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서 종종 보이는 어떤 표현에 대해서...

운을 떼기가 어렵네요.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는 일이 드물기도 하고, 이 글이 어떤 분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요.

앞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토론/논쟁을 즐기는 사람이 아닐 뿐더러 그 분야에 있어 무척 무능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이 글 역시 어떤 표현을 사용하시는 분들에게 시비를 걸자는 글은 전혀 아니고

다만 어떤 표현에 의해 소외를 느낀 사람의 투정이자, 배려를 부탁하자는 목적에서 적는 것입니다.

 

저는 듀게를 좋아합니다. 거의 매일 들어오는 편인 것 같고, 얻어가는 것도 제법 많습니다.

듀게에 올라오는 것들 때문에 즐거운 적이 굉장히 많았구요.

긴 토론이 오고가고 분위기가 경색될 때에도 그 자체로 즐기는 편입니다.

그 속에서 배우는 것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런데 간혹, 그 갑론을박 속에서 저를 찌르는 말이 있습니다.

'학부생 수준' 이라는 류의 표현들이 그렇습니다.

구차하게 제 얘기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대학원 이후의 공부는 굉장히 한정된 소수에게 허락되는 것입니다.

여건이 된다고 무조건 가능한 것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고 본인의 의지와 재능이 사회적 여건과 만났을 때에만 가능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행운에게서 소외 또는 배제가 되는 사람들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노력에 따라 차후에라도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을 테고 그런 사례도 많겠지요. 그런 분들의 입장에서는

'나는 여건이 좋지 않아 대학원에 가지 못했다'  라는 말이 핑계로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대학원 진학이라는 결정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어렵고 힘든 결정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 사회에는 그런 이들이 적지 않게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저를 포함한 그들은, 그러니까 최종 학력이 학사 혹은 그 이하인 이들은 어떤 논리적인 대화를 나눌 그릇이 되지 못하는 것인가요..

 

물론 학부생들이나 학부를 갓 졸업한 대학원생들에게 어떤 경향성이 있을 수 있음은 인정합니다.

(그것을 일반화시키고 학부생의 문제로 환원시킬 수 있는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그에 대한 풍자나 농담 역시, 그것을 메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들의 그룹에서는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듀게가 정말 그런 곳인가요? 이 곳은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졌다는 것이 기본 조건이 되는 그런 커뮤니티인가요?

그렇다면 제가 장소를 잘못 찾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조금은 더 그러한 표현에 신중할 필요가 있지않나 생각합니다.

 

글을 적다 잠시 일이 생겨 자리에서 일어났었습니다. 그 순간에 생각해보니 이 글이 모두 구차해지기도 하고 우스워지기도 해서 지울까도 생각했습니다만,

앞으로 간간이 그런 표현에서 또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배려를 부탁하는 차원에서 염치 불구하고 글을 올립니다.

글재주가 적어 생각한 바를 잘 표현하지는 못하겠네요.

듀게에 들어오시는 많은 분들이 좋은 밤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저도 학부생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듀게에서 처음보고 검색을 해봤는데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중2병도 허세 지적을 제외하면 감수성을 버리는데 일조한다고 생각해서 그 연유로 전자도 별로에요.
      (그런데 그렇게 자주 쓰이지는 않는다고는 생각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것에 학부생처럼 행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해악보다 행동해서 생기는 해악이 적다고도 생각하구요.
      • 저도 사실 그 학부생 증후군이 정확히 어떤 것들을 얘기하는가 싶어서 검색해봤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찾을 수 없어서 맥락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네요...
        중2병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난건데, 오글거린다 라는 표현이 유행한 이후로 어떤 사유의 고백이 굉장히 어려워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중2병 같단 표현도 싫어요. 혹시라도 게시판 들어오는 또래 학생들 볼까봐서. 대학원 아니라 대학 안/못 다닌 분들도 계실 거고, 학교시스템 바깥에 있는 분도 계시겠죠.
      • 그렇죠. 학교 시스템 바깥에 계신 분들. 그 분들에 대한 것도 적고 싶었는데, 이 학부생 수준이란 단어가 그 부분과는 또 미묘하게 어긋나는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교묘한 단어인 것 같네요.
    • 전 '대학생 수준'(아직 사회 경험이 적은 20대 초중반)으로 생각했는데, '석사도 없는 게' 식의 학벌 비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깨달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아.. 어쩌면 제 자격지심인지도 모르겠어요. 전 그런 식으로는 생각못했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 저도 학부생 수준에 빗대는 표현 싫어요. 학부생보다 유치하고 편협한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석,박사들이 엄연히 존재해요. 심지어 교수들 중에도 부지기수죠. 반면에 초등학교밖에 못 나온 분들 중에도 남의 의견에 관용적이고 논리적인 분들도 분명 많고요. 학부생 어쩌고 하는 표현 자체가 관용적으로 쓰이는 듯 한데, 학벌중심주의 사고가 낳은 유치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 저는 학벌을 일정 수준에서는, 그러니까 그 사람이 그만큼 배움의 열망이 있었고 그 열망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라는 수준에서 인정하는 편입니다만 그것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재단하고 재단받아야 한다는 건 정말 서글픈 일인 것 같습니다.
    • 학부만 7년반, 15학기를 마친 입장에서; 상당히 기분 나쁜 표현입니다;;;ㅎ
      동의해요.
      '학부생 드립'이라는 표현으로도 사용되더군요.
      • 유쾌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 밤 되세요.
    • 자신의 가방끈 김과 박학함을 자랑하고 사회적 경험 많음의 유무를 드러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치졸함도 드러낸다고 생각해서 어쩌죠님이 상처받으실 게 아니라 생각해요.
      • 감사합니다. 힘이 나네요.
    • 학부생 수준이란 말이 빈정거림이나 지적, 혹은 비슷한 용도로 쓰일때는 소위 얘기하는 '가방끈';정말 그사람이 석박사냐 학부출신이냐를 가지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말그대로 지식의 얕음을 지적하기 위해 쓰는 표현 아닌가요.
      • 그렇죠. 듀게에서의 용례를 봐도 그렇고,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의 학력 수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누군가의 지식의 얕음을 지적하기 위해서 특정 집단에 비유하거나, 특정 집단 정도의 수준이다 라고 표현한다면, 그리고 그 표현이 교육의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조금은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 학부생의 지식이 얕을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가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석,박사에 비해 학부생이 열등하다는 편견이 저 표현 안에 들어있죠.
    • 학부생 수준이라는게 굉장히 나이브한 생각을 말할때 주로 쓰지 않나요? 물론 긍정/부정 모두의 의미로 기능하는 거 같고요. 치기어리고 세상물정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 학력에 빗댓거라면 후덜덜합니다ㅠ
      • 저도 그 표현을 사용하신 분들이 학력에 빗대어서 '학부까지밖에 공부 못한 것들이' 라는 의미로 사용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너무 슬펐을 것 같구요. 그 분들이 그런 의도에서 사용하지 않으신 건 알지만 저 뿐만 아니라 게시판의 다른 어떤 분들이 그런 표현에서 소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배려해주십사 하며 적은 글이어요.
    • 저는 학부생 수준이란 말을 아직 실제 경험은 없으면서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인 지식만 가지고 섣불리 재단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석, 박사도 아니면서.. 라는 의미로는 생각을 못 해봤네요.
      • 고추냉이님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 댓글을 보니 제가 조금 민감했던 것도 같습니다. 뭐 애초에 시비를 가리자는 목적은 아니었지만 죄송스러워지네요...
    • 학부생 수준이나 대학생 수준이라는 말을 들으면 쿨하게
      "늙어서 좋겠수"라고 대꾸하고 싶어져요.

      전 23살의 파릇파릇한(??) 학부생이니까요. 학부생 운운하는 사람은 아마도 석박사 과정 마친 사람들이고, 그만큼 늙었잖아요 저보다.

      유치하게 구는거고 웃기기도 하지만, 자신의 지식/경험을 자랑하는 몇몇 행동들을 보면
      "늙어서 좋겠수다!!!!! 난 아직 젊어서^^"라고 대답하고 싶어지네요.
      • 긍정적이시네요. 배우고 싶습니다 ^^
    • 학부만 마친 가방끈 짧음을 지적한다기 보단 전공에 갓 입문한 학부생이 근거없이 우쭐대는 걸 경계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학부생이 어딜 감히!의 탄압이 아니라 썰푸는 걸 보니 하나만 알면서 열을 가르치려든다의 다른 표현이요.
      • 저도 이 뜻으로 생각했어요. 진리의 바다를 처음 보고 신나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찰박거려 본 아이가 집에 돌아가서 세상의 모든 바다를 본 양 아는 척 하는... 이런 모습은 학부생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나요. 물론 학부생이라도 기껏해야 1, 2학년이겠지만요.
      • 저도 요렇게 생각했어요. 대학원과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기분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이 표현에 마음 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만이라도 앞으로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렇게 쓰이는 것 같습니다. 글을 잘못 적어 오해를 드렸네요. 위에서 다른 분들이 말씀하셨던 중2병이라는 표현이 정말 상대가 중2 혹은 유사한 나이임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정서를 조롱하기 위해 쓰이는 것처럼, 학부생 수준이라는 단어도 상대의 진짜 학력에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러한 표현을 봐야 하는 학부생의 입장에서 조금 울컥했던 것 같아요.
        • '아줌마같다'라고 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 뿐 아니라 그 표현의 재료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상화,타자화되어 버린 어떤 아줌마들도 슬플 수 있죠.
        • 특정 단어가 특정 정서를 조롱하기 위해 쓰일 때, 그 대상이 왜 하필- 하는 생각이 드는거죠. 대다수가 저 표현을 좋게 해석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우만은 아닌 듯 해요.
      • 저도 이렇게 생각. 학력 얘기라고 느낀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 머핀탑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가방끈의 문제라면 오히려 학부생 수준은 칭찬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 전 사실 가방끈이 아닌 나이도 어린 게 ㅋ 라는 표현으로도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나이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잖아요.
      • 나이 권력을 주제로 한 좋은 글이 있었는데 찾으려니 기억이 안나네요. 감사합니다.
    •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이 많아 하나하나 대댓글을 달기는 조금 벅차네요. 댓글 내용을 보니 제가 조금 민감했던 것도 같습니다. '학부생 수준'이라는 표현 대신 '대학생 수준'이라는 표현이었다면 저도 비슷하게 느꼈을 수 있겠네요. 더하자면 저 또한 그런 표현을 사용하신 분들이 상대의 학력이 낮음을 비꼬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로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의 단점이나 허점을 지적하는 데 있어서는 사용하는 표현이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학부생 표현이라는 말은 낭랑님이나 비밀의 청춘님 말씀처럼 함의가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Carb님의 지적은 뜨끔하네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옛날엔 대학만 나와도 초엘리트였는데 어쩌다가 ㅠㅠ 내세울 거라곤 가방끈밖에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 정신승리하는 소리로 들리네요. 딴얘기지만 솔직히 사회에서 밥값 못하는 룸펜은 고졸만도 못하단 게 제생각이라 사실 좀 웃겨요
      • 학력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재단하는 일은 지양되어야겠죠. 댓글 감사합니다.
    • '나이브하다'거나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라는 뜻이면 그냥 그렇게 얘기하면 될 것 같아요. 길게 풀어 쓰면 귀찮고 둔한 느낌이 들어 간단하고 함축적인 비유를 쓰는 거겠지만, 어떤 이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면서까지 꼭 날렵하게 말해야하나 차라리 좀 어눌해지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트윗에 어떤 분이 적으셨던데 가령, '불임정당'이란 표현이 매력적인 비유일 순 있는데 또한 어떤 분들께는 단도같겠죠. 늘 모든 것을 주의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뭔가를 말하거나 적을 때 잠깐 멈추고 머뭇거리거나 망설이는 순간들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 PC함을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가, 얼마나 많은 것을 고려하고 말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 와, 이 댓글 정말 공감합니다.
    • '학부생' 표현을 '비대학원생'의 의미로 쓰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사례가 없군요. 어쩌죠 님이 오해하신 듯합니다.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릴 우려를 지적할 수야 있겠지만요.
    • 학부생 증후군에 대해서 어떤 문제에 대해 사회초년생마냥 매우 열심히 따지고 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군요. (마치 학년초에 무지 열심히 한 레포트처럼) 그래서 졸업하고도 그 습관을 못 버렸단 이야기로 알았습니다.
    • 저도 그 비슷한 표현을 즐겨 쓰던 사람으로서 한마디 더 붙이자면 전 주로 제 어떤 주장에 대한 디테일한 근거 없이 개론적인 수준에서 머물게 될 때의 부끄러움이 더 컸긴 했습니다만; 그런 경우라도 어떤 분들에게는 불편하실 수 있다는 건 오늘 처음 깨달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해야겠어요.
    • 특정 집단군을 싸잡아서 말하는 모든 표현이 사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자/여자 들은 이렇다. 특정 직업군은 다 어떻다(도둑이다. 사기꾼이다 등등)" 이런 표현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동일하다고 봅니다.
    • 결국 "수준"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된게 아닐까 싶네요. 석사 수준. 박사 수준. 다 비꼬는 것처럼 들리지 않나요? 타인의 수준을 운운하기 시작하면 어떤 이야기도 가히 아름답게 보이진 않는 듯하네요.
    • 자신의 논리와 이성으로 감당하기 힘들때 그런걸 가져와 쓴다고 봐요.
      저도 공감합니다.
    • 이건 다른 층위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한 제 똑똑한 친구가 듀게와서 학부 수준 어쩌고 할때 자긴 그수준조차도 안되는거 같아서
      댓글 달때 자기 검열 심하게 한다고 접때 술자리에서 웃으며 이야기한게 기억나네요. '학부수준'이라는건 정말 그 바운더리 안 사람들도 불쾌하지만
      그밖의 교육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깡끄리 무시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어쩌죠님 글과 제 친구의 말이 겹칩니다. 그때 느꼈던 찌릿한 감정 다시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듀게를 소개해줘서 더 그렇게 느꼈을수도.(이 친구는 가정형편때문에 바로 취직을 했다 뿐이지 가방끈 긴 저보다 훨씬 공부도 잘했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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