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부인, 2012 뇌인지과학회에 다녀왔습니다 1


레날 부인에게 


부인과 떨어진지 벌써 25일이 지났지만 아직 부인을 생각함이 예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 밤 부인을 생각하며 흐느끼던 십여일과 부인의 청량한 목소리가 불러주는 노랫소리를 생각하던

십여일을 보내고 나니 벌써 그대 있는 곳에서부터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얼마 전 수도에서 뇌인지과학회가 열려서 다녀왔습니다. 

더 고통스러워 해야 마땅한 몸임에도 지적 호기심에 못이겨 가벼이 문밖에 나섬을 용서해주십시오.

부인께서 뇌 과학에 관심이 있으셨던 것을 기억하여 그것을 기록하여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음을 기억해주시고

오로지 그대를 위해서 그때의 느낌, 생각들을 차분히 이야기 하려 합니다.


같이 갔던 동료는 05학번의 Y군과 그가 사모하는 후배인 D양. 그리고 언제나 작은 눈으로 재밌게 웃는 S군이었습니다.

Y군(27)은 최근에 동대학의 사회심리대학원을 들어갔는데 coin이론이라는 것에 푹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여전히 추상적인 이론을 좋아하나 그것을 설명할 구체적 내용은 없어 애를 먹는 모양이더군요. 

D양(22)은 여전히 색감이 좋은 발랄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인지과학회에서 학회지가 왔다며, 고민한 흔적이 

샤프자국으로 남아있는 페이지를 넘기며 제게 설명을 부탁했답니다.

S군(26)은 여전히 행동경제학에 빠져있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얼마전 재미있는 소문을 들었는데 S군의 

여동생이 S군의 외모가 거의 똑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순수한 S군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작은 눈을 볼 때마다 여동생의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가지치기, 신경가소성, 사이코패스형 아동 


 

뇌 인지 과학회를 여는 이야기는 역시나 신경 가소성에서 출발하더군요. 정확한 세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Symposium 1 Understanding minds: How brain interacts with environment & society>


뇌는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아 조형된다는 이야기여서 저는 환경에 의해서 신경세포와 그 연결망이 발달하는 쪽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처음에 이야기 한 것은 의외로 가지치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일단 뇌의 신경망이 발달하는 것은 시간에 따라 민감기가 있어서 그 시기에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부인이 알고 계시는 것처럼 어렸을 때는 모든 음소에 대해 지각이 가능한 애기가 생후 1년이 지나면 모국어에서 사용하는 음소

말고는 잘 지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이 민감기에 따른 '가지치기'의 영향 때문입니다.


뇌는 발달단계를 거치면서 시냅스 연결망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신경망을 제거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는데 

이것은 효율성을 위해서 필수적인 작업으로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시냅스의 수는 줄어들지만 효율성은 올라갑니다. 

이를 가지치기라고 하는데 이 현상을 아동기의 언어 폭력과 연관한 내용이 재미 있었습니다. 


언어 폭력을 당한 아동들과 뇌의 손상 정도를 연결지은 연구였는데, 결과적으로 언어 폭력과 시냅스의 수가 공변했습니다.

3-5세 아동 시기에 언어 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해마 부분에, 9 -11세 시기에는 뇌량 부분에, 

14 - 16세 시기에는전전두엽에 손상이 가장 심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가지치기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는 알 수 없어도 이것 역시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부모의 불화를 관찰한 아이들은 시각을 담당하는 피질의 부피가 줄어들었습니다. 부모의 불화를 주로 '들었던' 아이들은 청각을 담당하는

피질의 부피가 줄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차라리 눈이 멀었으며 좋겠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는 것은 시각을 담당하는 피질의 감소를 우리가 듣기 싫은 것을 듣는 것은 청각 피질의 감소를 불러 일으키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서적인 충격은 단지 '자아상'과 같은 추상적인 수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저는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를 다르게 조형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지 않게 됩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기억하지 않게 됩니다. 


부인을 떠나보내고 나서 이런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더군요. 부인은 저를 보지 않고, 듣지 않고, 기억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오로지 제가 부인에게 드린 고통의 기억을 관장하는 시냅스만이 남아서, 저의 목소리도, 저의 편지도 부인에게 고통만 드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두 번째 연사의 발표가 끝나가고 있더군요.


두 번째 연사의 내용은 사실 조금 뻔한 내용이라 재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 연구처럼 자주 훈련하는 뇌의 능력과 관련된 부위가 부피가 증가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이 지루해서였는지, 부인을 생각하다가 느낀 우울감 때문이었는지 발표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되더군요.

첫번째 발표와 두번째 발표에서 가지치기와 피질부피의 증가 등을 이야기하며 신경이 환경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고,

훈련에 의해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 메카니즘, 즉 작동 원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흔히 실험심리학자들이 뇌과학자들에게 하는 비판처럼, 뇌를 찍어놓고 차이가 있음을 보일 뿐이지 어떤 것이 진짜 원인이고

어떤 원리를 통해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발표들이었습니다. 


사실 많은 부분에서 비판하고 논의할 것들이 있었지만 청중의 많은 사람들이 교수들이고 연구자들이여서 학부생인 제가 나설자리가 

아니라고 생각되었는지, 아니면 2만원의 등록 비용을 내지 않고 듣고 있어서 조금 위축되었는지, 이때까지는 질문 없이 조용히 듣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발표는 경기대학교의 범죄심리학과의 김영윤 교수가 나왔는데, 조금은 두근 거리더군요. 

범죄심리학도, 뇌과학도 좋아하는 제게 가장 기대되었던 발표 중에 하나라고 할까요.


김영윤 교수의 발표는 전체 인구의 1%는 사이코패스라는 발언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남성 인구의 1%라고 알고 있었는데, 출처가 궁금해지는 발언이었습니다. 진화적 관점으로 생각했을 때도 여성에서 공감능력 결여가 된 개체 비율이

남성과 같다는 것은 조금 말도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체 인구 중에 사이코패스의 비율을 계산하는 것도 사실은 불가능한 작업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김영윤 교수가 정의한 사이코패스는 조작적으로 DCL-R, Hair, 1991 검사로 측정할 수 있는 유형의 인간을 이야기하며, 

요인 1은 주로 정서적 결함(공감능력의 결여)을, 요인2는 주로 반 사회적 행동을 측정치로 받았습니다. (둘다 자기보고로 측정함)


주된 논지는 사이코패스의 뇌를 연구한 논문 20개를 메타분석한 결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부위에 손상이 있었으며 

여러 피질부위에서 '정상인'과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두엽 등이 손상되어 있습니다.)


여전히 메카니즘에 대한 이야기도, 인과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지만 발표는 마치 사이코패스의 뇌가 살인으로 이어진다는 뉘앙스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앞선 발표 - 가지치기 - 에 따르면 살인이나 폭력적인 행위를 통해서 자기 뇌의 공감능력을 담당하는 부위에 손상을 입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비판점이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사이코 패스형 아동'이라는 발언을 하더군요.


부인도 아시겠지만 저는 이런 발언을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이코패스형 인간이라고 해봐야 측정치로 받은 것은 공감능력의 결여와 반 사회적 행동입니다.

이런 특징을 보이는 아동들은 보통 저소득층의 육아 환경이 좋지 않은 아동이나, 학대를 경험한 아동들이지요.


사이코패스형 인간이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나, 아니면 두뇌의 결함이 어떤 작용을 통해서 일어나는 것인지도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공감 능력의 결여와 살인 행위와의 연관성을 당연한 가정으로 깔아둔 상태에서


특정 아동들을 '사이코패스형 아동'이라고 칭하는 것을 듣자니 앞에 있는 강사가 과학 파쇼거나 바보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발표가 끝나기가 무섭게 교수에게 비판을 던졌습니다.


"사이코패스형 아동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 같다. 뇌 손상이 학습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뇌 손상이 그런(폭력)행위를 초래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으면서

게다가 사이코패스라는 것도 일종의 구성개념일 뿐인데 어떻게 아동에게 이런 이름을 붙일 수가 있는가. 

아니면 혹시 연사는 유전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인가?"


하지만 대답은 비겁했습니다.

'환경과 뇌는 상호작용하니까 물론 인과관계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요.' 라더군요. 그리곤 좌장이었던 서울대의 권준수 교수가 나와서 질문을 수습했습니다.

동료의 실수를 무마하려고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사이코패스형 아동이라는 표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몰라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부인, 하지만 뇌과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인간의 권리에 대해서 그렇게 둔감하다니요!


어쩌면 그떄의 분노는 제가 가지고 있는 둔감함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부인에게 했던 행동들, 했던 말들 하나 하나가 사실은 제가 가지고 있었던 둔감함.

네 사랑하는 상대의 권리에 대한 둔감함에서 나왔던 행동들입니다.


저는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의 저주받은 육체와 아픈 뇌의 상태를 핑계삼아 그대를 희생시키고 또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대에게 사랑을 갈구한다는 솔직한 말조차 건넬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았습니까.


말이라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어떤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현재 뇌 과학은 사이코패스형 인간이라는 확증을 내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단지 뇌에서 차이가 발생하니까 

이런 이런 유형의 인간이 있지 않을까 해서 여러 사람들을 묶어 놓은 개념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개념을 아동들에게 '사이코패스형 아동'이라며 한 종류의 사람으로 분류해놓다니요.

어떻게 가장 잔혹한 살인자의 뇌를 찍어 나타난 결과를 아동과 비교하며, 그 아동들에게 그 이름을 붙일 수가 있습니까.

만약 이곳이 코펜하겐이나 헬싱키, 아니면 제가 꿈꾸어 마지 않는 빠리였다면 그 발언을 한 학자가 어떤 망신을 당했을 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켜본 것은 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무언의, 합의의 폭력이 대체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날이 밝아오는 군요.

저는 다시 저를 쫓는 현실의 세계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아아, 베리에르의 뜨거운 여름 공기가 기억납니다. 부인과 손잡고 걸었던 새벽길의 혼란스러운 뜨거움이 기억납니다.



                                                                                                                                                                    한결같이 부인을 생각하는 

                                                                                                                                                                       쥘리앙 


추신. 벗들의 명예를 위하여 적습니다. 위의 사이코패스형 아동 발언과, 메카니즘을 밝히지 않는 학자들의 태도에 대해

Y군은 저의 뜻과 함께 했으며, 다른 후배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음을 밝힙니다. 







    • 쥘리앙님, 부인 모두 평안해지시길 바랍니다 잘 읽었어요~
    • 잘 읽었습니다. 싸이코패스 류의 사회적 딱지를 남발하여 특정 유형의 인간들을 격리시키려는 추세에 대해 요즘 이래저래 생각을(..이라기보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더 얻어갑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방청하려다 놓친 학회였는데 브리핑까지! 감사해요 :) 2편도 기다릴게요.

      그리고 레날 부인과 소렐 님의 앞날에도 슬픔이 걷히고 축복이 내리기를..
    • 제가 잘 모르지만..; 그 교수의 논지는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지요?.....
    • 범죄의 원인을 뇌의 비정상적 발달로 보면 범죄자에게 고의성이나 자기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요? 악은 사라지고 새로 프로그램을 짜넣어야할 바이오 컴퓨터쯤 되려나요. 궁극적으로는 범죄가 일어나는 뇌의 기전을 밝혀내서 예방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는데 그 주제에 관심있으시면 마이클 가자니가의 '윤리적 뇌' 라는 책 한번 읽어보세요.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라는..
        • 그렇지 않아도 추천을 부탁드릴까 했었는데..감사합니다. 이미 2009년에 이런 책이 나왔었군요. 말나온김에 좀더 여쭤볼게요. 윤리관련아니어도 좋습니다. 혹시 뇌, 심리 관련해서 탁월하다 느끼신 책 있나요?
          •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 추천드립니다. 물리주의(인간의 마음은 뇌의 작용으로 인한 것이며, 완전한 물질적 기반하에 있다.)로 발생하는 생각들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것 같은데 앞서 추천드린 책이 그 현상에서의 생각이라면, 이 두 책은 사상적인 기반에 대한 책입니다. (물론 재미도 있습니다^^;)
    • 쥘리앙 님,

      편지는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당신의 글솜씨와 지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 빛나는 군요. 이 글을 읽어 나가는 내내 저는 당신이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는 느낌과 함께 황홀감에 젖어 있었습니다.

      특히, 그 고매한 지성들이 모인 엄숙한 분위기에서 위축됨 없이, 자신의 양심이 시키는 대로 그 뜻을 큰 소리로 밝힌 용기는 그동안 제가 당신에게 가졌던 감정들이 헛된 것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값진 증표와 같아 더욱 기뻤습니다.

      다만 저에게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어, 그것을 제가 지금 말씀드리지 않았을 때 저에게 쥘리앙님에 대한 거리낌으로 남게 될까 하여, 이 답글을 빌어 풀어놓으니, 이에 대해 너무 심려치 마시고 그저 그런 생각도 있을 수 있겠다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울분을 참지 못하고 문제제기를 하셨던 부분이 진정 그렇게 발표자에게 귀여운 적의를 보이며 작은 소동을 일으킬 만한 일이었는지, 단지 쥘리앙님의 도덕적 민감성을 그 곳의 분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올바른 지적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상류사회에 등장하게되는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지 하는 저의 기우입니다.

      물론 이 말이, 저의 인권에 대한 둔감함과 쥘리앙님에 대한 오해를 모두 나타낸다는 것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그 Psychopath 라는 개념이 말씀하신대로 '공감능력의 결여' 와 '반 사회적 행동'을 '자기진술'을 통해 측정한 것이라고 할 때, 어떤 아동들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이, 그 아동이 '공감능력의 결여'와 '반 사회적 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판단 할 수 있다고 저는 보고(즉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도 같은 형태의 구분, 즉 판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때 그 아동들을 '사이코 패스형 아동'이라고 부르는 것과 '공감능력이 결여되고 반 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아동'이라고 부르는 것 두 가지 방법에 그렇게 쥘리앙 님이 문제제기를 해야할 만한 차이가 있느냐 하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물론 '정치적 올바름'과 같이 지난 세월 무수한 대중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며 현실에 참여하고 일정부분 세상을 바꾸었던 개념의 효용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여기서 고종석 선생님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언어는 세계를 규정하고, 세계도 언어를 규정하지만, 결국 더 힘이 강한것은 세계라는 그런 의미이지요.

      저는 오히려 여기에서 '아이들은 순진하고 무구하며, 아이들에게 죄를 물어서는 안된다'는 쥘리앙님의 이상적인 생각을 봅니다. Psychopath 가 유전자에서 기인하든, 사회적 환경에 의해서 기인하든, 이와 상관없이 아이들의 세계에도 어른들의 세계와 똑같은 폭력과 따돌림, 공포와 잔인함이 존재합니다. 때로 어른이 어떤 아동을 구별하고 행동을 고칠 방법을 찾는 것은, 그 자신이 가진 '공감능력의 결여'대해 아무 책임없는 아동에게 죄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그 아동으로 인해 다른 아동들이 상처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점은 아이들을 키워본 제가 더 잘 알겠지요.

      그리고, 계급에 대해 인식과, 하위계급에 대한 배려를 표현하신점도 훌륭하다고 칭찬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배려에 포함된 가정, 즉 공감능력의 결여를 저소득층의 아이들과 바로 연결하고 계신 점도 저에게는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적어도 " '공감능력의 결여'와 '반 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저소득층에 더 많을 것이다"는 주장은, 저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합당한 근거 역시 필요한 주장입니다. (바로 위에 말씀하신 연구와 같이, 학대를 받았을 때 공감능력이 상실되는 것은 그럴 듯 합니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학대를 받아도 공감능력이 덜 상실되고, 어떤 아이들은 학대를 받지 않아도 공감능력이 원래 부족하겠지요. 이는 유전적인 효과일 수 있구요.)

      다시 저의 경험으로 돌아가자면, 저는 그 '공감능력의 결여'와 소득수준의 관계를 그렇게 확신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아마 '공감능력의 결여'의 '다양한 스펙트럼'이라는 개념을 허용하신다면, 일선 학교에서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들이 저소득층 출신들만은 아니라는 다수의 경험적 사실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글에 대해 즐겁게 답을 하려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면 그것은 저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일겁니다. 그저 부럽기 만한 지적 회합의 장소에 함께 어울릴 능력이 되지 못했음에 질투하는 마음으로 이런 꼬투리 잡기로 나마 끼어듬을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소요님께서 능력이 부족하시다는 말씀이 일단 의심이 가는군요 ^^; 소요님께 친절한 답변을 드리고 싶지만 제가 또다시 사소한 일상에 쫓기는지라 질문해주신 두 부분에 대해서 제 소견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사이코패스 아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던 이유에 대해서>

      1. 논의를 위한 이론적 배경

      -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은 구성개념으로서 학자들이 '임의적으로' 특정 유형의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개념입니다.
      - 구성 개념을 연구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조작적 개념이라고 합니다. 즉 해당 개념에 대한 측정치를 어떤 방식으로 받을 지를 정하는 것이지요.
      -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은 공감능력 결여와 반사회적 행동을 측정치로 받았습니다. 이 두 측정치를 '자기보고'라는 방식으로 받았는데 주로 문항에 대해서 피험자가 자기 스스로 응답한 것을 연구자가 분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사이코패스 연구는 주로 상관관계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즉, 특정 유형의 사람들이 어떠한 변화(뇌의 손상, 공격 행동)과 함께 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으로 둘 사이의 어떤 연결관계가 있는지(다른 요인이 두 요인을 변화 시키는 것인지, 두 요인간의 인과관계만으로 상관이 나타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분석해낼 수 없습니다.
    • 2. 주장의 핵심적 논거
      - 이름을 붙이는 것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나 기대효과같은 연구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특정 이름을 붙이게 되면 사람들은 그 이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오래 연구되어 온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정신과나 임상 상담에서 환자들에게 특정 병명을 쉽게 진단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경계선인격장애요.'라고 통보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효과들을 생각하면 보통 부정적인 효과를 주게 되겠죠.)

      - 인과관계를 검증하지도 않았고,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아래에 깔려 있는 작동원리에 대한 파악도 없는 상태에서 특정 유형의 인간을 사이코패스라는 사회적으로 강하게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아이던 어른이던 비합리적인 행위입니다.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을 내리기 전에 사이코패스라는 유형의 인간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사이코패스가 학습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인지 생리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특정 유형의 사람들에게 (연쇄살인범 등) 사이코패스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학술적으로는 엄밀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들을 분류함으로써 오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 그 효과는 바로 안심입니다.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범죄자라는 행위에 의한 이름 대신에 사이코패스라는 특정 유형의 (그것도 생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 보이는) 이름을 붙임으로서 정상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하고,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그런 특정 유형의 사람들 때문이며 그런 사람들을 격리하게 되면 안심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 잠시, 사이코패스형 아동이라는 표현을 받은 아동의 삶을 생각해보세요. 그 아동은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확실하게 성립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지 현재 측정도구가 측정하는 (공감능력의 결여, 반사회적 행동)에 적절한 수준으로 응답하였다는 것 때문에 '사이코패스형 인간'이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름 하나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작지 않은데 하물며 사회적으로 부정적 편견이 가득 담긴 표현을 달고 사는 아동이 정상적인 발달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사이코패스형 아동'으로 분류한 아동들이 사이코패스의 진단도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념의 측정도구도 엄밀하지 않은데 그 측정마저 일관되게 측정되지 않는다면 이 개념으로 아동을 분류하는 것은 폭력적이기 이전에 타당한 분류가 아닙니다.
    • 3.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다른 아동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반사회적 아동)
      일단 아이들의 어머니로써 다른 아동에게 공격적인 특정 아동들에 대한 걱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이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특정 아동들을 분류하기 시작하면 더 큰 문제가 생겨납니다. 뇌인지과학회 첫번째 발표에서 나온 연구처럼 아동이 학대당했을 경우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또래집단에 의한 언어폭력 (또는 왕따)에 의해서도 아동의 뇌 손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아동들은 폭력의 희생자인데도 공감능력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로 '공감능력의 결여' 지표에서 측정치를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생리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아동들을 특정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과연 아동들을 지키는 좋은 (올바른이 아닙니다.) 방법일까요? 이렇게 특정 아동들을 분리하는 것은 아동들에게 실제 사실과도 다르고 차별적 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특정한 사람이 나쁜 짓을 저지른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보다는 공감능력이 결여된 아동들에게 어떤 문제로 인해서 정서적 발달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인지 어른들이 도와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모색하는 것이 소요님이 걱정하신 사태를 막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저소득층 자녀와 공감능력 결여에 대해서>

      말씀하신대로 일선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저소득층 자녀들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사이코패스 문제를 계층의 문제로 몰고가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으니 혹시나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제가 주장하고자 했던 것은 양육환경이 부족한 아이들일 수록 공감능력 결여를 비롯한 발달상의 문제를 많이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연쇄살인범들을 삶을 살펴봤을 때 주로 아동기의 학대가 사소한 폭력으로 이어졌던 것이 주요한 특징이었습니다. (개를 때린다던지 또래집단에게 특히 폭력적이라던지) 우리나라엔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동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제가 소견으로는 유효한 광범위한 시스템은 하나도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사이코패스 연구는 범죄 연구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이코패스 검사는 수감소의 수형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소득과 범죄율의 부적상관에 대한 연구는 많으므로 제가 그런 주장을 했던 것입니다.
    • <덧붙여>
      소요님께 답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된 것도 있고, 더 생각해보고 싶은 것들도 생겼군요. 소요님께서 말씀하신 지적회합이 이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소요님의 댓글이 즐거웠고 지적으로 유익하였으나 제 댓글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 언제 댓글을 보실지 모르나, 부디 선선한 가을 날씨 놓치지 마시고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쥘리앙님, 친절한 답글 감사합니다.

      먼저 한 가지 사과할 일이 있군요. 첫번째 답글의 앞 부분은 저도 쥘리앙님의 원글에 취해 저도 모르게 레날부인으로 분 한 것으로, 실은 저는 생물학적으로도, 주민등록상으로도,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y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남성입니다. 찬찬히 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아이를 키워 본'이라는 부분과의 상승작용이 충분히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 했던 것 같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임의로 쥘리앙님의 주장을 간략화 하겠습니다.
      1. 사이코패쓰는 매우 부정적인 개념이고 또한 임의적인 개념이다.
      2. 이름을 붙이는 것은 대상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아동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저는 쥘리앙 님에게 ‘일상(학교 등)에서 문제아동들을 사이코패스아동으로 명명하고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 저의 반론이 이야기 하듯이, 쥘리앙님의 '연구 목적으로도 '사이코패스 아동'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아동들에게 연구한다면, 그 대상들에 대해 '사이코패스 아동'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과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아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는 주장을 한 것이지요.

      즉, 쥘리앙님이
      1’. 사이코패스는 매우 부정적이고 또한 임의적인 개념이므로 연구해서는 안된다.
      또는
      1’’. 사이코패스는 매우 부정적이고 또한 임의적인 개념이므로 그 개념을 연구하더라도 그 대상에게 그 이름을 붙여서는 안된다.
      또는
      1’’’. 사이코패스는 매우 부정적이고 또한 임의적인 개념이므로 어른에 대해서는 그 개념을 연구하고 이름을 붙일 수 있지만 아동에 대해서는 그 개념을 연구하거나 이름을 붙여서는 안된다.

      중의 하나를 주장하시지 않는 한(저는 모두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혹시 1''' 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경우 아래를 보시면 됩니다), 제가 처음 드렸던 반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위의 내용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논쟁은 역할놀이일 뿐이지요)



      제가 원래 하고 싶은 이야기(그리고 쥘리앙 님과 저의 결정적 관점 -유전/사회- 의 차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이코패스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왜 이런 연구가 최근에 주목받고 있을 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 연구의 의미는 이러합니다.

      아래와 같은 문장을 생각해 보지요.

      “ ‘공감능력이 결여되고 반 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범죄자중에 그 비율은 매우 높이 올라간다 ”

      위 문장에서 ‘공감능력이 결여되고 반 사회적 행동을 하는’ 이라는 수식어를 어떤 부정적인 수식어로 바꾸어도 위 문장은 참일 겁니다. 예를 들어 ‘첫 인상이 나쁜’ 이나 ‘성격이 나쁜’, ‘몸에 문신을 가진’, ‘범죄자 친구가 많은’, ‘학업성적이 나쁜’, ‘집이 가난한’ 등이 있겠지요. 이런 문장이 참이라는 것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지요. 사실 ‘공감능력이 결여되고 반 사회적 행동을 하는’ 은 간단히 말해 ‘성격이 나쁜’과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사이코패스는 특별한 대접을 받을까요?

      그것은 ‘공감능력의 결여와 반 사회적 행동’을 어떤 방식으로 측정했을 때, 특정한 사람들이 특별히 높은 값을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이 특성에 유전적인 영향이 있음을 강하게 암시합니다.

      위에서 제가 말한 다른 나쁜 특성들(인상, 성격, 성적 등)의 경우 일반인들을 어떤 척도로 측정할 경우 정규분포를 가집니다. 그러나 ‘공감능력의 결여와 반 사회적 행동’, 을 일반인들에게 측정한다면, 정규분포의 한 쪽 끝에 높은 피크를 가지게 된다는 뜻이지요. 이는 위 문장에 ‘y 염색체를 가진’이라는 수식어를 집어 넣었을 때 위 문장이 참이 되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구요.

      또 하나의 문제는, 말씀하신대로 인류의 1%, 또는 남성중의 1% (제가 보았던 연구중에는 4%를 이야기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요)가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 까요? 이 말은 내 친구중에, 내 친척중에, 내 회사동료중에도 사이코패스가 존재한다는 뜻이고, 또한 사이코패스중 여전히 극소수만이 범죄자가 된다는 뜻이지요. 이 역시 놀랍지는 않습니다. 학창시절에, 분명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배려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다들 잘 살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오늘날 같은 경쟁사회에서 사이코패스가 높은 직위에 올라가는데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합니다. 도킨스는 징기스칸이 사이코패스일거라고도 했지요.

      이 이야기를 좀 더 하기위해서는 말씀하신 '조작적 개념'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저는 '조작적 정의'라는 말이 더 편합니다. 저는 이 용어를 국내에서는 90년대 중반 스타노비치의 '심리학의 오해'라는 책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더군요.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의 해석문제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지요. 조작적 정의는, 물론 과학자들이 서로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그러나 조작적 정의는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는데, 이는 용어의 의미를 용어의 정의로 한정하는 효과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잠깐 다른 예를 들지요. 미술평론가 반이정님의 블로그에 최근, ‘영화제에서 수상작을 결정하기 위한 표결’에 대한 글이 있었습니다. 정성일 디렉터는 ‘가능하면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표결을 미뤄달라’고 부탁했지만, ‘논의란 결국 힘센 사람의 의견이 관철되는 과정일 뿐, 그에 비해 표결이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이정님의 의견이었습니다. 제가 트위터로 남긴 말은 이렇습니다. “표결을 통해 수상의 의미 자체를 더 많은 수의 심사위원의 동의를 얻었을 뿐으로 한정함으로써 예술에 순서를 매겼다는 오해도 피할 수 있겠지요”

      김기덕의 영화가 베니스에서 최고상을 받았지요. 많은 사람들은 이제 ‘피에타’가 진정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감을 수정할 수도 있겠지요. 이미 자신의 미감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중 영화를 즐겁게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요. “피에타는 더 많은 수의 심사위원의 동의를 얻었을 뿐이다” 이 말에서 부정적 기운을 제하고 나면, 더 현실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말이 되지요.

      사실 많은 개념들이 이런식으로 현실에서 개념의 양극화가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좋은 대학을 입학한 사람의 능력이 뛰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든지, 첫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물론 엄밀한 판단의 비용을 고려할 때, 이 역시 개인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사이코패스에서 범죄자를 연상하는 것도 - 언론의 선정적 보도탓이 크겠지만 - 같은 맥락이지요. 그러나 과학자는 이렇게 말해야 됩니다.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사람)는 (아직은 불완전한)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일 뿐이다”

      앞으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더 엄밀한 판단이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사이코패스의 유전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의 영향의 정도도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며, 결국 유전적 요인을 어떻게 사회화 할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연구도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1. 사이코패스는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고 생각하)며, 상당수가 존재한다.
      2.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을 범죄자로 바로 연결시키는 확대해석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어쨌든, 연구는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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