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움의 증거

어떤때 이 친구랑 나는 어느 수준 이상의 친구사이구나 라고 느끼세요? 그냥 아는 사람, 같이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기 뭐해서 친구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정말 가까운 사이여서 친구인거. 그런 관계임을 보여주는 작은 증표들. 

전 제 친구들이 제가 남긴 음식들을 처음으로 먹은 때 들을 기억합니다. 예전에 어디에다 썼는데 하우스가 항상 윌슨이 먹는 거 빼앗아 그대로 먹는 거 보면서 혼자 정말 둘이 가깝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어렸을 떄 서양에서는 우리 식 나눠 먹는 식사를 굉장히 비위생적으로 본다 라고 누누히 들었는데, 글쎄 여기 친구들도 친해지면 제 밥을 맛 좀 볼 께 하면서 먹더군요. 

제 아주 친한 친구는 무려 제 커피까지 자기 커피 없다고 마셔버립니다. 

바로 몇년 전에 제가 내 연어 맛볼려면 봐 라고 말했을 때 기겁을 하던 한 친구가, 제가 남긴 후랜치프라이를 그냥 가져다가 다 먹어 치우고, 당연히 자신의 후식과 제 후식을 반반씩 나눠 먹을 꺼라고 생각하는 걸 보고 속으로 음하하 하고 웃었어요. 

며칠 전에는 H가 집에와 점심을 먹었는데, 생수가 마시고 싶다고 해서 응 있어 라고 대답하고, 계속 전 그냥 하던 일 하고, 그 친구는 자기 집처럼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꺼내 마셨어요. 그러더니 저보고 주인이 냉장고를 열어 꺼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꺼낼 수 있는 건 하나의 가까움의 증거라고 생각지 않아? 라고 묻더군요. 


그  H와 제가 요즘 볼라뇨에 푹 빠져 있습니다. 제가 먼저 2666을 읽는 중 막 추천했고, 그 친구는 야만적인 탐정들 (이 제목 맞아요?) 를 먼저 읽고 그 책을 제가 빌려줬고, 전 2666을 그 친구에게 빌려줬어요. 가끔 우리끼리 볼라뇨식 이야기를 하죠.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우리가 볼랴뇨를 가지고 있는 이상, 무슨 일이 있더라고 서로를 기억하게 될것이다 라고 말했더니, 어쩌면 그게 그의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라고 말하더군요. 작가를 함께 공유하는 거, 이것도 하나의 가까움의 증거이겠죠.


여러분은 어떤 때 이사람이랑 나는 가까운 친구구나 싶으세요? 




    • 단 둘이 아무 말 없이 오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일 때 가깝다고 느낍니다. 여럿이서 볼 때는 함께 깔깔대다가 누가 자리를 비워서 둘만 남게 되었을 때 정적이 흐르는 순간을 전 못 견디겠더라구요.
      • 김현이 어디선가 똑같은 말을 했죠.
    • 연애망한자로서 궁금한게 있습니다. H와 동성이십니까?
    • 제가 제 이야기를 할 때요. 하기 힘든 이야기를 할 때.
      친구가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해줄 때도요. ^^
    •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했더라도 예상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또 그게 밉지 않으면 친구인 것 같아요.
      다른 말로 상대의 행동에 익숙해지면, 그리고 그게 밉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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