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을 보니까 듣는 입장에서 불쾌한 사과군요.



  전문 내용 전반에서 "나는 구라로 사과하는거다"라는 엄포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은근히가 아니라 아주 확 드러나는군요.


  "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역사인식의 문제는 국민과 공감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치관과 역사관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양심이 우선시될 사항이 아닌가요? 원래 내 진심은 아니지만, 하여간 국민들이랑 공감해야 되니까 사과하는 거다라는 식의 얘기로 들립니다. 


  그 밑의 내용인, 우리 아버지가 원래 나라를 위해 잘 하려 했던 거고 인혁당이니 뭐니 그런 건 불가피한 희생이었다는 식의 뉘앙스는 예전의 박근혜가 보여주던 인식 그대로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사과의 표현을 하냐 마냐가 아니라, 박근혜 본인의 인식이라니까요. 사과 해놓고 그래도 우리 아버지 잘했다고 자랑하면 어떡해요?


  게다가 분명 전문 서두에서는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 18대 대통령 후보로서" 말한다고 해놓고, 자식이 부모를 평가한다는 게 어렵다느니 딸이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는 걸 원하시느냐는 식의 이야기는 왜 합니까? 게다가 냉정한 평가를 한다면서 "딸"과 "아버지"라는 표현을 왜 계속 하는 건데요? 말 장난합니까?


  황당하네요. 이건 듣는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본인의 양심마저 기만하는 말입니다. 국민들이 박근혜의 연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간에,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연설을 계기로 박근혜에 대한 일말의 희망마저 버렸습니다. 누굴 찍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누구를 안 찍을지는 확실해졌습니다.


 


 

    • 정말 사과가 아니라 더 열받게 만드는 발표라고 생각합니다.
    • 전략으로 한번만 하는 척 하세요 시키니까 하는거니
    • 전문을 읽지 않고 기사 타이틀만 보면 그럴듯하게 사과한것처럼 보여요. 거기에 넘어가는 사람도 꽤 되겠죠. 에휴.
      • 노림수가 바로 그거겠죠.
        이제 언론들 동원해서 대서특필 해주면
        기자회견 보지도 않고, 전문 읽지도 않고는 타이틀만 보고 와... 사과했구나... 하고 넘어갈 사람들 많을겁니다.
    • 와 대통령 어지간히 하고 싶긴 한가보다라는 생각이 드는 발표였습니다. 저라면 그냥 포기하겠어요. 뭔가요 이도저도 아니고. 애초에 박근혜가 넘볼 자리가 아니라는 것만 점점 확실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 뭐 그래도 전문에서 사과에 해당하는 두 문장 자체는 충분한 사과의 글이었죠. 어차피 진보 진영에선 박근혜가 정계은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말로 사과한다고 받아줄 리도 없고, 지지자들에겐 '사과했잖아!'라는 명분을 주고 중도층 일부에겐 '힘들었을 텐데 사과까지 하고 괜찮네' 생각이 들게 하면 충분한 거죠.

      노회찬 의원의 트윗입니다. http://twitter.com/hcroh/status/250055143695974400
      - 박근혜후보의 사과는 쿨하게 받아들여야죠. 그러나 우리가 겪어봐서 알지만 금연약속과 금연실천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특히 흡연경력 50년씩 된 경우라면.
      • 아침에 열받던 와중에 노의원님 트윗이 상큼하군요. 옮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음속으로 '아버님 이 불효녀를 용서하십시요...' 하며 전문을 읽지 않았을까 싶네요
    • 머리가 나쁜사람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닌가보군요. 생각이 한 방향인데 머리까지 그닥 좋지 않다면
      국민들에게는 재앙이 너무 코앞에 와있는 거 아닌가요? _ '무작정 믿쑵니다.'님들이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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