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바낭] 외국에 살면서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는 때

 

 여행이나 유학이나  2-3년 기한의 주재원이  아니라 그야말로 삶을 살아갈 때 말입니다.

 

 음식이야 이미 10년도 더 오래전에 잠시 여행왔을때부터 향채를 우걱우걱 씹어 먹을 정도였으니 잘 적응하고 있구요.

 날씨는 봄여름가을겨울을 가리지 않고 습도가 높은것에도 그럭저럭 적응이 되갑니다.

 언어야 먹고사는데 지장 없을정도즘 되니 농담 따먹기 해가면서 중국애들을 가끔 웃기기도 하고

 문화, 관습 이런게 좀 힘들고 공중도덕이 완전 거시기스러운 것이 늘 스트레스 받게 만들지만 덕분에 인내심도 기르고 성격이 많이 좋아지고;;

 

 

 역시 가장 힘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결국 이방일 뿐'이라는 존재 자각이 들 때인듯 합니다.

 평소 다정다감하던 동료들이 날 이방인으로 대하고 왕따 시키고?  는 아니구요.

 제 스스로 그냥 어느날 갑자기 공황장애처럼 둑이 무너지듯이 밑도 끝도 없이 그런 자각이 들 때가 가장 힘들어요.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이런 생각까지 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한 달전부터 휴가를 잡아 한국에 들어가려던 계획을 지난 주에 포기했었어요.

 여기 일정도 일정이고 여러가지로 컨디션도 좋지 않고 한마디로 더위를 먹어 모든 의욕상실

 .....

 그런데 웃기게도 충동적으로 다음주 한국행 항공권을 예약해버렸더니

 허....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는 향수병 같은건 안걸릴거라 생각이 든게 어언 3년이 넘어가는거 같은데

 저도 모르게 타향살이 하면서 알게모르게 내상이 쌓였나봅니다.

 

 보나 마나 들어가서 2-3일만 되면 다시 돌아오고 싶어질테지만 지금은 마음이 좋네요.

 4년만에 역시 저보다 더 먼 외국체류 중에 잠시 휴가를 맞아 들어오는 친구도 만나고요.

 한국이 그리웠던건지 사람들이 그리웠던건지....아마 둘 다 일테죠.

 

 

 

 

    • 듀게가 아주 큰 동무일거라고 생각돼요.
    • 인셉션.. 진짜 보고 싶게 만드시네요^^
    • 이방이시니 사또랑 노시면 될 거 같은데...... (농)
    • 듀게는 좋은 놀이터죠. 그 안에 좋은 동무들도 있고 저랑 안맞는 애들도 있고 싸우자!고 덤비는 꼬꼬마들도 있고 완전 리얼 놀이터인거 같아요.
    • 오늘 유난히 소부님이 힘드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바로 밑 글 보니까요 ^^
      한국에 들어오셔서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루이스/ 아....아래글은 되려 덕분에 실소이긴 하지만 좀 웃었어요 ^^;
      엊그제 한 듀게회원으로부터 '늙은 중국개 한마리'라는 욕을 먹었으니 아마 앞으로 어지간한 공격이나 시비는 무감각해질듯 (좋은게 아니란건 저도 알아요 ㅠ.ㅜ)
    • 저는 집에서 한 이틀만 나가 있어도 그립던데. 몇 년만에 귀향이시라니.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 작성해서 다 드시고 가세요.
    • '익명의 위로자' 같은 닉으로 쪽지보낼까 어쩔까 하다가 그 정도로 맘쓰실 일 아닌듯해서요(쪽지트는 것 부끄럽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왜이리 사건사고에 자주 연루되십니까, soboo님. 맨날 놀러나가 무릎팍 다치는 사내아이마냥.
      한국의 오프에서는 잘 쉬고 (싸우지말고) 놀다가셔요. 작은 돌맹이라도 맞으면 아프지 않습니까..(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 푸른새벽/ 4년만 친구를 만난다는 부분 때문에 오해를 하셨나 보네요;; 실은 작년에만 10월까지 세번은 들어갔다 나왔었는데요 ^^;;
      10개월만에 들어갑니다...아 무안해라;
    • brunette / 댓글을 두 세번 썼다 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 정말 그 느낌은 잊을만하면 다시 모습을 들어내죠.
      아무리 그 나라 언어를 잘하고 문화를 알아도 난 결국 이방자일 뿐이라는 벽.
      언어의 벽이나 문화간의 차이 벽은 이것에 비하면 껌이죠, 정말.

      또 더 슬픈건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이질감이 사라지지 않을 때에요.
      여기서도 나는 뭔가 다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땐 모든게 허망해요.
      내가 무엇을 위하여 타지에 나가 그 고생을 했는가... 하는 생각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요.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한국에 "쉬러" 올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기분도 없는 것 같아요.
      복잡한 일상 생활 고민을 다 던져버리고 보고 싶었던 사람만 보고 하고 싶었던 것만 하고 지낼 수 있다는게.

      잠깐이라도 즐겁게 지내시고 푹 쉬시고 돌아가시길 바라요. 귀향이라는게 그런 것 아니겠어요. ^^
    • soboo님 여기 이상한 사람들 신경 쓰지 마세요. 크게 신경 안쓰실것 같지만요 ㅎㅎ
    • cecilia/ 제 심정을 저보다 더 세밀하고 정확하고 멋지게 표현해주셨어요! 특히 한국에 돌아와서도....부분; 그 탓에 2-3일만 지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고 (떠나온 시간과 비례해서 더 빨리 느껴집니다)
      블루베리/ 그래도 전 티벳여우 스타일은 못되요;;;
      저에게 필요한 롤모델 -ㅁ-;
    • 이방자일 뿐이라는 생각은 본인이 계속 스스로 구속하는 것일 수도 있을 듯. 이민해서 하원의원 상원의원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한나라당이 국제결혼해서 온 몇몇 여자들을 비례대표로 넣었군요. 의외로 개방적?)
    • ANF 1892 / 제가 살고 있는 나라는 '이민', '영주권' 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나라거든요. 수백억을 투자하는 기업체의 오너도 외국인이라면 최대한 봐준다고 해서 5년에 한번 비자를 갱신해야 합니다. 저같은 평범한 사람은 매년....
      그리고 대부분의 이민1세대들은 결국 이방인이라는 의식을 안고 살게 되는거 같아요.
      물론 말씀하신대로 절 스스로 구속하게 되는 '이방인'이라는 의식을 일부러 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한국사람들보다 현지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네트워크에 들어가 있는 편이구요. 그런데 그냥 어느날 문득 자신도 모르게 그런 감정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더라구요. 사람이란 그런 존재인가봅니다.
    • 저는 "모국어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더군요. 같은 대화를 해도, 모국어로 소통을 할 때는 내 감정에 밀착되어 있는 표현을 할 수가 있고, 상대와 그런 정서적 소통을 하는 즐거움은 단순한 의사소통과는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소부님에게 그나마 듀게가 있는 것이 타지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을 거예요. 저한테도 그랬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무리 문자로 소통을 하더라도 육성의 소통은 또 다른 거죠.
    • 공감합니다. 저도 굳이 이방인이라는 생각 안하고 한국보다 여기가 더 잘맞는것 같은데도,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들면 힘이 빠집니다. 한국에 가면 쉬러 가서 가족들, 친구들도 만나고 좋은데도 왠지 한국에도 속하지 않은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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