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5 마룬5 내한 공연 후기 - 콘서트에서 최고의 소리를 경험한다는 것.

1. 가장 비싼 오디오가 콘서트의 음향을 재현할 수 없다라는 말은 일종의 하이파이의 명제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에 한정한다면 클래식을 제외한 록이나 팝 공연의 경우 콘서트의 음향은 가장 싼 오디오조차 재현할 수 없다는 명제가 더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시디의 정련된 이퀄라이징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악기 하나 하나의 배음이 아슬아슬하게 엉켜 있거나 뭉툭한 소리를 내기를 일쑤라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 콘서트를 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션의 콘서트를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음악이 단순히 악기의 배열과 멜로디의 조합이 아닌 일종의 감성의 언어로 전달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콘서트만큼 팝음악이 만들어내는 언어의 솔직함과 절절함을 가장 잘 매개하는 장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콘서트의 음악은 단순히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뮤지션과 팬이 조응하여 서로 공감하는 형태로 나아갈 때 가장 멋진 형태가 됩니다. 감상에는 지독한 방해가 될 수 밖에 없는 슬램과 떼창이 록 콘서트에서 용인되는 이유는 그 자체가 콘서트의 또 하나의 멜로디로 퍼져나가기 때문입니다.

 

2. 마룬5의 공연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런 생각을 먼저 늘어놓는 이유는 제가 야외에서 본 팝스타의 내한 공연 중에서 이번 마룬5의 내한 공연만큼 싱어롱이 일관되게 넘쳐 흐르던 기억이 손에 꼽기 때문입니다. 보다 많은 인원이 수용가능한 야외공연인 만큼 라이트한 팬이 많이 유입될 수 밖에 없고 관객의 소리가 주변 건물벽에 반사되어 증폭되지 않기에 실내 공연만큼의 팬들의 떼창이 들리지 않기 마련인데 이번 마룬5의 공연은 시작부터 끝까지 후렴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파트에서 관객들의 싱어롱이 무대의 소리와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짧았던 본 공연 시간이 끝난 뒤에 앵콜을 요청하는 목소리 마저도 won't go home without you 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것으로 대신하였는데 팬덤이 두터운 국내 가수가 아닌 내한 공연을 보면서 이런 앵콜요청 떼창은 매우 생경했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3. 하지만 마룬5 공연은 최근에 본 어떤 공연보다도 즐기기 힘들었던 공연이기도 했습니다. 잠실 보조 경기장은 좌우보다 앞뒤가 훨씬 긴 객석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무대의 높이가 높아야 뒤에서 어느 정도 관람이 가능하지만 이번 마룬 5의 무대 높이는 그렇게 높지 않아서 사람들의 머리에 가려 무대를 볼  수가 없었는데 지금까지 본 공연 중에 뮤지션의 동선을 가장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S석의 빠른 번호를 획득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서 밀집된 사람들의 틈새 사이에 끼어 록페도 아닌 마당에 다양한 사람들의 땀내를 맡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여는 공연보다 커플의 비율이 높았던 공연이었던 만큼 좁은 공간에서의 커플들의 연애 행각은 다른 사람의 관람환경을 더욱 곤궁하게 만들 따름이었습니다. 6시 부터 입장하여 10시까지 근 4시간을 밀집된 사람들 틈새에 끼어 전혀 움직이지 못했는데 폐소 공포증을 야기할 정도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4. 그런 와중에 7시에 시작된 오프닝 밴드는 단순히 못한다는 수준을 넘어 보컬의 건강을 염려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THE CAB이라고 라스베가스 온 밴드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는데 마룬5의 오프닝 밴드답게 팝록의 베이스에 충실한 사운드 구성이었지만 불행히도 보컬은 고음 뿐만 아니라 버스 부분도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성대가 상해 있어서 도저히 노래를 소화할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노래 부르다 각혈하여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상태가 안좋았지만 꾸역꾸역 노래를 불러 재끼면서 30분이 넘는 공연을 소화해 내었습니다. 음반으로 들었다면 그럭저럭 들을 만한 멜로디의 유려함이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스탠딩 공연의 피로감을 상기시켜줄 따름이었습니다.

 

5. 오프닝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아델의 롤링인더딮등 익숙한 노래들이 셋팅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와중에 앞에서는 밀지마 밀지마라는 아우성을 울려 퍼지고 이윽고 장중 안내방송으로 앞으로 밀착하지 말라는 소리도 나왔지만 이렇게 많은 관중을 통제한 수단은 없었기에 빨리 마룬5의 모습이 등장하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무대를 조율하는 와중에 보여지는 아치형의 조명 시스템과 7개의 크고 작은 LED 스크린은 꽤 크게 무대를 장식하여 작년의 소품 같았던 무대와는 자뭇 다른 연출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하였습니다. 공연은 8시에서 10분이 조금 넘게 지체된 상황에서 시작되었는데 똑딱 거리는 시계 소리와 함께 무대의 조명이 꺼지며 이번 앨범의 수록곡인 PAYPHONE이 첫 곡으로 들려주게 되었습니다. 특이하게 이 곡에서는 별다른 무대 효과 없이 관객들의 휴대폰 불빛이 여기저기 반짝이며 무대효과를 대신하였는데 이것이 이 공연의 원래 암묵적으로 약속된 연출인지 아니면 한국의 마룬5 팬들이 준비한 이벤트의 일종인지 궁금할 따름이었습니다.

 

6. 본 공연은 13곡으로 다소 짧은 공연 시간이었는데 마룬5의 팬이 아닌 저 자신조차도 모르는 노래가 없을 정도로 히트곡 퍼레이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단 한곡도 그냥 지나침이 없이 관객들의 싱어롱이 이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정도가 과하여 아담의 섹시한 보이스에 집중하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다소간의 장애와 아쉬움으로 여겨질 정도가 아니었나 싶었을 정도였습니다. 지난 공연을 보면서 마룬5가 아레나형 밴드라고 칭하기에는 다소간의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 후기를 남겼던 기억이 있는데 보다 큰 무대에서도 마룬5는 자신의 페이스를 꾸준하게 유지한 채 몰랑몰랑 말캉말캉 섹시섹시를 연발해 내었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달달하게 흘러간 무대는 아니어서 간혹 록킹한 기타리프가 필요할 때 아담이 손수 낡은 기타를 손에 들고 과시적인 기타 프레이즈를 선보여주기도 했습니다.

 

7. 사람들에게 가려 마룬5 멤버들의 동선을 확인할 수 없었으므로 무대 조명이나 LED 스크린의 연출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지난 공연 보다 많은 물량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인상 깊은 무대연출은 보여지지 않아서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7개의 LED 스크린은 굉장히 기본적인 효과만을 창출해 내었고 아치형의 조명은 간혹 객석을 향해 빛을 쏟아낼 때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인상깊은 장관을 연출해 내지 않아서 흥겹기는 하지만 광분은 할 수 없는 마룬5의 음악과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운드의 경향에 있어서는 야외공연에 있어서 특별히 흠을 제기할 만한 음향미스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운드의 힘은 강한 편이 아니었고 다소 잔향감이 부족한 편이라서 라이브 특유의 공간감을 체감하기는 조금 부족한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다만 이런 부족한 사운드의 여백은 관객들의 함성과 싱어롱은 채워졌는데 이것이 긍정적인 시너지로 나아갈 때도 있었지만 바로 귀옆에서 들려오는 핏대를 높인 싱어롱은 가끔 불쾌함을 일으키는 부작용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8. 사실 조금은 예측 가능하고 조금은 짧았던 본 공연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앵콜은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면 관객들의 멋진 싱어롱 앵콜에 화답하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앵콜의 첫곡을 파트 바꾸기로 시작하여 아담이 드럼으로 가고 제임스의 낮은 보컬이 매력적으로 들려졌던 SEVEN NATION ARMY를 비롯하여 어코스틱한 기타만으로 아담의 목소리의 매력을 살린 SHE WILL BE LOVED,  아담이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소개하며 들려준 데이라잇은 정말 앨범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커버곡 메들리에서 섹시백을 선곡하는 센스에서부터 갤럭시 CF에서 지겹게 반복되어지는 휘파람 소리 대신에 강남스타일을 샘플링하는 센스를 보여준 MOVE LIKE JAGGER에 이르기까지 다소 짧았던 본 공연의 아쉬움을 충분히 잊을 만큼 재밌고 긴 앵콜 무대를 선보여 주었습니다.

 

9. 애초에 마룬5의 팬은 아니었고 습관적인 관성에 의해서 다녀왔던 공연이었기 때문에 다소 긴 여운을 즐기기 보다 피곤함이 먼저 엄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내한 공연과 비교했을 시 마룬5에 대한 인상은 멜로디 감각이 유려한 팝록밴드라는 느낌은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괴로운 공간속에서도 싱어롱을 즐기며 공연의 여운을 만끽하는 관객들이 이처럼 많은 것을 보면서 지난 공연 후기에서 그들이 아레나형 밴드는 아니었다고 말한 제 자신의 단언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에게 최고의 라이브를 경험하게 하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지난 시절의 저의 열정의 소리를 불살라게 했던 최고의 라이브의 기억을 상기하는 것에는 모자람이 없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설레는 마음으로 뮤지션을 바라 볼 수 있는 공연을 곧 다시 경험할 수 있길 바랄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U2 한국에 언제 오는 겁니까?

 

- Set List -

 

1.Payphone

2.Makes Me Wonder (With "Don't Stop 'Till You … more)
3.Lucky Strike

4.Sunday Morning

5.If I Never See Your Face Again

6.Wipe Your Eyes

7.Won't Go Home Without You

8.Harder to Breathe (With "Scary Monsters and Nice … more)
9.Wake Up Call

10.One More Night

11.Hands All Over

12.Misery

13.This Love

 

Encore:

14.Seven Nation Army (The White Stripes cover)(James Valentine on vocals and … more) 

15.She Will Be Loved

16.Stereo Hearts (Gym Class Heroes cover)
17.Daylight

18.Don't You Want Me (The Human League cover)
19.Sexy Back (Justin Timberlake cover)
20.Moves Like Jagger

    • 아, 저도 공연 보고 왔는데, 반갑네요!
      말씀대로 오프닝 밴드는 '참..애쓴다..;;', '어이쿠, 삑사리.. ' 하면서 조금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어요. 어쩜 좋아..
      애담은 정말이지 섹시한 목소리를 가졌어요. she will be loved가 흘러나올 때 정말 좋았어요.
      정성어린 공연 후기, 잘 읽었습니다. :-)
    • 저두 다녀왔어요 ^__^ 스탠딩 자신없어서 지정석 그먼곳에서 보았는데도 너무 좋았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애덤은 진짜최고로 섹시한거같아요 ㅋㅋ 사실 마룬콘서트 세번모두 갔었는데 야외에서 하니까 소리도 덜깨지고 좋았어요. 그나저나 애덤 헬스장에서 쫓겨난 에피소드 트윗에 올려놨던데 넘 웃겼어요 .
    • 와 정성스런 글이네요. 꾸역꾸역공연장 얘기들으니까 역시 안가길 잘했어. 했다가 막상공연내용 들으니까 부러워죽겠네요ㅎ 저도 라이브로 데이라잇 듣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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