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 첫 문장이 마음에 든 소설

죽음은 암갈색으로 사그라지는 빛 속에서 대로를 돌진하며 등장했다. 
죽음은 묵직하고 투박한 배달 자전거를 타고 어린애들의 만화 속에서인 양 날아와 등장했다.
결코 틀림없는 죽음이 등장했다. 흔들림 없는 죽음. 다급한 죽음. 맹렬히 페달을 밟는 죽음. '특급 우편 취급 주의'라고 표시된 소포를 안장 뒤 철제 바구니에 실어 나르는 죽음.
죽음은 도로 보수로 서쪽 차선 둘이 하나가 된 월셔 대로와 라브레아 거리가 만나는 교차로의 차량들을 뚫고서, 볼품없는 자전거를 능숙하게 몰며 등장했다. 정말이지 잽싼 죽음! 경적이나 울려대는 중년들에게 콧대를 내흔드는 죽음
(중략)
죽음은 다시 한 번, 더 세게 벨을 울렸다. 그리고 이번엔 문이 열렸다. 나는 죽음으로부터 그 선물을 건네받았다.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누가 그것을 보냈는지도. 나는 이름과 주소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고선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지인의 추천을 받고 서점에서 잠시 들춰봤다가 첫 문구에 사로잡혔어요, 읽다보니 상당히 집중력을 요하는 책이더군요. 이 책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블론드》입니다.

p.s 책을 그렇게 좋아하거나 많이 읽거나 문학청년도 아닌데 근래 올리는 게 죄다 이쪽 얘기네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 홈즈에게 그 사람은 언제나 '그 여자'였다.
    • 스칼렛 오하라는 그리 미인은 아니었다.
      • 오오...오랫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 어둠을 떠올려보라. - 환영의 도시 (어슐러 K. 르 귄)
    •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 이번 펭귄 클래식의 두 도시 이야기 새 번역에서 따왔습니다.
    • 그 곳은 죽음의 방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플레처는 방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 저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준 건 고(흑) 조애너 러스의 별 인기 없는 장편인 We Who Are About to...의 첫 문장들.

      About to die. And so on.
      We're all going to die.
    • "You know, people die in space." - SpaceChem (http://www.zachtronicsindustries.com/spacechem-story/ )

      게임에 들어있는 단편 소설의 시작. 아직 게임을 다 못 깨서 다 읽진 못했습니다만.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난감한건 그다지 기억을 잘 못한다는 거죠. 기억 날 만큼 특출난 걸 읽지 못 했다는 거지만.
    •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
      • 이와 비교될만한 첫문장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 이런 문장을 태평스럽게 쓴 작가는 심지어 영어가 첫번째 언어도 아니었지요. 불공평한 세상.
          • 교포 후배 하나가 첫구절을- 그 다음에 로올-리이타- 뭐 이렇게 되지 않나요? 그걸 반복해서 읽어주면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더군요.
            • 제레미 아이언스의 롤리타 오디오북을 샀는데 이 처음부분만 수십번 들은것같아요. 롤-리-타...she was lo, plain love in the morning...
    • "Dere's no guy livin' dat knows Brooklyn t'roo an’ t'roo, because it'd take a guy a lifetime just to find his way aroun' duh goddam town."
      • 이건 무슨 소설이죠? 그리고 dere는 there의 뜻인가요?
        • Only the Dead Know Brooklyn.
          http://www.southerncrossreview.org/57/wolfe-brooklyn.htm
          • 듀나님 감사합니다. there 맞는 것 같고요, 저렇게 표기한 건 브루클린 사투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 Mrs. Dallorway said she would buy the flowers herself.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첫문장이요. 언뜻 평범한 문장인데 그 의미가 기억에 많이 남더라구요.
    • “The sky above the port was the color of television, tuned to a dead channel.”
    • 조이스 단편소설들도 첫 구절이 다 인상깊었던듯 한데...
    • 요 질문을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문장.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 현진건 단편선 정말 좋아합니다.
    • "I fell in love with football as I was later to fall in love with women: suddenly, inexplicably, uncritically, giving no thought to the pain or disruption it would bring with it." ㅡ Fever Pitch (Nick Hornby)
    • 너무 유명해서 가끔은 감흥이 없기도 한 문장 세가지

      1번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Anna Karenina)
      2번 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Pride&Prejudice)
      3번 Mother died today. (The Stranger)

      하지만 제가 정말로 제일 좋아하는 건 이 두개에요.
      1. Mr and Mrs Dursley, of number four Privet Drive, were proud to say that they were perfectly normal, thank you very much. (Harry Potter)
      2. "Christmas won't be Christmas without any presents," grumbled Jo, lying on the rug. (Little Women)
    •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 아무래도 간장이 나쁘기 때문인 것 같다.
      • 지하생활자의 수기! 제가 갖고 있는 책과 미묘하게 다른 문장인데 이 문장이 더 좋네요 . 제 책에는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생각건대 간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

        가 첫문장이에요. 어느 출판사인지 궁금해요.
        • 기억을 더듬은 거였는데, 제가 읽었던 책은 70년대 정음사판 도스토옙스키 전집이네요.
    • Mother died today. Or maybe yesterday...
    • 아, 이걸 빼먹을뻔 했네요.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설국)

      딱 세문장만으로도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눈앞에 펼쳐지는 엄청난 표현력...
    • "크아아아아"



      드래곤중에서도 최강의 투명드래곤이 울부짓었다

      투명드래곤은 졸라짱쎄서 드래곤중에서 최강이엇다

      신이나 마족도 이겼따 다덤벼도 이겼따 투명드래곤은

      새상에서 하나였다 어쨌든 걔가 울부짓었다



      (...)
    • The night was young, and so was he. But the night was...
    • It was love at first sight.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이방인)

      그의 신도들은 그를 마하사마트만(Mahasamatman)이라고 부르고 그를 신으로 섬겼다. 그러나 그 자신은 마하(위대한)와 아트만(영혼)을 생략하고 간단히 샘(Sam)이라고 불리기를 원했다.(신들의 사회)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에 입대했다(노인의 전쟁)
    •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 The first time I laid eyes on Terry Lennox he was drunk in a Rolls-Royce Silver Wraith outside the terrace of The Dancers.
      (내가 처음으로 테리 레녹스를 보았을 때, 그는...)
    • 나는 얼굴이 조금 못생겼고(진짜 진짜 사실 진짜 조금 못생겼다.존나 조금일뿐이다-_-)
      성격은 되게 어리버리한 여자라서 애들이 다 귀엽다고 한다.
      나는 사실 잘 못나간다-_뉴
      "ㄲ ㅑ아~"
      그때 내 비에푸 순이가 오락실에서 어떤 남자애들을 보고 소리를 지른다.
      남자애들 주위에는 존나 무서운 일진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난 무서워서 가지 말자고 했당.
      "쟤네가 공고 오대천왕이야.세븐파마 한 머리한 애가 공고 일진짱이야."
      "허거덩.정말?-0-??"
      "응.쟤 이름이 뭔줄 알아?"
      "몰랑,"
      "존나세"
      "엉-0-?"
      "이름이 존나세야. 나세.!! 얼굴만큼 이름도 멋지징?
      쟤가 세계에서 제일 센 애야. 그때 60대 1로 싸웠는데 쟤가 상처 하나두 안입고
      이겼어.사겨보고싶다."
      "아니ㅡ.ㅡㅋ 나 저런 타입 딱 질색이야."
      헉! 근데 내가 한말이 다 들렸나보다.
      일진뇬들하고 그 오대천왕 새끼들이 나를 주목했다.
      그리고 나세라는 놈이 얼굴을 잔뜩 구기고 나에게 다가왔다.
    •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 네, "칼의 노래" 입니다.
    •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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