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의 조우, 그리고 잡담들

2년 만에 A, B, C 세 사람이 만났습니다. 


대학 이후 C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A, 


A의 헤어진 전 여친이자 C의 친구인 B, 


그리고 언제나 중간자 역할이었던 C(뭐 관조자의 스탠스에 더 가깝긴 합니다만)... 


A, B, C는 대학때부터 꽤나 함께 어울려지냈지만 A와 B가 헤어지고 B가 결혼한 이후 A와 B는 서로 연락하지 않았는데, C는 여전히 중간에서 양쪽 모두와 친구로 지냄. 


그리고 갑자기 B의 제안으로 인해 C의 집앞에서 뜬금없는 2년 만의 3자대면;; 


우리나라 드라마라면 뭔가 막장전개의 긴장감이 풍기는 장면이었을테고, 미국 드라마라면 블랙코미디의 소재였을텐데 현실은 그저 So So 더군요.  


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평범하게 먹고 마시고 수다떨고 농담했습니다. 달라진 점이라면 B가 결혼했으니 B의 남편도 농담의 소재에 추가됐다는 것 뿐. 


2년 전 마지막 셋이 만났을 때 싸우고 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평범하고 익숙한 분위기... 갑자기 2년이란 시간의 공백이 눈녹듯이 사라지고 과거로 돌아온 듯한 신기한 체험이었어요 ~_~


제가 C라서 다시는 셋이 한 자리에서 웃는 얼굴로 만나기 힘들 것 같았던 친구들을 다시 보니 참 좋더군요. 


다만 함께 나눈 이야기만큼은 참 암울했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만났을 때는 누군가 더 나은 세상에 대해 얘기했던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셋 모두 원래보다도 더욱 시니컬해졌어요. 


사라져버린 락 씬에 대해,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느끼지 못할만큼 어느새 무감각해져버린 우리들에 대해, 


단죄가 필요한 순간 화해의 손을 내밀었지만, 반성 없는 자들에 대한 용서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지 못했던 한 고인에 대해, 


다가오는 겨울 다시금 단죄의 칼을 빼어들고 부정한 자들에게 똑같이 치졸한 방법으로 복수해주길 바라지만, 그러기엔 너무 순해보이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


아쉬워하다가 헤어졌습니다. 


다음엔 언제 같이 셋이 영화나 봐야겠어요. 좀 가볍고, 낄낄대며 볼 수 있는 영화로요.

    • 나도 가끔 A, B, C가 한데 어울려 원자폭탄처럼 펑하고 터지기를 고대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A, C와 연결된 D이지만요
      • 그저 간만에 B와 밥먹으려다가 갑자기 A도 온다는 소식에 갸우뚱했었는데, 실제로 한데 모이고 나니 폭발은 커녕 일말의 어색함이나 긴장감마저 없더군요. 웬지 지난주에도 같이 밥먹었던 셋이 심심해서 다시 모인 분위기... A와 B가 사귀기 전부터 마이너한 취향의 교집합으로 얽힌 사이였기 때문일까요?
    • 인물소개 읽으면서 C가 본인이겠구나 했습니다. 셋이 재회해 웃고 떠드는 장면 한번 만들었으면 괜찮은 엔딩씬 아닌가요? 제가 B라면 오늘은 오늘대로 즐거웠지만 이렇게 또 셋이 모여 영화를 보고 싶진 않을 것 같네요...
      • 흠... 그러려나요;; 사실 저는 3자 입장이다보니 굳이 나서서 설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그 동안 A에게는 B 얘기를, B에게는 A 얘기를 안 했었는데(뭐 이 두친구도 제가 여전히 둘 다 만난다는 걸 알지만 서로에 대한 얘기는 안 물어봤고요) 오늘 모임에서 놀랐던 건 B가 A를 먼저 불렀다는 것과 또 A가 군말없이 나왔다는 것. 이 둘의 의도가 지난번에 싸우고 끝났던 걸 이번에 좋게 끝맺음하자는 거였는지, 아니면 어차피 이제 둘 다 임자 있고 서로에 대한 감정도 없으니 친구로 돌아가잔 거였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셋 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참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한국인상(象)에 둘러쌓여 지내는 처지라 서로에게 마이너한 취향을 공유할 아웃사이더들이 필요하다는 게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이려나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