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이트 어떨까요?

 

 

 

아래 애인이랑 책읽기 좋은 곳 게시물 읽고 문득 든 생각인데요...

 

그 사람에게 강남이나 교대 근처의 지하철역에서 만나자고 해요.

그 사람 집은 거기서 가깝거든요.

평일 한낮, 사람들이 모두 휴가를 간 서울 도심은 한적한 느낌마저 들죠.

그 사람과 저는 지하철역에서 만나 밖으로 나와요.

어쩌면 날씨가 조금 흐릴지도 모르겠어요.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음료수를 하나씩 사는 거죠.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려요.

빨간색 광역버스.

그곳이 기점이기 때문에 마침내 도착한 버스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 사람과 저는 아무 데나 앉고 싶은 자리를 골라서 같이 앉아요.

 

자리에 앉은 다음 저는 가방에서 책 두 권을 꺼내요.

그 사람에게는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를 건네고,

저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아메리카의 나치문학'을 꺼내죠.

가든파티는 단편집이라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두 편이나 세 편 정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요.

아메리카의 나치문학 역시 가상의 인물들을 다룬 전기 형식을 띠고 있어서 단편집과 비슷해요.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말없이 책을 읽어요.

물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상관없죠.

사람이 아무도 타지 않네, 라든가 이 음료수 맛있다, 라든가 말이에요.

 

버스는 서울을 벗어나 시원스럽게 뚫린 국도를 달리기 시작해요.

이따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 무성한 여름숲이 보이죠.

그리고 두 사람은 책을 덮고 마침내 버스에서 내려요.

조금은 황량한 느낌마저 드는 국도변의 버스 정류장이죠.

길가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긴 옥수수들이 서 있어요.

그 사람과 저는 조금 걸어요.

그리고 어느 공터에 세워놓은 차로 가서 타는 거죠.

물론 제가 미리 준비해 놓았어요.

그대로 차를 몰고 국도에서 지방도로 빠져요.

 

창밖은 금세 시골 풍경으로 접어들고,

차들이 다니지 않는 2차선 도로에는 이따금 과속방지턱이 나타나죠.

얼마 가지 않아 도로는 강을 따라 달리기 시작해요.

다른 쪽에는 비탈에 선 나무들이 있구요.

그리고 드문드문 찻집과 음식점을 겸한 가게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 두 사람은 차를 마셔요.

평일이라 사람도 없고 실내는 조용한 음악만 나오겠죠.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읽은 책에 대해서 얘기해요.

그 사람은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집 중에서 제일 처음 읽은 '딜 피클' 얘기를 하겠죠.

기억나는 대로 자세히 해달라고 해요.

저는 조용히 그 사람의 얘기를 듣고, 또 가끔은 고개를 끄덕끄덕해요.

다음엔 제가 아메리카의 나치문학에서 제일 마지막 장인 '악명 높은 라미레스 호프만' 얘기를 해요.

그리고 그 얘기를 발전시킨 볼라뇨의 또 다른 소설 '먼 별'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는 거죠.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한참 책 얘기만 해요.

 

아까 그 게시물을 읽으면서 일단 여기까지는 게시물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동영상처럼 막 떠올랐어요.

글쎄요, 그 다음엔 뭘하죠.

그렇게 찻집에서 한참 놀다가 저녁이 가까워지면 밥도 먹고 술도 마실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가야겠죠?

 

그런 데이트를 한번 해보고 싶네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일단 전 차안에서 책을 못읽어서 무리겠군요.
    • 태클은 아닌데, 저는 버스에서 책 읽으면 속이 안 좋아서.;; 저같은 애인이면 곤난한 일정이네요. 하하-
    • 저도 그 이야기 하려고 로그인을..;;지하철은 괜찮은데 버스 안에서는 도저히 못읽겠어요.
    • 차에서 책 못 읽는 4人...
    • 5인 ㅠㅠ

      '어느 공터에 세워 놓은 차'라니 품이 정말 많이 들겠어요. 애인님 부럽네요.
    • 6인...;;;
      그럼 버스안에서 책 대신 같이 음악 듣는거에요. 아니면 라디오 드라마 이런거.

      제가 빵! 한 부분은 '빨간버스타고 시외 나와서 미리 준비한 차로 더 멀리 나가는'
      우와. 생각만해도 두근거리는 장면이군요. 같이 간 연인이 얼마나 놀랄지..
    • 버스타고 책 읽으면 멀미나요. 그리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독서하면 시력 안 좋아진대요.
    • 차에서 책 못 읽는 8人...
      하지만, '버스 타고 종점 가기'는 재미있는 놀이에요. 에어컨만 협조해 준다면...
    • 한명 추가요. 차 안에서 책 읽을 수 있는 분들 부러워요. 차에서는 핸드폰 문자만 보내도 울렁울렁.
    • 버스에서 읽을 수는 있는데 피로가 금방 몰려오더라구요. 막 졸려져요;
      지하철에서도 어쩔 땐 너무 재밌게 읽다가도 어떨 땐 팍팍 졸려져요;; 컨디션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어쨌든 로맨틱한 데이트~.(젤 먼저 생각한 건 "요샌 버스에도 에어컨 빵빵하지~괜찮겠다~"라는 더위 많이 타는 1인)
      차가운 달님의 글은 항상 차분한 느낌의 파스텔 톤 같아요. 좋네요^^
      요런 느낌으로 담담하게 연쇄살인범이라든가 이런 얘길 쓰셔도 재밌을 것 같아요.
      막 아드레날린 솟는 문장도 나쁘지 않지만 담담히 얘기하는 (차가운 시선도 아닌) 하드한 스토리도 좋을 것 같아요.
    • 으으, 이런... 반응 안 좋네요. -_-;;
      덜컹거리는 그런 버스 아니라구요. ㅠㅠ
      버스에서 책 못 읽는 분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 차에서 책 못 읽는 10人...
      책읽기 위해서 버스타면 빨리갈 곳을 일부러 지하철 타고 간 적도 있습니다.
    • 차에서 책 못 읽는 11人...
      앗 상상만으로도...
    • 버스 아니라 기차에서 책을 읽어도 금방 멀미 일으키는 11인
    • 이제 고만...
      버스에서 책 못 읽는 분 많은 거 알았으니까 더 이상은...
      반응 넘 안 좋다~ ㅠㅠ
    • 하지만 버스 타고 어디 가는 건 참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거나 함께 딴 짓을 하지는 못할테니까요. 버스에 나란히 앉아서 음악을 듣던 책을 보던, 함께 풍경을 바라보면 정말 즐거울 것 같아요.
    • 책은 별로이지만 한가한 버스 타고 둘이 손 꼭 잡고 다니던... 연애시절이 생각나네요.
      옆집 아저씨가 앞앞자리에 앉는 거 보고 킥킥거리며 숨었던 것도.
      아~ 옛날이여.
    • 저도 달리는 차 안에서 많이는 못 읽지만, 그래도 꼭 두어권 들고 타지요. 가끔 멈춰있을 때 조금씩 읽는 맛이 있답니다.
      작가들은 책 제목도 잘 짓지만 본인들 이름 자체도 참 멋지군요. 캐서린 맨스필드라니.. 옆집엔 아가사 크리스티가 살고 앞집엔 제인 오스틴이라도 살 듯한,
      참으로 여류소설가다운 이름이네요. 가든파티라는 책도 달피클이란 단편도 제목만으로 솔깃해져요. 근데 진짜 있는 책 맞지요?
    • 책을 빼면 금상첨화일거 같아요 그냥 밖을 쳐다보며 둘이 소곤소곤 하세요 그리고 내려서 놀고 다시 타고 오고.
    • 집에서 각자 골라준 책을 읽고와서 까페에서 조근조근 얘기하면 참 좋겠네요. 로망입니다.
      버스는... 음...ㅠ 생각만 해도 울렁울렁
    • brunette / 네, 이번에 나온 신간이에요. 저도 캐서린 맨스필드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버지니아 울프가 질투를 느낀 작가라고 하네요. ㅎㅎㅎ 아주 재미있어요. 강력 추천!
    • 차에서 책 못 읽는 분들이 저 뿐만이 아니라 반갑습니다. 그렇지만 기차나 지하철에서는 괜찮은 저는 과거에 비슷한 데이트를 기차에서 했던 적이 있어요. 뭐 살 게 있어서 청량리에 갔다가 갑자기 기차가 타고 싶어서 무작정 춘천행 기차를 타고 기차 안에서 비슷한 일들을 했죠. 그리고 춘천 도착해서 닭갈비와 소주를 먹으며 읽었던 책 얘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엔 서로 어깨에 기대서 푹 자면서 숙취를 했었어요.
    • 13인..

      그나저나 그러 ㄴ데이트 해보고 싶긴해요 ㅋㅋ
    • 저도 버스에서 책 읽으면 두통이...라고 댓글 달려다가 리플보고 풉. 어쨌든 14인인데.
      가영님 얘기처럼 굳이 책이 없어도 버스안에서 손잡고 오손도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전 차, 기차, 비행기 등등에서 책 읽는 것 엄청 좋아해요.
      흐르는 풍경을 배경으로 책을 읽으면 생각도 잘 흐르는 느낌!
    • 16인
      저는 심지어 문자도 못 보내고 못 받겠어요.
    • 16인의아해가멀미를하오.
      (책보며도로는질주하지않는것이좋소.)

      어?
    • 17人
      해보고 싶기는 하나...ㅜ.ㅜ
    • 버스에서 책 못 읽는 사람 18인... + 그 공터에 세워 두신 차 그늘에 있는 거 맞죠? 이 날씨에 땡볕에 서 있던 거면 후덜덜... 그거 빼면 나름 괜찮은 데이트 일듯.
    • 지이/ 아하하하
      차가운 달/ 오디오북을 듣는 건 어떨까요? ;;;
    • 알래스카 / 빵 터졌음돠.. ㅎㅎㅎ
    • 책을 카페에서 읽든 버스에서(저도 멀미;) 읽든 상관없어요. 그것보다는 남자분들이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데이트가 재밌나요?
      전 그런 남자분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손잡고 얘기하거나 잠드는 편이 좋아요.
    • 봄밤 / 저는 차 안에서 잘 읽으니까 그 사람 귀에 대고 읽어줄까요? 라이브 오디오북 되겠습니다.

      크림 / 책 얘기 좋아하는 남자분들 많을 걸요? 적어도 듀게에는 많으리라 봅니다. ㅎㅎㅎ
    • 차가운 달/ 오! 저 책 얘기하는 것보다도 책 읽어주거나 읽어주는 걸 듣거나 하는 게 로망이예요. 전화로 읽어달라고 조른 적도 있어요!
    • 18인... 이거 은근히 재미있는데요..
    • 차가운 달/ 네. 듀게분들은 로맨티스트 같아요. 저도 남이 읽어주는 건 무척 좋네요:) 난 육식남만 만났긔...
    • 19인... 저는 멀미도 자주 해서 300원짜리 멀미약 한 병을 세 번에 나눠 마시며 차 타고 다닙니다. ㅜ ㅜ
    • 차가운달님 글이 참 좋으네요 (비록 버스에서 책 읽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요^^;) 일상 중에 같이 버스를 종점까지 함께 타고 모르는 곳을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 20인 나오지 마세요. 저 화냅니다... (ㅎㅎㅎ)
    • 차가운 달님, 저도 작성자 안보고 읽다가 글만 보고 님인줄 알았어요. 글 많이 기다렸는데 요새 직장은 계속 잘 다니고 계신가요?
      저도 차안에서 책은 커녕 사진도 못봤는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승용차만 아니면 버스나 밴 등 큰 차안에서는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오락하는 대신 책 읽을 수 있어서요. 저런 데이트 상대 꼭 만나시기 바래요. 사과나무에 배두나는 아직도 안 까먹고 가끔 혼자 웃어요. ㅋㅋ
    • 저..저도 멀미..... (차마 20인이라고는 못하겠음)
    • 쭈™ / 크크... 사과나무에 배두나... 기억력 좋으시네요.
      직장 열심히 댕기구 있어요. 위의 글도 사무실에서 땡땡이 치면서 쓴 글...ㅎㅎㅎ
    • 20인..............은 아니고 버스나 지하철, 기차에서 책 읽는거 무지 좋아합니다..
      근데 왜 책을 줘요.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기도 짧은 인생인데..
    • 차가운 달님과 연애하고 싶어지는 걸요 하하하
      저는 노트북으로도 책 잘 읽습니다. 멀미 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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