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보고서 만드는 스트레스

이번주 미생 만화를 보면 주인공이 보고서 만드느라 머리 싸매는 장면이 나와요.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er/17729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er/17764


요즘 제가 이직했는데 저번 회사는 개인 플레이 위주인 회사라 보고서 작성 부담이 그렇게 없었어요.

지금 회사는 미생에서의 회사와 분위기가 비슷해요.

한국적인 조직 문화가 지배하는 회사죠.


제가 지금 고민하는 지점이 딱 장그래씨와 일치하거든요.

제 직장 상사도 비슷한 말을 많이 해요.


어떤 내용이든 1장 이내로 요약해서 보고서를 쓸 수 있어야 한다.

한 문장이 두 줄을 넘어가지 않도록 해라.

각종 정해진 서식과 폰트에 맞춰서 문서 양식을 통일해라. 

윗사람들은 보고서 자세히 볼 시간도 없고 생각할 시간도 없기 때문에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보고서를 작성해라 

등등등......


이렇게 보고서 만드는 게 참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죠.

익숙해지면 빨라지겠지만요.

하지만 언뜻 생각하기에 이런 일처리 방식이 과연 회사에 효율적인지 의문이 들어요.


물론 윗사람들이 빨리 의사결정할 수 있게 하는 효과는 있겠죠.

하지만 어떤 주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결정하는 위험도 크지 않을까요?

군대같이 속도가 생명인 조직에서는 이런 방식이 맞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나 공무원 조직에서도 맞는 걸까요?


이런 생각마저 듭니다.

우리나라 조직의 윗사람들은 생각을 하기 싫어하는 것인지, 

부하직원들 실무는 별로 알고 싶지 않고 요약된 내용만 알고 싶어 하는 건지

물론 윗사람들 시간 없는 건 알죠. 하지만 정도가 좀 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외국에서는 우리나라 같이 축약에 축약을 거듭한 보고서를 위에 올리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언어적 측면에서도 영어는 한자를 많이 쓰는 한국어같이 축약어를 쓰지 않을 것 같구요.

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들에게 여쭤 보고 싶네요.


외국에서도 보고서 문구 줄이려고 머리를 싸매고 사시는지요..


    • (영어권) 외국에서 직장생활하는데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다녔던 회사들은 내용 전달만 명확하면 형식에 거의 구애받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너무 간단 명료 blunt 하면 가독성이 떨어지고 의도와는 반대로 내용이 불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에 설명을 요구받는다는...굳이 따지자면 현재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저 미생이라는 만화(처음 봤습니다만)에 나오는 원래 문장과 고친 문장 중에서 흐름이 있어서 전문용어를 몰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원래 문장을 훨씬 선호할 것 같습니다만, 우리나라 회사들은 아닌가봐요? 무슨 전보치는 것도 아니고 바이트당 돈 더 받는 것도 아닌데...
      • 전회에 보면 상사 업무 특성상 그런걸 선호하고 익숙하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텔렉스를 쓰던 시절에는 단어당 요금이 부과되었기 때문이죠.
    • 갑자기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무역관련 텔렉스문 작성시에는 대략 아래와 같은 원칙을 따른다는 군요.

      국제텔렉스문 작성시의 기본원칙
      텔렉스는 대문자로 쓰고, 주어, Be동사, 전치사, 관사 등은 생략한다.
      미래형이나 의지표시는 진행형으로 나탄낸다.
      부정형은 in-, im-, un-, less-, ir-, dis-등으로 쓴다.
      수신자와 발신자의 성명을 쓴다.
      약어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만약 (언론사나 상사 같은 계열에 아닌 전제에서)신입사원이 저 파라그래프 하나를 내용이나 insight에는 전혀 변함이 없이 단지 '기준에 맞춰 문장을 축약'하는데 밤을 꼴딱 새워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제대로 된 회사라면 1) 다음날 누군가 회의에서 이 프로세스의 비합리성을 지적 2) 이 프로세스가 전혀 value-adding하는데 도움 되지 않고 모두의 비싼 시간을 잡아먹고 있음에 동의 3)리포팅 기준안이 마련되고 이것만 따르면 되도록 프로세스가 바뀜 - 이렇게 진행될 것 같아요.
    • one page proposal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CEO와 엘리베이터 타고 가는동안 핵심을 브리핑할 수 있도록 기획서를 한장으로 축약하는 기법을 다루고 있죠.
      실제로 해보면 한장으로 요약하긴 정말 어렵고, 두세장은 필요합니다만.
      그 분량을 넘어가면 실제로 상사는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보고서가 한 부서에서만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부서마다 십여장짜리 보고서들이 올라온다면 수북하게 쌓이겠죠.
      나는 이 보고서 하나만 작성하니까 심혈을 기울여 빠짐없이 보고하고 싶지만, 받는 사람 입장은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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