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에 대하여(스포있음), 칩거생활, 김애란

저는 [케빈에 대하여]를 씨네큐브에서 기획전 할 때 일찌감치 봤었는데, 물론 틸다 스윈튼이 나오기 때문에 챙겨봤죠.

 

보고 나서 요즘 이 영화를 본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죠.

 

사람들과 느낌을 나누면서 나온 공통적인 반응들은, '모성애는 선천적으로 당연히 엄마한테 있는 것이라는 통념을 깬다' 였죠.

과연 우리는 모성성, 모성애를 본능적이고 당연한(그러므로 의무적인!) 것으로 볼 것인가? 에 대한 질문. 

 

영화초반에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엄마가 된다는 두려움, 양육공포,  그래도 지우지 않고 낳기로 결심하는 에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양육과정...이 나오죠.

 

이 과정이 엄마로서의 미숙함, 혹은 자격미달, 자기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불만을 내포한 기혼여성의 이기심(?) 을 나타내기 때문에 케빈을 잘 못 키워서  케빈이 사이코패스가 된 것일까요?  게시판 글을 읽다보니 어떤 분들은 조금 더 따뜻하게 케빈을 대해주고 양육했다면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표현하셨더라구요.

 

전 오히려 이 작품이 진정한 모성성, 모성애는 타고난 것인가?,  양육자의 책임을 어떻게 한계 그을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에바가 케빈을 극진히 더 따뜻하게 감싸안았다고 한들, 케빈은...

 

사이코패스가 되었을겁니다. (스토리상 그렇다는 거죠)

 

덧붙여, 이 영화에 대한 포털사이트 댓글소감을  본 적이 있는데.... 저를 경악하게 했던 소감은 이 한 줄이었죠.

 

"...그러니까 엄마 될 자격 없는 것들은 애를 낳지 말아야 해"

 

 

8월 동안 거의 집에서 칩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은 거의 잠자러 들어가는 수준이었는데 이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요.

아, 쉬고 있거든요.

전 원래 집에서 반나절 이상 있으면 지겨워서 밖으로 뛰쳐나가서 거리라도 배회하고 오는 성격인데... 집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안읽고 사놓기만 했던 책들을 들춰보고 있습니다.

 

김애란. 김애란은 약간 저한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가입니다.

 

김애란작가와 아는 사이이거나 연결된다거나 하는건 절대 아니고요.

 

김애란이 데뷔했을 때 제가 어떤 묘한 감정을 느꼈거든요.

 

"아니... 이젠 (드디어, 혹은 결국) 80년대産 들이 문단에 나온다는거냐?"

 

물론 김애란보다 더 젊은 작가들이 없지 않죠. 하지만 저한테 김애란은 정말 조금 특별했거든요.

 

근데 또 작품을 읽다보니... 좋더란 말입니다. 아직 많이 읽은 건 아니어서 뭐라고 구체화 시켜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글이 야무집니다. 아마도 이건 제가 너무 이 작가를 쉽게 봐서인가봐요....

 

 

 

 

 

    •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엄마가 잘못했다고 해서 사이코패스가 될까요? 역대 사이코패스 범죄자 중에는 부모가 특별히 잘못 한 게 없어도 그렇게 된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나저나, 만약 자기 자식이 사이코패스로 태어날 걸 미리 안다면 아이를 지워야 할까요? 사이코패스를 다룬 건 아니지만, 옛날 공포 영화 '오멘' 보면 자기 아이가 악마로 태어난 걸 알면서도 모성애 때문에 아이를 못 죽이는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이기도 후천적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며칠전에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보고 인상깊어서 보고싶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무게를 감당할 멘탈이 안되서 망설이고 있는데요 (물론 하는데도 별로 없네요)
      텍스트로 몇몇 리뷰들을 다보았는데, 영화장면이 상세히 묘사된 어떤 리뷰를 보고 놀랬어요.
      아이엄마의 표정이나 아이의 표정이 넘 섬뜩하더라구요.

      아무문제가 없는게 문제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문제가 있는데 그게 그 문제가 나말고는 아무 피해자가 없어요. 그게 나에게는 문제인데 아무도 그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어린 내가 할수있는 표출의 방법이 미숙하고 어린방식으로 다양해질수가 있는거 뭐 그렇게 생각을 해봤어요.

      물론..영화를 안봤기때문에 영화내용과는 다를수도 있겠지만.
    • 좀 강한 어조이긴해도 엄마자격 운운하는 말에 동감을 해요. 여자가 엄마자격이 있는 사람/없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는 생각치 않는데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자격이 없는 쪽에 분류하고픈 분노를 느끼죠.
      그런데 저도 애 키우는 엄마로서 과연 노력을 얼마나 하나 생각하면 닥치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 키드/ 그런데 이 영화는 엄마의 자격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란 말이예요. 그래서 제가 경악했다고 쓴거예요...
      '엄마의 자격'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얘기가 오갈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좋은부모교육도 있죠.

      다만 엄마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준비가 필요하다, 노력이 요구된다... 등등의 명제를 부정하겠다는게 아닙니다. 그건 이 영화와 따로 얘기가 되어야 할 다른 주제이지요... 엄마의 자격은 물론 부모의 자격, 부모됨의 철학이 명확하게 정립되어야 한다는 건 지당하신 말씀 아닌가요?
    • 영화를 진지하게 감상하지 않고서 쓴 댓글도 많을 테니 자격운운 반응이 이해가 된다는 말이었어요. 케빈vs사회가 아닌 케빈vs엄마(그녀가 처한 환경)의 구도를 보여주니까 그런 포커스에서는 당연히 엄마가 제공한 원인에 더 주목할 밖에요.관객 개인적인 감정을 이입하는 사람도 많죠. 저도 비슷하구요. 영화를 보기도 전에, 절대 악에 대한 주제와 별개로 분명히 그 엄마에게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상상하고 있거든요.
    • 엄마의 자격에 대한 이야기도 영화의 주제에 들어있다고 생각해요.생각할 것이 풍부하기에 그만큼 좋은 영화이구요. 자격이 없으니 낳지 말거나 키우지 말아야했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닙니다..여자의 상황이라는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죠. 아이라는게 얼마나 섬세하고 우리의 생각보다 조숙한 존재인지 양육자가 더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책과 영화에 녹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네요. (영화부터 보고나서 말해야했는지.상영관이 너무 적어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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