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관리에 관한 강박..

이른바 '마당발'이라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참 피곤하겠다 싶기도 합니다. 언젠가 '세바퀴'에서 양희은은 "인간관계를 '인맥'이라고 하면서 '관리'대상으로 삼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참 씁쓸한 이야기죠. 어쩌다보니 친한 사람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골라서 친해지는게 인맥 관리라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 인맥이라는게 실제로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회사에서도 흔한 일이고요. 사장처럼 행동하는 거만한 간부에게는 "저 사람이 현 정권 실세 누구누구랑 친하데" 라는 루머가 따라붙고, 승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이번엔 oo대 출신들이 잘나갔네. 역시 oo대 출신이 이사가 된게 영향이 컸겠지." 하는 뒷말들이 오갑니다. 가족중에 환자가 생기거나 소송 거리가 생기면 사돈의 팔촌까지 뻗쳐서라도 아는 의료인, 법조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 "인맥 관리 같은 거에 힘빼지 말라"는 조언은 할 게 못되는 것 같습니다.

 

뭐 개인적으로 인맥 관리에 힘쓰는 건 그들의 일입니다만, 그걸 너무나 믿은 나머지 같은 배를 탔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강한 압박을 하니 상당히 피곤하네요. 사내에도 정치가 있게 마련인데, 이 분은 특정 고교, 대학 출신들이 잘 나가는 게 너무나 부러우신 모양입니다. 학연의 영향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노력도 한 게 있을텐데, 이 분의 머리속에는 "다 필요없고 동문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게 승진과 출세의 모든 것"이라고 믿어버리신듯 합니다. 그래서 이른바 '네트워크 형성'에 만전을 기하고 계신데, 그나마 회사에서 얼굴 보고 같이 일하는 동문들끼리 가끔 밥 먹는건 그렇다 치겠습니다만, 외부와 연결하려고 하니 무지 피곤하네요. 그렇다고 무슨 대단히 빽이 될 사람들을 알아서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상 인연이 닿은 이런 저런 기관에서 동문만 만났다하면 거기 동문회와 조인트를 해서 '인맥'을 넓히려고 하시니 거 참. 혼자 그러시면 괜찮은데, 이것의 본질은 결국 끼리끼리 모여서 밀어주고 당겨주는 거다보니 동문 선후배들에게 참가를 닥달합니다. 선배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후배들은 싫다고도 못하고 곤욕이지요.

 

그동안 그럭저럭 장단 맞추던 후배들도 슬슬 지치고 있습니다. 저도 고민이네요. "선배님과 달리 전 별로 인맥 덕보고 싶지도 않고, 동문이라고 별로 친해지고 싶지도, 밀어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각자 능력껏 살아남는게 어떨까요." 라고 한 번 들이받아야 그만하실 것 같은데, 회사에서 계속 얼굴 보고 살아야 할 사람을 들이받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닌지라 참 고민입니다. 싸우지 않고 들이받지 않고 사는게 쉽진 않아요. ㅠㅠ

    • 이른 오전의 사무실에서 답답한 마음으로 쓰신 글 같네요. 전 아직 회사 생활을 해보질 않아서 인맥관리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지만...이렇게 글만 읽어도 참 씁쓸하고 숨이 막힙니다. 저도 인맥관리라는 말 너무 싫어요. 으으.... 사람하고 사람이 만나는 게 서로 마음이 통하는 기쁨을 위해서여야지 무슨 관리예요?
      떳떳하게 노력한 사람 뒤에 인맥의 힘이 있을 거라고 치부하는 것도, 인맥을 동원해서 남을 밟고 올라서려는 것도 너무 싫으네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은 '그러니까 니가 세상에 적응을 못하는 거야'라고 하지만요.

      예전에 소위 사회생활에 아주 잘 적응한 한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그 친구가 공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때 아주 멋있고 능력도 탁월한 어떤 선배가 있었대요. 그런데 그 선배는 인간관계를 엑셀 프로그램으로 관리한대요. 처음 누구와 연락한 날짜, 마지막으로 연락한 날짜를 입력해서 세달간 연락이 끊기면 삭제하고 이런 식으로.....그리고 삭제된 사람에게 연락이 오면 '너는 내 프로그램에서 삭제되었으니 그렇게 알아라'라고 말까지 한대요. 그런데 그 선배는 주위에 친한 사람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고 인간관계도 정말 넓다네요. 그리고 스스로 하는 말이, 나는 언제나 내 몸값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라고....
      전 그렇지를 못해서 루저인가 봅니다. 하하...;;;
    • 그냥 동문들이 심드렁해하면 제풀에 지쳐 그만두지 않을까요?
      제가 속한 중학교나 고등학교나 심지어 대학교 동기 중에도 그런걸 좋아하는 동기가 있었는데 호응이 별로인 경우는 그냥 흐지부지되더군요.. 뭐 개중에는 그런거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죽이 맞아서 아직도 잘 모이는 경우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 엑셀로 관리하시는 분 정말 무섭네요. 저렇게 해야 성공하는건가요......-.-;
    • 많은 경우에... 인맥 관리의 엔딩은 뒤통수지요.
    • 낭랑 / 엑셀 겁나네요. ㅡㅡ; 3개월간 연락이 끊긴 경우도, 사실 상대방이 힘 있고 언젠가 덕볼 일이 있을 것 같은 사람이면 "너는 내 프로그램에서 삭제..." 운운 하는 대신에 먼저 연락해서 연락이 끊기지 않게 했겠지요. 이러니 누구한테 오랜만에 연락이 와도 마냥 반갑지도 않고, 반대로 제가 오랜만에 연락하려고 해도 오히려 잘나가는 사람에게일수록 하기가 꺼려져요.

      반대로 잘나가는 사람들은 자신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인 모양이에요. 전에 나름 잘 나간다는 분에게 오랜만에 안부전화 했는데 통화 시작부터 끝까지 "뭐 부탁할 거 있느냐?" 는 걱정이 떠나지 않는게 느껴지더군요. 정말 아무 부탁 안하고 끊는데도 마지막엔 "필요한 거 있음 연락해" 라는 인사를 하신 거 보면 그냥 그게 일상이 되어버리신 모양. 나름 불쌍하더군요. ㅡㅡ;
    • < 티핑 포인트 >를 보면 1600명의 지인들을 컴퓨터에 입력해 놓고
      생일이나 기념일에 카드를 보내는 인맥관리의 달인인 분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사람을 절대 목적을 위해 사귀거나 만나지 말라고 하고,
      부담스러운 관계보다 자연스러운 얕은 관계가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인맥 관리는 이 기본에서부터 어긋나있는 것 같군요.
      사람은 자기를 만나서 대하는 사람의 목적을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거나 과하게 친한 척 하는 사람은 부담스러워 피하게 되죠.

      그리고 두 번째 단락은 인맥이 아니라 '파벌'이죠.
      기업에서 파벌이 형성된 곳은 하락기로 접어드는 대표적인 징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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