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다녀왔습니다.

이번 민주당의 마지막 경선을 하는 장소가 공교롭게도 저희집과 가까운 곳이더군요.

저는 그런 사실도 몰랐는데 느즈막히 자고 있던 일요일 오전 어머니가 전화를 하시더니 

뉴스에 민주당 경선이 고양시체육관에서 한다면서, 경선인단이 아니라도 갈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하셔서 

대충 검색해보니 모르겠더군요.

귀찮기도하고, 검색도 안나고오해서 올타쿠나 싶어, 못들어가게 하지 않겠느냐..라고 답을 했더니...

그래도 한번 가보자며하시길래, 하는 수 없이 부모님과 함께 갔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들어갈 수 있었고, 뭐.. 그래서 본의 아니게 경선장에 앉아있게 되었습니다.

(단잠에 빠져있던 일요일 아침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앉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


저희가 갔었을 땐 이미 투표가 시작되고 있어서 그냥 빈자리에 앉아있다가. 

슬슬 투표마감이 다가오고 진행요원이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해서 어찌저찌해서 문재인블럭에 앉게되었습니다. 

역시 많이들 오셨더군요.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이 많았고, 문재인을 사랑하는 모임(?)과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로 추정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결과발표 후의 계란투척과 같은 이벤트(-_-;;)를 은근히 바라셨는지 두근두근해 하시더군요.

더불어, 저희 아버지는 떡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까 은근히 기대 하시던...;;(요즘엔 그러다 쇠고랑 찬다고 말씀드렸지요.)

결과발표 후 앞에 앉아계시던 나이 지긋한 아저씨분이 눈물을 보이시는 것을 보고 놀랐고, 

문재인씨의 수락연설은 열광적인 반응때문에 제대로 못듣고, 

연설중반을 넘어서면서 뭘 말해도 믿쑵니다!! 를 외치는 어떤 여성분이 무섭고(+짜증도 나고), 

수락연설 중간에 ..행복합니까..라는 물음에 ..네!.. ..국가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느끼십니까?.. 라는 물음에도 ..네!.. 라고 답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런 맥락이 아니지 않느냐!!!! 싶고, 뭐 그랬습니다. 

신기한 경험이긴 했지만 다시는 안할 경험이었습니다.

그 열광이 마치 꼬꼬마 때 멋도 모르고 따라간 부흥회와 같더군요.(무...무서웠어요.)


저는 특별히 문재인씨던 안철수씨던 누가 꼭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오늘 마지막 누적득표수 발표 후 클로즈업된 문재인씨 얼굴이 참 안되보인다 싶어서 맘이 아프더군요.

어쩌면, 영영 자신이 원하는 안온한 삶에서 멀어지는 순간인 듯 싶어서요. (뭐, 이건 전지적 문재인시점..이긴 하네요.)

아직도 정치인으로서 문재인씨와 안철수씨에 대해서 의문은 있습니다.

설혹 ㅂㄱㅎ를 물리치고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안정적인 국정을 운영할 지도 의문이긴 하고요.

저들이 대통령이 되고 말아먹는다면, 이젠 다시는(적어도 제 생전에는) 진보비스무리한 세력이 집권하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고요. 일본처럼 말이지요.

그래도 ㅂㄱㅎ가 대통령이 되어서 저희 부모님 세대가 격었던 흑역사를 제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싶지는 않네요. 저들이 잘해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요.


이제 빅 이벤트의 시작이군요.

당분간 게시판도 시끌시끌할테고, 사회도 시끌시끌할테고..

역시나, 정치는 스포츠 보다 더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인 것 같아요.

그것이 남의 이야기일 경우이긴 하지만요;;; 내이야기가 된다면...

    • 재밌는 글이네요 ㅋㅋ
      저도 고양 체육관이 바로 앞이라 가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무서운 분위기였군요 o.o
      일때문에 못간게 다행이네요 ㅋㅋ

      그래도 나름 역사적 현장에 계셨던듯

      그런데 혹시 대화마을 사세요?
    • 그런 정치적인 집회에 처음 가보셨나봐요. 정치적인 대중 집회란 부흥회적인 느낌이 조금씩 있습니다. 특히 선거판에서 더욱 심하지요. 얼떨결에 따라가신 분들에겐 낯설고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희망과 긴장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정치적인 이벤트를 한번쯤은 경험해 보신 것이 나쁘지는 않을 듯 하군요. 민주주의 정치가 쉬운 것은 결코 아니죠. 실망과 희망의 반복 속에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는 법입니다.

      ㅂ ㄱ ㅎ 에 대해선 크게 악감정이 없었는데 이번 인혁당 발언 때문에 철저한 비호감으로 돌아섰어요. 자기 아버지 ㅂ ㅈ ㅎ가 한 일들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름끼칩니다.
    • 리버시티님 댓글에 한 표.
      대선을 앞두고 후보수락 연설에 그정도 감흥이 없다면 정치 진짜 재미없을 거 같아요.

      ㅂㄱㅎ가 아버지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정치역사 자체를 시작했다는 데에 동의해요.
      자칫 잘못하다간 남한이 북한 꼴 날 것 같아요.북한 세습과의 유사성을 더 강조해야 할 것 같은데...
    • 안정적인 국정운영이라는 얘기를 들을때마다 어떤 정권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했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참 뜬구름 잡는 얘기인데 많이 말씀하시는 얘기죠.



      안정적 국정운영은 언론만 100%장악하면 가능한게 아닐까 싶기도하고.. 모두에게 안정적으로 느껴질수있는 운영이란 애시당초 없을거 같아요..ㅡㅡ
    • 정치가 남의 이야기일 수는 없죠. 남의 나라 대선 결과도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
      저들이 잘해주기를 바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감시해서 잘하도록 도와주고 견제해야죠.
    • 아...글 너무 재밌네요 빵빵 터집니다. (특히 동문서답하는 부분 ㅋㅋㅋㅋ 그게 아니잖아요 님들아 ㅠㅠㅠ)
      시니컬한 듯한 님의 말투가 더 재밌습니다
    • ㅋㅋㅋㅋㅋ 글 진짜 재밌어요 매력적이야
    • 저도 TV로 수락연설보면서 사람들이 엄하게 대답할 때 웃겼어요 ㅋ

      ㅂㄱㅎ는 겪을 수록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에 인혁당 논쟁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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