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개 키우지 맙시다

매주 일요일, 아주 불순한 의도로 sbs 동물농장을 봅니다.

간혹 애절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위험에 처한 동물을 방치하며 촬영한다든지 해서 욕도 많이 얻어 먹는 프로그램입니다만.

엊그제 시작한 유기견 특집은 정말 똑 떼어다가 황금 시간대에 옮겨 놓고 의무 시청이라도 시키고 싶어지더군요. 개 함부로 키우지 말라고.




첫 장면에 등장하는 시추가 제가 마지막으로 키웠던 강아지와 너무 닮아서 시작부터 충격을 받고.

보는 내내 눈물이 감당이 안 되네요. 다음 회부턴 그냥 안 볼 거에요(...)


군대에서 군견병으로 근무를 한 덕에 개 안락사는 친숙합니다.

늙거나 다쳐서 더 이상 근무를 못 하게 하면 바로 안락사를 시키거든요.

수의사가 와서 주사를 놓는 동안 그 군견의 담당병이 개와 눈을 마주치면서 달래주는 게 규칙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마리 보내고 나면 담당병은 하루 정도 내무반 일도 빼 주고 그랬어요. 원래 개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다들 너무 우울해하니까.

그런데 개를 좋아해서 수의사가 된 사람이 저런 시설에서 일하면서 며칠에 한 번씩 안락사를 시켜야한다니 얼마나 힘들까요.

개도 안타깝고 사람도 안타깝고. 그래도 저렇게 마음 다해서 봐 주며 끝을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위안이 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니가 뭐라고;)


어쨌든,

자식들이 조른다고 해서, 혹은 자기가 좀 적적하다고 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책임감도 없이 개를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데려가기 전에 강제로 보여주고 싶어요.

어린애 하나 키우는 거랑 별로 다를 것도 없는 일인데. 왜 그리들 생각이 없을까요.


그리고 사실, 제가 이렇게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제 부끄러운 과거지사 때문입니다.









저희 집 마지막 강아지인 시추 쎄리양 사진입니다.

어려서부터 피부병이 있었고, 돌팔이 의원에게 잘못 걸려서 몸이 더 안 좋아지고, 조카들이 태어나면서 가족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까지 받으면서 완전히 악화되었었어요.

어떻게든 낫게 해 보겠다고 매일매일 퇴근 후 병원 데려가고, 산책 시키고, 약 먹이고, 약 샴푸로 목욕 시키고, 말리고 등등 애를 써 봤지만 이미 회복될 상황이 아니었고.

1년을 꼬박 그러고 있는 제 꼴을 보다 못 한 어머니께서 '어딘가로 보내 버려야겠다!' 라고 말씀하시는 걸 본 누나가 '동물 병원 의사에게 부탁해서 유기견들 맡아 키우는 곳으로 보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자기 집으로 데려가 피부병에 좋다는 개 사료를 직접 만들어 먹여가며 키웠다고 해요. 전 그 시점에 그냥 어머니랑 대판 싸우고 포기했었죠.

그러다 얼마 후, 뭔가를 가지러 빈 누나 집을 찾은 어머니께선 이 녀석이 꼬리를 치며 달려 나오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엉엉 우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날 바로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어떻게든 해 달라. 나도 정말 못 견디겠다.' 고 하셨다고 하고. 병원 원장은 이런 난치병을 연구하는 곳이 있으니 거기로 보내 보겠다며 녀석을 맡았다네요.


그러고 또 1년 후 쯤.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었다고 합니다. 그간 이런저런 조치를 다 해 보았으나 방법이 없다. 데려가셔도 좋으나 평생 독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며 더 악화되는 것만 간신히 막으며 살아야 하고. 그걸 원치 않는다면 여기서 안락사를 시켜 주겠다. 


그래서 어머니께선 안락사를 선택하셨고. 이미 예전에 끝난 일로 생각하고 잊고 사는 자식들에겐 아무 말씀 않으시고 혼자 우셨다고.

이 이야기는 이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몇 년 후에 어머니께 직접 들었습니다. 누난 아직도 모르구요.


...라고 적고 나니 예전에 이미 게시판에 적었던 적이 있는 얘기네요. -_-;;

동물 농장 때문에 기분이 격해져서 오버를...; 하지만 또 적은 게 아까워서 그냥 두겠어요. orz



암튼 그러합니다.

개 함부로 키우지 말자구요.

키울 거면 정말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고, 한 번 맡으면 다 늙어서 잘 걷지도 못 하고 똥, 오줌도 못 가리는 강아지 수발들며 끝까지 지켜줄 각오를 미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전 안 키울 거에요.

다 늙어서 퇴직한 후에라면 모를까. 그 전까진 자신이 없네요.

    • 저런 사태가 발생하는데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데 그게 맞나요?
      어떤 사람들은 50%의 책임이 있다고 하던데요.
    • 저런 사태... 가 뭘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번 유기견 코너 같은 경우엔 이 프로와 관계가 있을 수가 없겠죠;
      '위급한 상황의 고양이를 구하라!' 같은 류의 꼭지에서 몇 번 조작 내지는 방조의 흔적이 보여서 욕을 먹은 적은 있습니다.
      • 저런사태는 유기견을 이야기 한 것이고, 타 게시판에서 읽었던 댓글이었는데
        아마 동물농장에서 애완동물 키우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니깐 동물에 별 관심없던 사람들도
        애완동물을 키우게끔 구미를 당기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도로 쓴 것 같았어요
        그런만큼 유기견도 많아지게 되고...
        • 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군요. 듣고 보니 굉장히 설득력있네요. -_-;;
          그렇담 이번 유기견 특집을 일종의 속죄 특집 비슷하게 되겠어요.
    • 저희 집도 일요일에 저거 보고 눈물 바다였어요. 가버린 녀석도 생각나고 대단지 아파트에서 일하는 가족이 지난 주에도 두마리 구조해서 다행히 새 주인 손에 보낸 녀석들 이야기도 생각나고 해서 말이죠. 가족 말로는 깨끗한 유기견들이 한달에 한 두마리씩은 꼭 생긴다고 합니다. 새로 입양해가는 사람은 혹시 몰라 연락처를 남겨놓지만 원 주인이 찾으러 오는 경우는 없었다구요.



      저는 업자 밑에서 태어난 걸로 추정되는 새끼 말티즈들이 계속 생각났어요. 죽으라고 비오는날 밖에 내버려뒀다는... 에휴. 인간이 가장 나쁘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혹여 다시 반려동물을 들일 기회가 있다면 절대로 업자분양은 하지 않을 거고 가능한 보호소에서 데려와야겠다고 가족들끼리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저 방송보고 다시 한 번 그 결심을 굳히게 되었죠.
    • 저 아는 분도 동물농장에 나온 유기견 관련 방송을 보고 나서 보호소에서 성견을 데려와서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도저히 못 보겠더군요
    • 이 글이 어찌 바낭입니까. 옳은 말씀이세요.
    • 3-4살 정도 된 유기견 데려와 10년 넘게 같이 살다 하반신 마비가 와서(스스로도 이젠 안될거라는 거 직감했던지 먹이도 안 먹고 물도 입에 대줘야 할짝이더라구요) 병원에서도 "그냥 보내시는 게 나을 거.."란 말을 듣고 마지막으로 같이 자다가 제 옆에서 자면서 간 아줌마 개가 있었죠.
      한 1년 정도는 자다가 깨서 찾다 없다는 거 생각나 울다 잠들기를 반복했고, 그 후도 3-4년은 계속 꿈에서 나왔었어요.
      이제 괜찮아진지 좀 되었는데 다시 다른 아이 데려와야지...하다가도 잘해 줄 자신이 아직은 생기질 않아 아직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핸폰에 있는 사진 보면 아직도 맘이 아파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데려와야 할지 참 고민입니다.
      글 읽다가 또 울컥해져서 길게 댓글 남기네요ㅜㅜ
    • 저희 집안 식구들도 다 개를 좋아해서 , 제가 태어나서 집안에 개가 없던 적이 없는데요. 유기견도 많이 키워봤구요.
      근데 일단 유기견은 10년전에 비하면 엄청 줄어든거라고 유기견 센터에서 들었어요. 다행이죠 뭐..
      유기견들은 새 주인 못 찾으면 안락사 시켜요. 유기견 분양률이 엄청 낮은것도 아쉬워요 ㅜㅜ 유기견 분양도 활발해 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 레사/ 저 프로에서도 보니 대전에서만 1년에 3천여마리가 시설에 들어온다더군요. 그냥 길을 헤매는 녀석들도 많을 걸 생각하면, 그리고 전국으로 확대해서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겠죠.
      예전에 갑자기 개를 키우고 싶단 충동이 들어서 구경이나 하며 달래자... 는 생각에 유기견 분양 정보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너무 멀쩡한, 게다가 새끼로 분양 받을 땐 아주 비싸게 줬을 녀석들이 수두룩하더라구요. 대체 왜... ㅠㅜ

      노루잠/ 그런 순기능이 확실히 있긴 하군요. 안 보셔도 됩니다. 애초에 유기견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야 굳이... ^^;

      뚜레/ 전 원래 인생이 바낭입니다. 하하;

      쏘맥/ 정말 좋은 주인이셨네요. 존경스럽습니다. ㅠㅜ 아줌마는 행복했을 거에요.

      레몬맛소시지/ 가족이 다 좋아했다니 좋은 환경이었네요. 어렸을 적 우리 집 자식들은 부모님이 딱히 원치 않으시는데 자꾸 키우자고 해 놓고 부모님께 부담을 지우곤 했어요. 정말 나쁜 주인들이었죠;
      사람들이 가장 귀엽고 예쁠 때 키우고 싶어하다 보니 다 큰, 게다가 어딘가에 병까지 있는 유기견은 분양이 많을 수가 없긴 하죠. 서구의 몇몇 나라들처럼 애초에 분양 받을 때 조건을 엄격하게 따져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럴 예산이 나올 구석이 없겠지만요. orz
    • 제목보고 .. 뭔소리야?하고 아무 생각없이 클릭했다가.. 눈물 펑펑 쏟았네요. ㅜㅜ 어휴... 정말 너무들 하네요..
    • 눈물 나오는 걸 지하철이라 억지로 참았네요.
      아이들이 마음/몸 고생하는 일이 조금만이라도 줄어들었으면 좋겠어요.
    • 그래서 제가 금붕어 한 마리 못 키웁니다..
    • 지난달 세상을 떠난 차돌이 생각하면서 왜 개들은 수명이 이거밖에 안되는 걸까 한탄스러웠지만, 저런 일들을 보면 개들의 수명은 참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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