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전거를 타고 외곽으로 놀러갔다가 자전거째로 언덕에서 굴렀어요. 뇌출혈, 두개골 골절, 쇄골뼈 골절 및 기타 부상을 입고 일주일 입원해있다가 집에서 일주일 더 쉬고 간신히 사람 꼴을 갖췄어요.
2. 정말로 죽을 뻔 했대요. 출혈이 빨리 안 멈췄으면 병원 들어가기 전에 죽어서 들어갔을 거라고.;;;
근데 별로 느끼는 게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퇴원 한 다음에야 제가 죽을 뻔 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머리 좀 부딪힌 건데 왜 일주일이나 집에 안보내주지ㅜㅜ 이러고 있었음ㅋㅋㅋ) 그땐 이미 생에 감사하기에는 너무 나아 있었어서 ㅋㅋㅋㅋ
그냥 제가 철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3. 주변 사람들이 너무 놀랐어요. 급 금지옥엽이 돼서 부모님과 남자친구와 친구들의 애정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모두들 고마워요ㅜㅜ
4. 그런데 전 제가 왜 살아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전 그날 굳이 살아남아야 할 당위가 없었어요. 제가 특별히 좋은 사람인 것도 아니고, 사명이 있다거나 뭐 이런 것도 아니고. 주변엔 큰 슬픔이었겠지만 그때 구르고 못 일어났다손 치더라도 지구는 그냥 굴러갔을 거에요. 전 개인적으로 그때 죽었었어도 불만 없어요. 삶이 싫은 건 아니지만 절대 못 놓을 정도로 좋은 것도 아니에요. 내가 지구에서 한 평생 살아가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어요.
5. 위의 고민과 별개로 일상은 명랑합니다. 지금 오른 귀가 하나도 안들리는데 병원에서는 뇌 붓기가 빠진 이후에야 귀가 망가진건지 그냥 잠깐 회로가 엉켰던건지 알 수 있다고 기다리래요. 그래서 별 고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나 평생 vip 파킹스팟 파킹권 나오는 건가 이러고 있어요. ㅋㅋㅋ
6. 제가 헛소리를 많이 했다면 봐주세요. 대학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저 뇌손상 있다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 ㅜㅜ
뭐 돌아오겠지 ㅠㅠ
그 생각을 하면 항상 약간 죄책감이 들어요. 대한민국 일프로... 같은 건 전혀 아니지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큰 걱정 없이 공부하는 판에 내가 이런 생각 하면 정말로 힘들게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은 뭐가 되나 싶은 생각도 들구요. 근데 의미를 못 찾겠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하긴. 어차피 언젠간 갈 건데 당겨 갈 필요는 없죠. 살아있는 동안 잘 살아야 하는데 잘 사는게 뭔지 모르겠어요. ㅠㅠ
다행이네요. 언젠가는 이래서 살아있었던 거구나 하는 날이 올 겁니다. 몸조리 잘 하시고, 건강하세요. 사실 저도 지난 주 금요일에 수술 받고, 요양하다 어제 오후에 출근했습니다. 대체로 무덤덤한 편인데, 간혹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뭐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네요. 저도 집에서, 주변에서 급 금지옥엽 되었습니다 ㅋㅋㅋ 조직 검사 결과 기다리고 있는데, 괜찮겠지요. 흐흐.
에고. 게시판에 왜 이리 환자들이 많나요. ㅎㅎㅎ 저야 지금 그림같이 누워있는데 출근까지 하시고 대단하세요. 조직검사 잘 나올 거에요. 입원해있던 동안 느낀게 젊은 환자는 어떻게든 잘 나아서 나가더라구요. ㅋㅋ 복잡하지만 어떻게든 될 거에요. 살았는데 뭐 나머지가 안되겠어요?
그래도, 살아있다는 거 자체가. 살아있는 의미고 이유인 듯해요. 저도 1년 전에 죽을 뻔했고, 그대로 죽었더라면 아마 고통의 기억같은 거 없이 한방에 훅, 갈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여러 가지 후유증을 끌어안고 살아있어요. 저 자신도, 제 인생도 사고를 통해 아주 많이 변했는데, 일단 살았으니 거기에 맞춰 또 살아가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이번 사고를 통해서 캠퍼님 안의 무언가가 그 전과는 아주 다르게 변할지도 몰라요. 그럼 그대로 또, 살아가 보는거죠 뭐.
큰일날뻔 하셨네요. 그것만도 큰일이긴 하지만, 얼른 쾌차하세요. 팔다리 골절이 없어서 이렇게 자판도 치고 걸어다닐 수 있으니 실감을 덜하시는 걸지도요. 자전거 사고 정말 무섭더라고요. 다치면 크게 다치고요. 노인분들이 자전거 타다 다치면 더 크게 다치시고요. 자전거가 좋은 운동 도구이긴 한데 위험성이 꽤 크더군요. 머리도 그만하시길 다행이예요. 얼른 회복하세요. 빠르게 마음의 안정 생활의 안정도 찾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