기저기서 웃음이 빵빵 터져 나옵니다. 마크 왈버그와 밀라 쿠니스, 그리고 테드 목소리를 맡은 감독/공동 각본가/공동 제작자인 세스 맥팔레인이야 든든한 코미디 배우들인 가운데, 여러 카메오 출연들도 재미있습니다. (***) 

     


    • 곰 테드가 재밌겠는데요 이야기는 관용의 집
    • 5년째 약혼중, 테드는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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