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죽기 전에 소원이 미미 여사님 만나보는 거였는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
이번에 나온 신작 <안주> 출간 건으로
미미 여사님을 알현하고 왔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저고
오른쪽이 <안주>를 번역한 김소연 선생입니다.
인터뷰는 2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인터뷰를 하는 내내,
아아 이 사람은 내가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그대로의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어린아이 같다’는 것은 다소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경우만큼은 꼭 이 말을 쓰고 싶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화차>로 잘 알려졌지만,
데뷔와 동시에 시대물에 몰두해 왔습니다.
“현대물과 시대물 중 어느 쪽부터 먼저 쓰기 시작한 겁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거의 동시에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습작이 시대물이었으니까요.
단지 저의 경우, 흔히 생각하는 시대물의 전형보다는,
미스터리 안의 ‘도리모노초捕物帳’라는 느낌이지만요”
‘도리모노초’란 일본 시대물의 주류 장르 가운데 하나이며
주로 에도를 무대로 한 탐정소설을 말합니다.
시대물과 미스터리를 융합한 도리모노초라는 장르는
오카모토 기도의 『한시치 체포록』에서 시작되었는데,
미야베 미유키는 『한시치 체포록』(半七捕物帳/한시치 도리모노초, 1917년)을
항상 곁에 두고 틈날 때마다 읽으며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Le Zirasi》 1호도 (자랑 삼아) 보여주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출판사가 직접 신문을 만드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굉장히 특이하고 재미난 마케팅이네요.
담당 편집자에게 한 부 전해줘야겠어요”라며,
이번에 나오는 <안주> 때도 특집으로 이런 걸 만들어 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길래,
왜 안 되겠어, 라는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지요.
"근사하게 만들어서 책과 함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쑥스럽지만,
실제로 《Le Zirasi》 3호가 근사하게 나왔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어떤 소녀였을까.
"귀염성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라며 웃더군요.
그리고 책에 파묻혀 살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책이 비쌌기 때문에 친구네 집에서 빌려 읽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지금은 사서 읽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할뿐만 아니라
작가가 된 이후에는 희귀한 책을 구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해져서
기쁘다더군요.
"요즈음에는 이틀에 한 권가량 읽습니다."
한달 독서량은 열다섯 권에서 스무 권쯤.
일이 잘 안 된다든지, 마감이 바쁠 때일수록 책을 더 많이 읽는다고 합니다.
어지간한 미스터리는 죄다 읽는 모양이에요.
특히 저녁 여섯 시 이후에는 일절 원고 작업을 하지 않고
거진 책을 읽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게임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손목이 아파 그만두었다고.
미야베 미유키의 프로필을 보면 거의 매년 걸작을 발표하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92년 하반기부터 96년까지 딱 한 번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제가 100%의 기세로 글을 쓴다면
당시에는 30% 정도밖에 안 됐습니다.
거의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편집자가,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쓰라고 채근하더군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책상 앞에 앉아 단편을 썼습니다."
그렇게, 열두 개의 단편을 하나씩 쓰는 동안
몸이 조금씩 나아졌다더군요.
슬럼프가 와서 글을 쓰지 못했는데, 글을 쓰면서 슬럼프를 극복했다는 것도
어찌 보면 좀 놀라워요.
소설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는 걸 그때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하니까,
타고난 건가 싶기도 하고요.
당시에 그를 채근하던 담당 편집자는 그 후로도 계속
미야베 미유키를 달래고 때로는 협박하고 때로는 격려해 주면서
지금까지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그래서 자신은 그 편집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오기가 어려웠을 거라며
편집자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표하더군요.
간혹 일본의 작가와 편집자들은 우리 나라처럼 '상명하복'이라기보다
동지적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은 부럽기도 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시대물이 나오면
항상 그림을 그려주는 '달사과'라는 독자분이 계신데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그 그림을 그리신 분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하기에,
그럼 책에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잘 전달해 주겠다고.
사진은,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하는 표정으로
달사과 님께 드릴 책에 한참 공들여 사인을 하는 미야베 미유키.
아래는 이번에 달사과 님이 그린 그림.
아아 제 죽기 전에 소원이 미미 여사님 만나보는 거였는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