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말극 잡담
동시간대 드라마치고 이렇게 닮은 꼴 드라마는 오랜만입니다. 어제 시작한 <다섯 손가락>과 <메이퀸> 얘기입니다.
주인공들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고, 부모 세대가 젊은 세대를 압박하는 통속극들이죠.
선악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한 것조차 비슷하더군요;; 여주인공 아버지를 죽이는 이덕화나 아내와 아이들 쥐 잡듯이 잡는 조민기, 김유정 괴롭히는 <메이퀸> 서브 여주나 초반부터 이기적인 철부지인데다 벌써부터 열등감을 보이고 있는 <다섯 손가락>의 지창욱 아역 등등...
<다섯 손가락>
- 소재만 놓고 보면 <다섯 손가락> 쪽이 더 매력적이죠. 이 소재를 가지고 예술가들의 광기를 그려낸다면 수작이 되겠으나
<그래도 좋아>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웃어요 엄마>의 작가 김순옥이 그런 식으로 쓸 확률은 매우 낮겠고...
초반 10분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불을 지르고 채시라의 구조 요청을 차갑게 외면하는 주지훈과 채시라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샹들리에 등등...
좋아하는 이미지라서 집중하고 봤습니다만 그 뒤부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장면들. 주지훈 아역을 키우지만 '이제 돈도 안 갖다 준다'면서 태도를 바꾸는 할머니의 모습이나, 함은정 아역이랑 자전거 타다가 화면이 바뀌자 아버지한테 두들겨맞는 장면 등. 후자는 <천국의 계단>에서 백성현과 놀다 온 박신혜가 이휘향한테 연속으로 뺨 대여섯 대 맞던 것도 떠오르더군요.
- 조민기 캐릭터는 근래에 본 것 중 최악. 특별출연하는데도 아내를 묘하게 괴롭히는 새디스트형 캐릭터인 동시에 자식들한테는 신자유주의 사상을 설파하는 독재자형 아버지를 맡았네요. 대사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나문희, 조민기, 채시라 같은 베테랑 연기자들조차 대사를 씹더군요. 지창욱 아역은 아역 셋 중에서도 제일 연기를 못 하는데 맡은 대사까지 안 좋고요. "넌 아버지에게 Y 염색체를 물려받은..."이나 "너 때문에 아버지는 바람둥이가 되고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가 되었어."라는 대사는 흡사 김수현 작가 드라마에서 보던, 애답지 않은 아역들의 대사 느낌도.
- 채시라 캐릭터는 설득력이 있지만 채시라가 못 살리더군요. 초반에는 자신의 잘못 때문에 참으면서 착하게 살지만 뒤늦게 나타난 남편의 혼외자식 때문에 점점 미쳐가는 여자인데, 착한 느낌은 안 들고 뭔가 뒤에서 음모를 꾸미는 요부 느낌이 강하더군요. 최근 채시라가 독하고 센 캐릭터들은 잘하지만 - 그래서 이 드라마에도 캐스팅되었겠지만 - 착하고 선한 역할을 맡으면 안 어울리죠.
다만 앞으로도 이 캐릭터가 설득력 있을지는 역시 미지수. 단순한 악녀로 남을 것인지 저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개연성을 가지고 움직일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지는 작가의 손에 달렸겠지만 작가의 전작 성향상 큰 기대는 안 듭니다.
- 일단 <웃어요 엄마> 1회보다는 낫습니다. 자칭 가족드라마를 표방한다던 <웃엄> 첫 회에서 극단적인 캐릭터들이 상스런 대사들을 쏟아놓는 걸 보면서 저절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던데 이번은 기대되는 부분도 조금씩은 섞여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캐릭터들은 상식을 벗어나고, 사건들은 자극적이죠. 좀더 두고 봐야 알겠습니다.
<메이퀸>
- 초반부가 1994년 서영명이 썼던 <이 남자가 사는 법>과 흡사하죠. 친구를 죽이고 친구의 자식을 감춘 채 친구의 아내랑 결혼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 부모 대의 악연을 극복하고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부모 대의 악연이 젊은 세대의 발목을 잡는 식으로 진행될 듯 싶습니다. ;-)
- 이 드라마는 아역들로 홍보를 많이 하던데 과연 김유정, 박지빈, 박건태, 서영주, 김동현 등 각종 드라마에서 익숙한 스타 아역들이 대거 등장하더군요. 김유정의 연기는 확실히 좋습니다.
- 양미경은 여전히 곱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