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김훈이 뭐라고 생각하든 별 상관없는데 전 이상하게 소설가나 문인계층이 '지식인'으로 분류되는 세태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뭐 물론 수십년 전에야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죠. 이 사람들은 그냥 아름다운 글을 쓰는걸로 먹고 살 뿐이지 무슨 정치적인 식견이 뛰어나거나, 특정한 사상을 연구하거나 하는 사람이 아닌데 말입니다.
아 말을 좀 빼먹었는데, 정치적 발언의 영역에서는 적어도 그들은 지식인이 아니란 소리였습니다. 그들은 예술가지 지식인이 아니예요. 물론 자신의 글쓰는 예술적인 재능으로 정치적인 현실을 함축하거나, 비꼬거나 할 수는 있고 그것은 대중에게 강력하게 먹히는 무기중에 하나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만평가들은 매일 하고있습니다.(하지만 보통은 만평가들보고 지식인이란 소리는 하지 않죠)
김훈 말에 공감합니다. 물론, 전적인 공감은 아니더라도요. 그런데, 김훈이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에게 투표할 것 같기는 하지만(아예 안 하거나), 그렇다고 박근혜 뽑자는 말 따위는 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 김훈이 필화를 겪은, 노무현이 대통령 되고 나서 비탄에 젖어 쓴 글 역시 뭐 적어도 선동은 아니었어요. 김훈은 지식인 행세하는 사람은 아니죠. 기자라면 모를까요.
제가 전해 들은 바로는 김훈 선생이 술자리에서 꺼이꺼이 울 때가 종종 있답니다. 바로 광주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그렇게 서럽게 운다나요, 그 시절에 후배 기자를 대신해서 전두환 찬양 기사를 쓴 자기 자신에 대한 모멸감 때문인지 아니면 광주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인간적인 공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근데 김훈 선생이 사석에서 보이는 언행을 들어보면, (네, 저 팬입니다;) 단순히 말 몇 마디나, 지지 후보를 가지고 진보/보수 잣대로 나눌만한 사람은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속죄하는 마음으로 한겨레 사회부 기자로 백의종군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더더욱...
김훈다운 답변이네요. 저 역시 박정희에 대한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박정희란 유령을 기반으로 한 현실 정치세력 때문에 제 아무리 그의 공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게 힘들다하더라도, 이제는 박정희 찬성? -> 넌 우익꼴통, 박정희 반대? -> 넌 좌익빨갱이 같은 선악, 흑백, 이분법적인 논리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잘한 것은 잘한 것이고, 못한 것은 못한 것이죠. 그의 '공'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역적 취급 받는 현실이 한편으로 진보진영의 편협한 잣대를 드러내는 모습 같습니다. 실제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박정희가 추진했던 관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을 긍정하자, 곧바로 진보진영에서는 가시 돋힌 화살들을 퍼붓었죠(어떻게 감히 독재자를 '찬양'할 수가 있느냐!) 정작 장하준 교수의 주장에 대한 논박은 거의 생략되다시피 한 채로요.
“우리사회는 당파성 때문에 망한 거야. 좌우가, 중도 보수가 뒤엉켜 버려서 민족의 앞날에 가시덤불이 박힌 거야. 그걸 걷어 낼 수도 없다고, 그건 언어의 힘으로 안돼. 나도 못해. 나는 초야에서 언문 소설이나 쓰는 놈이야. 여러분들이 해야 돼.”
이어 그는 특유의 섬세한 분석으로 지금, 우리 사회를 해부했다. “386이 리더가 됐잖아. 근데 걔들은 사회의 물적 토대를 건설한 경험이 전혀 없는 아해들이야. 그래서 도덕적인 거지. 인간의 선의를 모아 가지고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낭만주의, 아름답지.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 거든. 엄청난 세금을 내고, 반드시 아들을 군대 보내는 것은 우익이거든.
우익에겐 세가지 즐거움(右翼三樂)이 있어. 세금 왕창 내고, 아들 최전방으로 보내고, 질서를 지키고. 아 그래야 우익이 완성되는 거 아냐. 그런데 강남에 잘 나간다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소득세 50만원 나왔다고 항의하지. 그런 사회는 부숴야지.”
그러면서 자신도 굳이 말하라면 ‘중도 우익’이라고 했다. ‘칼의 노래’의 성공으로 세금도 왕창 냈고, 아들 군대 갔다 왔고. “우익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세상을 책임지는 거야.
- 작가 김훈에 대해 잘 몰라서 기사 원문을 찾아봤습니다. 같은 기사 바로 윗 질문입니다.
70년대에 고도성장을 이루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덕을 보았구요.. 그런데 그 것을 박정희의 공이라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요..? 공장에서 시다질하던 전태일같은 노동자들의 착취와 희생의 덕분이지 박정희의 공이라고 생각치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