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에 관심 많아요. 이것거것 관련 서적들을 평소에 읽고 다닌다죠.
리뷰에 쓸까 고민하다가 그러기엔 제 능력이 허접해 여기에 간단한 코멘트만 남겨요.
*1. 작가가 공부 열심히 했네요. 짝짝짝.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노력의 흔적이 보여요.
뒷부분에 이 소설에 도움을 준 9명이 언급되는데 제대로 자문하셨네요.
아쉬운 점은 약대 교수뿐 아니라 유전체(genome) 연구자 또는 진화 연구하는 분들에게 자문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화에 대한 설명이 약해요. 참 매혹적인 주제인데 이 부분을 더 살리지 못했어요.
*2. 인류 멸망 보고서
(소설 상에서) 1977년 미국 슈나이더연구소 조셉 하이즈먼 박사가 썼다는 ‘하이즈먼 리포트’
이 보고서는 인류 멸망 시나리오로 총 5가지,
소행성 충돌, 지자기 역전, 핵전쟁, 슈퍼 바이러스, 그리고 인류의 진화를 언급합니다.
ㅎㅎ 인류가 정말 멸망을 한다면 어떤 것이 가장 가능성 높을까요?
전 이 소설로 신인류가 인류 멸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사실 이건 인간을 동물과는 다르다는 거부감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저도 인간이니까요.
아무튼 그 논리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타당해요.
신인류라고 하면 진보된 존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진보라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조금 더 적응이 잘 된 존재겠죠.
그러면서 드는 의문 하나. `우린 지금 환경에 잘 적응된 존재인가?`
예전 이대 최재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요.
"진화의 현장은 `나는 가수다`와 같다."
최고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가장 못 하는 것만 사라질 뿐이란 이야기죠.
후후. 우리는 신인류의 등장에도 악착같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최재천 교수님의 '최재천 스타일'을 읽었어요. 그 책에도 '나는 가수다' 언급이 있는데
변경된 방식 탓에 '나는 가수다 시즌 1'이라고 꼭 찍어 이야기하시더군요. ㅎㅎ)
*3. Hopeful monster
이 소설에서 아프리카 어느 마을에서 신인류가 탄생합니다. 부모는 보통(?) 현인류라는 점에서 급격한 변화죠.
이는 스티븐 J. 굴드의 단속평형론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해할까봐 추가를 하면 그가 이 이론을 제안한 것은 아닙니다.)
그 이론에 의하면 일정 기간 진화의 정체(혹은 평형)상태에 있다가
우연에 의해 갑자기 도약(saltation)하듯 큰 변화가 찾아온다고 하죠.
이게 바로 전의 종과는 전혀 다른 특성이 지닌 종이 되고 전의 종의 입장에서 이들은 monster처럼 보이겠죠.
어제 영화 '나는 전설이다'를 다시 봤어요.
영화 속 변종 인류를 보며 이 소설의 신인류가 생각나더군요. Monster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말이죠.
우리에게 그들은 또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의미일까요?
(아! 리차드 도킨스 교수의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선 무슨 개소리냐며 단속평형도 점진적 진화의 일부분이라고 반박하시더군요.)
*4. 실제 약물 연구는?
잘은 모르지만, 실제 연구방법도 이 소설에서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실제 타겟의 구조 분석, 이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 약물 합성, in vitro/in vivo 테스트.
이렇게 말이죠. 책에서 이런 연구들을 하나하나 잘 묘사했더군요. 재밌었어요.
아쉽다면 신인류의 능력이라면 죽는 순간까지 복용해야 하는 약물보다
한 번의 교정으로 그 효과는 영원히 지속하는 gene therapy가 더 좋았겠다 싶었는데 말이죠.
(유전자 치료에 대한 제 생각 맞나요? 어디서 들은 수준인지라 확신이 없네요).
*5. 이 책에서 사용되는 그 프로그램의 실제 가능성은?
멀었다고 들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복잡성과 이로 비롯되는 창발성.
지금은 개체 수준은 아니고 단 하나의 세포 수준이라고 들었어요.
그것도 박테리아와 같이 비교적 단순하다고 생각되는 세포의 시뮬레이션에 관한 연구요.
얼마 전 읽었던 뉴스 기사 하나가 생각났어요.
카이스트 이상엽 교수님 실험실에서 한 연구인데 대장균 균주 하나의 대사 모델링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각종 대사 전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해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6. GPCR Protein과 돌연변이
사실 글은 지금 쓰고 있지만, 이 소설은 꽤 오래전인 8월 23일에 읽었어요.
읽으면서 실제로 GPCR 유전자 서열상에 나타난 돌연변이가 경화증을 일으킨 예가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그런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다음 날 (8월 24일) Nature지에 이 연구와 비슷한 논문이 실린 것 봤어요.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논문인데 소설을 읽었기에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군요.
우연도 이 정도면 운명이다 싶어 읽었죠.
논문은 GPCR은 아니고 TNF1 (Tumore necrosis factor receptor 1)을 암호화하는 TNFRSF1A 유전자의
단일 염기 다양성(SNP, 그냥 쉽게 돌연변이라 생각하시면 됨)이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에 연관이 있음을 밝힌 논문입니다.
(다발성 경화증은 자가면역이 그 중요 원인이며 TNF1이 자가면역에 중요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책 중고딩들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관심을 두고 찾아봤는데
이 소설로 중고딩 중 몇을 과학계로 낚을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ㅎ
*7. 역시 고전을 읽어야 해요. 폼나요.
약물에 대해 설명하면서 소설 `거울 나라 앨리스`가 언급되죠 (화학물질의 대칭적 구조에 대한 내용입니다) .
이 고전소설로부터 나온 또 다른 과학 용어로 진화적 군비 경쟁을 설명한 `붉은 여왕 효과`가 있어요.
고전을 이용한 비유로 과학적 현상을 설명한다. 와. 폼나요 폼나.
속된 말로 간지 좔좔 흐르죠.
*8. 인간의 차이, 인종의 차이, 현인류와 신인류의 차이.
다양성은 언제나 옳아요. 우리의 모든 것들은 섞어야 강해져요.
그것만이 우리가 박테리아와의 진화적 군비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방법이라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우월한 유전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란 책에 이런 말이 있어요.
p259. `인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이것을 무시하거나 숨기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것은 부끄러워할 일도, 갈등이 두려워 피할 일도 아니다. 분명히 우리 인간들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이런 `다름`은 우리를 반복하게 만드는 대신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다양성은 하나의 선물이다. 계속해서 서로를 가르고 구분하는 것은 이런 선물을 헛되이 낭비하는 짓이다.`
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양성은 언제나 옳아요. 나와 조금 다르다고 경멸하는 건 안 될 일이죠.
*9.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소설에 나오는 대통령의 모습에 자꾸 부시 전 미국 대동령의 모습이 겹쳐 보이더군요.
소설 읽고 뒷부분 `주요 참고 서적` 확인하니 그 중 하나가 `부시는 전쟁중 (따뜻한 손,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