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빨래의 연속, 짐싸고 풀기에 연속이에요. 짐 줄이기 위해서 여벌 옷 거의 없이 왔더니 빨래를 안하는 날이 거의 없어요. 방금 또 빨거리를 찾고 짐을 쌌어요. 내일 헬싱키로 가서 반나절 보내고 밤배로 에스토니아로 넘어가거든요. 여행 다니면서보면 외국애들은 집만한 배낭메고 잘도 다니는데 전 작은 배낭도 허덕여요;; 이동 때 빼고는 숙소에 놓아놓고 거의 들 일도 없는데다 짐도 몇 개 없거든요. 여행 마지막엔 동남아가서 안마만 주구장창 받고 싶은데 거리상 무리 같아요. 여행을 떠나면서 다음나라 어딜 갈지 정하고 있어, 넘어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여행은 한 지역에서 보통 오일은 머물러요 보통 이삼일 일정을 길게 머무르다보니, 아침 늦게 일어나서 밍기적 거리다 나가요. 남들에 절반정도로만 하루를 도는 것 같아요. 숙소에 있다보면 대부분 하루나 이틀 머물르더라고요. 느긋하게 다니니 왠만하면 걷고 하루 이상은 완전히 쉬기만 하면서 숙소 근처만 돌아서 그런지 떠날 때가 되면 아쉽고 그래요. 어떤날은 얼른 집에가야지 하고 숙소에 들어오고요.
엊그제는 시간도 많고 딱히 관광할 것도 없고 해서 근처 대학가서 싼 밥이나 먹자하고 한참 걷는데, 단풍이 든 숲과 하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호수가 나왔어요. 아름답고 평온한 풍경을 보자니 마음이 노곤노곤해지더라고요. 학교 가서 밥먹고 다시 지나오는 길에 호수와 숲으로 둘러쌓인 길에서 산책하며 호수를 한 바퀴 돌았어요. 오랜만에 음악을 들으면서요. 오솔길 옆으로 난 전원주택에는 놀랍게 다람쥐가 지나다니더라고요. 이런 곳에 살면 마음의 평화를 얻지 않을까 착각이 들었어요 ㅎㅎ
여행지인 제게만 평온할 뿐 그곳이 삶인 사람에겐 또 힘든 일상일텐데도요. ㅎㅎ 여행은 아름답게 포장된 전시회를 관람하며 그게 삶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떠났기에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 뿐인데요.
이번 여행은 천천히 다니고 싶었고 그렇세 다니면서 일상같은 여행을 하고 싶다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일상이 여행 같으면 좋겠다고요. 터무니없는 생각이죠. 그럼에도 자꾸 꿈꾸게 돼요.
호수 주변을 도는데 산책하는 할아버지가 제가 옆에 있는데도 노상방뇨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아요 ㅎㅎ 다 사람사는 곳이고 다 똑같구나 ㅎㅎ 여행 다니면서 이건 다르네 항 때도 많지만 다 똑같네 싶을 때가 많아요. 가령 어린이들은 어디든 참 밝고 명랑하고 귀엽고 참으로 시끄럽구나 라던지, 벽에 붙은 포스터에 눈을 파놓는다든지, 첩촉사고나면 일단 차 세워놓고 실랑이를 벌인다든지,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대우가 달라진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ㅎㅎ
그런거보면 참 재밌어요.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지닌 무언가가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걸까요 ㅎ
참, 저는 로바니에미에서 오우타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는데 여기가 로바니에미에서 가장 저렴한데 시설은 참 좋아요 외이파이도 무료고 ㅎ 방안에 세면대랑 냉장고 식기 전자렌지 등도 갖추고 있어 편해요. ㅎ 오실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주인부부로 추정되는 분들이 참 고와요. 너무 잘해주심 ㅎㅎ 전 이번 여행에서 숙소 운이 좋은가봐요. 이곳에서도 여기서 유일하게 발코니 있는 방을 주셔서 좋았어요 ㅎㅎ헬싱키 베란다 창문유리는 샷시가 위아래로만 되어있어요. 직사각형 유리 여러개를 세우는 건데 유리 사이에 틈이 발생하잖아요. 그래서 날씨도 추운나라에서 왜 이렇게 해놨을까 단열이 잘 안될텐데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로라투어 갈 때 알았어요. 자동차 뒷좌석에 앉았는데, 앞쪽 옆차창으로 숲과 호수 보느라 정신없었거든요. 문득 내가 어떻게 앞을 보지?하고보니 앞좌석 의자 머리부분이 테두리만 있고 가운데가 뻥뚫려 있어서 제 시야를 가리지않는 거였어요. 그러고보니 베란다 유리가 이해되더라고요. 샷시로 시야를 가리지않고 자연 그대로를 볼 수 있게 해놓은거구나...핀란드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떤 지 이렇게도 알 수 있었어요. 그러니 각종 조형물, 디자인이 이해되더라고요. 한국도 조금 멀리, 넓게보면 좋겠다 싶어요 ㅎㅎ
오늘은 산타마을에 다녀왔는데 예상도 상업화마을이겠지했는데 예상보다 더 심하더라고요 ㅠㅠ 가지말까하다 여기까지왔는데 하는 심정으로 갔는데 ㅠㅠ 다음 버스시간 맞춰 돌아왔어요.돌아오는 버스에서 같이 버스탔던 사람들도 그대로 다시버스타고와서 나만 이런 허무함을 느끼는 건 아니군 했어요 ㅎㅎ
푹 쉬고 오로라를 본 것으로 핀란드 여행은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ㅎㅎ내일은 헬싱키 쇼핑잔뜩해야지 ㅎㅎㅎ그럼 모두 굿밤!
여행하시는걸 따라 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 사는데가 다 그렇다는데 동감해요. 그래도 한국을 떠나 산 이후로 정신적 여유라는 게 많이 생긴것 같아요. 뭔가 절실한게, 꼭 해야만 될것 같은, 그렇지 않으면 나만 뒤쳐진다는 느낌을 주던 그 많은 것들이 사실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 산타마을에 가셨었군요 ㅡ.ㅡ 북유럽 국가들이 경쟁중이예요, 누가 진짜 산타마을이냐 하는거랑, 바이킹의 진짜 원조라는 거 ㅎㅎ 오슬로 근처의 Drøbak 도 산타마을로 유명한데 (일본에서 '산타' 한테 보낸 엽서들이 죽 걸려있어요) 볼 건 진짜로 없어요. 살 것도 진짜 없다는 슬픈 현실까지 ㅠㅠ 근데, 사실 이곳의 산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코가 빨갛고, 풍채좋은 수염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현실! 숫자도 많고, 종류도 많고, 성격도 천차만별에, 여자, 남자, 어린이 산타 (여기서는 Nisse 라고 부릅니다 ) 까지 있지요. 날이 많이 쌀쌀해져서, 감기 조심하시고요. 계속 즐거운 여행 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