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와 버사 앙투아네트

어제 무엇이였나 이야기를 하다가 <제인 에어>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전 이 소설을 퍽 어릴 때 읽었는데요,

어린애들이 그렇듯이 모든 요소를 무심하게 슥슥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무슨 전설적인 출판 에디터라는 무슨 영국 여자의 글을 읽었는데,

'내가 그 유명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계약한 사람이야' 라는 챕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또한 읽어봤지요.

별로 제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랬어요. 별로 제가 좋아할 만한 부분도 없었고요. 하지만 로체스터의 입을 통해서 나온

'그녀의 가문은 미치광이와 백치와 술고래가 나오는 집안으로, 그녀의 어머니 또한 술고래에 미치광이였소!'하는 설명이 불평등하지 않나 하는

아이디어는 일리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쪽 말만 듣고 어떻게 알아. 이런 건 양쪽 말 다 들어 봐야지!

 

그리고 나서 그 다음에 제인에어를 다시 읽었는데, 책 때문은 아닌 것 같지만 과연 로체스터가 아무래도 수상쩍게 느껴지긴 하더라구요.

이 여자가 원래 미친건지 니가 가둬서 미친 건지 니 말만 듣고 내가 어떻게 암?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수상함-_-;;;

물론 화자인 제인 에어는 로체스터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보살핌을 앙투아네트에게 제공한다는 식의 호의적인 설명을 하곤 하지만요.

 

 

 

 

저는 인셉션을 그리 감명깊게 보진 않았습니다만, 코브의 의식 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있는 호텔 방 안의 아내(마리옹 꼬띠아르 분)는

로체스터의 갇힌 아내이고, 아리아드네는 제인 에어라는 해석을 보고 '호 흥미롭네'정도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 말고도, 제가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생각해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택 안에 갇혀 있는 앙투아네트는

억압되고 교육받고 이성적이고 절제력 있는 제인 에어의 다른 모습-파괴적이고 충동적이고 악마적인 모습이 제인 에어의 내부에 갇혀 있는 것을 상징하며,

더 나아가 빅토리아 시대에 미친 것으로 취급당하고 갇혀져야만 했던 야성적인 여성성을 상징한다는 것도 들어 본 적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저택의 이름이 손필드thornfield인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해지겠지요.

 

    • 정말 재밌는 이야기인데요. 샬롯 브론테의 안에 제인과 버사가 동시에 들어있을 수 있었겠죠. 그럼 버사의 마지막은 샬롯에게 무엇이었을까요? 전 늘 버사는 로체스터가 껴안은 거대한 불행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 샬롯 이전에, 제인의 안에도 버사 같은 면이 있죠. 어릴 때의 제인은 거품을 솰솰 내뿜으며 숙모에게 대드는 와일드한 면이 있잖아요.
        (그 벌로 붉은 방에 갇히죠) 그런데 기숙학교 세월 뒤의 제인 에어에게는 그런 면이 없어지죠. 엄격한 교육이 그 사람을 도야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그런 악마적이고 거친 면, 개성 강하고 감정적인 면이 거세되었다던지, 갇혀졌다던지, 억눌러졌다던지 하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붉은 방 이후에 제인은 감정적으로 폭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잖아요. 그리고 앙투아네트는 저택 안 창살 친 방에 갇혀 있고.
    • 보통 시대기준에서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캐릭터는 작품 안에서 죽어야 하니까...

      앙투아네트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억울한 스토리가 맞겠지요. 진 리스는 앙투아네트와 같은 처지(서인도 제도 출신의 크레올 여성)로서
      로체스터를 제국-영국인-남성-착취자-학대자로, 앙투아네트를 식민지-크레올-피착취자-피학대자로써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앙투아네트는 같은 여성(제인, 페어팩스 부인, 풀 부인)의 입장에서조차 이해받지 못하고 결국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영국의 저택에 감금당하고,
      미치고, 남편이 부정을 저지르고, 변명할 기회도 가지지 못한 채 불에 타죽잖아요.
    • 버사에 대한 말씀하신 이론은 아마 구바, 길버트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일 것 같네요. 제목에서부터 벌써 버사네요.
    • 소설가가 과연 거기까지 의도했을지 좀 회의적이지만 그럴 듯 하긴 하네요. 풍부한 해석이 가능해서 고전인가봅니다.
      • 뭐, 가끔 과한 해석을 보면 고전은 그냥 고전일때 더 아름답지 않은가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문학 전공했지만 사실 변주를 언급하기 전에 오리지널 자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라서 읽던 책을 또 읽고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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