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 폐지와 관련해서, 한국군은 얼마나 필요한가?

http://sonnet.egloos.com/2824011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해답(에 가까운 것)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물론 한국 말고 -_-;;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서 오랜 연구를 해왔고, 특히 최근의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을 통해서 집중적으로 연구 되어 왔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렇습니다. 



중부군사령부가 오랫동안 갖고 있던 이라크 전쟁계획 OPLAN 1003-98은 원래 40만명의 병력을 투입하는 것을 전제로 짜여져 있었다. 2003년 이라크전을 지휘했던 중부군 사령관 프랭크스 장군이 처음 제시한 작전계획도 여기에 준한 것으로 그 계획에 필요한 병력은 38만5천명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들은 럼스펠드가 최종적으로 승인한 병력보다 무려 24만명이나 많은 것이었다.

육군참모총장이던 에릭 신세키 대장도 의회 청문회에서 이라크 전에 필요한 병력 수준을 "수십 만"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세키 장군은 럼스펠드의 미움을 사 조기 사임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말한 수십 만이 실제로 정확히 얼마인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는 당시 중부군이 갖고 있던 계획, 즉 40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필요병력을 추산한 사람도 있다.
제임스 도빈스 대사는 냉전 이후 미국이 개입한 대부분의 분쟁 -소말리아, 아이티, 보스니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에서 재건 계획을 주도했던, Mr. Postwar란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RAND연구소에서 전후 붕괴된 사회의 재건 -소위 Nation Building- 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역사적으로 볼 때 개입세력은 인구 1,000명당 20명의 병력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현재 이라크의 인구는 2,700만이 조금 못 되므로 54만명 정도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미군의 대게릴라전 전문가들 또한 이와 비슷한 추산을 지지하고 있다.

프랭크스 장군의 전임자이자 상관이었던 전 중부군 사령관 토니 진니 장군도 이라크전을 시종일관 강력히 비판한 인물 중 하나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 중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우리가 전쟁에 뛰어드는 게 확실해 보였을 때, 나는 중부군사령부에 전화를 했습니다. "당신들은 Desert Crossing을 꺼내 다시 살펴보는게 좋을 거요" 그러자 그들이 대답하더군요. "그게 뭔데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전 중부군사령관, 안소니 진니 해병대장, 2004)

Desert Crossing은 뭔가? 이것은 대 이라크 전쟁계획 OPLAN 1003-98이 적절한가를 시험하기 위해 진니 장군이 퇴역하기 직전인 1999년에 실시했었던 워게임이었다. 

올해 들어 이 Desert Crossing 연습 관련 기밀문서들이 기밀해제되면서 우리는 당시 중부군의 작전계획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Desert Crossing 워게임 결과에 따르면, 40만명의 병력을 동원해도 "지역적 불안정", "권력을 놓고 다투는 현지 세력들", "종교와 민족의 단층선을 따라 분열된 사회", "호전적인 이웃나라들을 적으로 돌린" 것 같은 비관적인 결과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국경을 봉쇄하고 통치권을 장악하는 것 정도"로는 이라크를 안정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군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은 국무부 및 다른 여러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더 폭넓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 놓았다. 물론 그런 권고는 공염불로 끝났지만 말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빨간색으로 칠해 놨습니다. 북한의 인구는 이라크보다 약간 작습니다. 그러니깐 아마도 최소한 50만명이 약간 못되는(즉 현재수준의) 병력은 필요 한거 같습니다.

물론 이건 미군의 경우라서, 한국은 적어도 말이 통하는 북한에 주둔하는 경우라서 이 보다 약간 적을 수 있습니다. 남북 화해의 정도에 따라(더 정확히 말하면 북한의 주민들이 가는 남한 군인에 대한 생각에 따라) 아마 좀 더 줄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적어도 북한과 상호 군축을 하지 않는 딴에는(상호 군축 그 자체의 효과 + 상호 군축을 할 정도의 남북 화해가 주는 효과) 아마 남한만 단독으로 감군하기는 힘들겁니다. 씁쓸한 현실이죠.

    • 이건 남한군이 북한을 주둔(점령)한다는 가정인데, 그 가정에 논란이 있지않을까요?
      • 최악의 상황, 우리 군이 북측 지역의 치안을 유지해야 하는 가정은 충분히 감안해야 하지 않나요?
    • 김두관의 모병제 전환 공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 사람이 이라크전을 예로 든 것을 보면 뭘 한참 헛다리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하는 것과 남한군이 북한에 주둔하는 것은 엄청나게 달라요. 언어 말씀은 이미 해주셨지만 엄청나게 다른 문화와 종교를 지닌 외부 정복군이 들어왔을 때의 반발이 비교적 동질적인 군대가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크지요.

      군축불가의 이유를 필요주둔군 머릿수에서 찾으려고 한다면 서동독 통일 직후 숫자를 보는 편이 휠씬 나을 것 같아요.
    • 전면전의 군사적 승리를 거두는 것과 체제유지를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죠. 미군이 이라크에서 더 적은 수로 승리를 거두었단 이야기는 당연히 군대대 군대의 군사적 충돌에서 그렇다는 거겠죠.

      우리가 북한국민의 저항을 무릅쓰고 정복을 유지하는 수준의 군을 유지해야 하나요. 만약 북한 주민이 이라크가 미국에 저항하듯이 저항한다면 당연히 물러나야죠.
    • 본문이나 댓글의 묘사처럼 한국군이 북한 지역에 진주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군축’은 언감생심일 겁니다. 이는 북한지역을 한국군이 통제할 수 있느냐와는 상관없는 문제입니다. 만약 한국중심의 통일을 하고 그 상황에서 한국군의 군사력이 압록강-두만강 선에 전개된다는 것은, 중국의 내정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그 시점에서 통일 한국은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립하게 된다는 뜻이 됩니다. 이를 경계하는 차원에서라도 한국군이 북한 지역에 전개되는 식의 일방적인 흡수 통일보다는 북한의 독자적인 자치체제가 유지되는 느슨한 연방제 방식부터 시작하는 게 맞겠지요.

      p.s. 김두관이 모병제 전환의 예로 대만을 들었는데, 의미 없는 예입니다. 대만의 모병제 전환은 대안이 있는 제도 개선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군사적 대치를(저항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의 노골적 압박에, 미국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대만 혼자서는 자주국방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뿐이죠.
    • 그리고 사소한 부분이지만 본문의 마지막 구절-상호군축 이야기는 본글 맥락에 안 맞는 것 같아요. 본글 취지가 피점령국 인구와 점령국 군대규모만을 변수로 걔산해보자는 건데, 상호군축해도 북한인구 줄지 않고요, 만약 분위기나 민족감정까지 변수로 넣는다면 이라크 미국 관계를 여기 대입하는 건 무리가 큰 것 같습니다.
    • 동아시아에서 큰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미 그것부터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다른 나라들까지 덩달아 휘말리게 되지 않을까 해서 불안하기도 하고요. 북한이 부유한 민주 국가였다면 이런 식으로 군비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은데 안타까워요.
    • //호레이쇼 마지막 구절은 거의 별개의 이야기라서 맥락에 안 맞는게 맞습니다. 이런식의 계산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기 때문에(왜나면 전쟁이란것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나쁜 상황이 수두룩 하게 나오는 물건이거든요.)국군을 감군하는건 대단히 어려운(동시에 위험한)일입니다.

      음... 골때리는 문제가 이라크 주민은 생각보다 미군에 그리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그 보다는 자기들 끼리 싸웠죠. 그러니깐 단순히 치안유지'만'을 위해서도 50만은 필요합니다.
    • 통일이 되면 북한 인민군은 그냥 해산시키는건 아닐것 같은데요.
    • 50만이든 백만이든 그런 추산이라는게 다 자기가 주장하고 싶은 걸 뒷밭침 하기 위해 내뱉는 것이죠. 특히 군인장성들이야 거느리는 인력 머릿수 많아서 나쁠 거 없으니 무조건 많이 필요하다고 징징거리는 경향이 있고요. (물론 군축론자는 반대로 무조건 적게 잡으려고 하겠지요.) 아무튼, 인구 1,000명당 20명의 주둔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위에 있는데, 이런 계산이라면 2차 대전 직후 일본을 통치했던 미군은 백만 대군이 주둔했었어야 되었겠군요. (2차대전 당시 일본 인구수 = 약 8천만으로 잡고..160만명의 미군주둔군 필요)

      애초에 인구 수천만에 이르는 거대 시스템인 국가/체제가 전쟁패전 혹은 통일이라는 거대한 impact 에 대해서 어떤 response 를 보일지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변수와 인자의 수도 어마어마 할 뿐만 아니라 비선형성도 크고, 애초에 모델링이 가능한지 조차 의문인데 말입니다. 조그만 변수 하나만 주물러도 전혀 다른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튀어나오게 만들 수 있을겁니다.
    • 인민군은 순순히 무장해체당할 집단은 아니죠.

      국군이 북한에 진주하여 치안통제를 해야 하는 상황을 상정한다면, 인민군에 대한 통제 뿐만 아니라 조중협약을 맺고 있는 중국군 심양/북경군구에 대한 견제책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당장 기계화된 기동군 병력 20만명이 여차하면 밀고내려올 수 있습니다.)

      +
      미군의 전투력을 국군에 바로 대 붙이는 것도 좀 어불성설이고....
      의정부 회랑 방어를 상정한 워 게임에서 미군 스트라이커부대 3개 대대로 막을 수 있는 병력을, 우리 군은 사단급 2개 산개시켜서 겨우 막는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그나마 병력손실 80% 예상..)
    • 어떤 이유로 전쟁이 재개되어 점령전을 벌이지 않는 이상 독일식 통일모델을 따를텐데 그러면 군대는 오히려 적을 수록 좋지요. 북한 군인들하고합쳐야할테니.

      만약 점령전으로 넘어가고 격렬한 저항이 있다면 통일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통일해도 들어가는 돈이 장난아닌데 말이지요.
    • 상황이 통일 혹은 안통일, 점령 혹은 안점령 이렇게 단순하게 흘러가면 좋겠지만 격렬한 저항에도 분명히 우리가 그 지역을 점거해야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시나리오만 해도 북쪽 정부가 갑자기 무너지고 인민군이 중국의 지원을 받는 군벌이 된다던가. 아님 점령 이후에도 북 정부가 중국으로 망명해 항전을 편다던가...(실질적인 중국 속국화) 이라크 같은 꼴이 나지 않는다는 가정도 이라크처럼 된다는 가정만큼이나 위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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