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숙사 음식의 추억
아래 종이박스 음식 이야기를 보니 생각이 나서....
제가 다닌 미국 대학은 거의 전교생이 4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이었어요.
1. 학교 음식이 나쁜 편은 아니었어요. 사실 미국에서 기숙사 음식 좋은 학교 순위 매길 때 항상 순위권에 들 정도였죠. 그래도 식당밥은 식당밥이고 삼시 세끼 미국음식 먹으면 질리긴 질립니다. 게다가 학교는 외진 곳에 있다보니 나가서 한끼 사먹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이때의 여파(?)로 제가 안 먹는 음식 세 가지가 스크램블드에그, 메쉬드 포테이토,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입니다. 스크램블에그는 베이컨 기름에 굽는 것이 문제였어요. 뜨거울 때 먹으면 맛있겠지만 배식판위에서 식어가다보면 허연 기름이 굳은 것이 보이는데 차마 못 먹겠더라고요. 학교 식당에서 나오는 메쉬드 포테이토는 진짜 감자가 아니라 감자가루로 만드는데 뭔가 밍밍하고 텁텁한 맛이 나요. 미국친구 할머니가 정성껏 해주신 메쉬드 포테이토를 먹고서야 진짜 맛을 알게 되었죠. 스파게티와 토마토 소스는 매일 나오는데 다른 음식이 정말 먹을 게 없으면 먹곤 했던 터라 괜히 안 좋은 이미지가 있어요.
2. 점심 때 나오는 스프는 전날 저녁메뉴를 연상시킬 때가 많았어요. 전날 닭고기가 나왔으면 다음날 치킨 누들스프가 나오는 식으로요. 뭐 손이 안 닿은 음식으로 만들테니 재활용은 아니지만 기분이 그저 그렇죠. 어느 날 주방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South Asian Rice Chowder라는 해괴한 이름의 스프를 만들어 냅니다. 전날 쌀밥이 많이 남았던지 주방장이 동양 요리책을 뒤적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푹푹 끓인 쌀죽에 흰살 생선이 좀 들어가 있고 생강을 무슨 무채처럼 채썰어 넣고 파 좀 썰어 넣은 음식이었어요. 안남미로 끓인 것이니 좋게 봐주자면 중국식 콘지에 가까운 맛이었어요. 그런데 이 쌀죽이 동양 (중국, 일본, 한국, 동남아 할 것 없이)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나올 때마다 국자로 바닥을 긁게 되고 급기야 소문이 퍼져서 옆 기숙사에서도 찾아오고 했어요. 졸업한지 꽤 되어서 요새도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요새는 동양음식이 더 자주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3. 이런 기숙사에도 일년에 단 하루 무려 랍스터가 나오는 날이 있었습니다!!!! 돈 많은 동문이 기부한 기금으로 나오는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진짜 그랬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무제한으로 주는 것은 아니고 사이즈도 작았지만 두고두고 기억날만한 추억이 되었죠. 야외에서 축제처럼 먹는 날이기도 했고 일인당 두마리까지 나오다보니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많이들 초대했어요. 근데 제가 4학년때부터 이 축제가 없어졌어요. 예산 문제였겠고 더 필요한 곳에 돈을 써야한다는 논리도 이해는 가지만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