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픽스

금요일 저녁부터 트윈픽스를 보면서 달리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TV에서 방영했던 걸 보고 데일 쿠퍼 요원의 추종자가 되었지만, 야자와 시험의 압박으로 종종 놓쳤었죠. 그래도 꽤 잘 따라 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놓친 게 많아요.

 

갑자기 트윈픽스가 보고 싶어진 건 나름 대학 시절을 보냈던 90년대의 그 우울하고 칙칙한 분위기가 그리워졌기 때문이에요.

주변에 "우린 칙칙하고 어두운 걸 좋아하잖아?" 라며 spss 14.0(통계패키지) 버전을 사용하시는 분이 있죠. 18.0은 너무 밝고 산뜻하고 가볍고......감당이 안된다고 하십니다. 그 감당이 안되는 기분, 알아요.

 

그러게요.

너무 밝고 가볍고 산뜻하고.......그래서 이게 더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미스터리와 초현실과 꿈과 환상과 뱀파이어와 심지어 선과 악이 뒤엉켜 있는데도, 너무 밝아요.(젠장! 낮에 돌아다니는 뱀파이어라니!!!트루 블러드는 또 뭐야!!)

더 칙칙했으면 좋겠어....라는 타는 목마름이 느껴져서 찾다 보면 역시 90년대 시리즈 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역시 전 90년대 아이였어요.

통기타, 맥주, 청바지, 반항의 시대를 뛰어넘은 컬트와 세기말의 우울함이 뒤엉켜 있던 시대 말이죠.

 

트윈픽스를 보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훨씬 클래식하다는 것이었죠.

이야기를 쫓아가는 진지한 듯 가벼운 발걸음도 마음에 들고요.

로라 팔머의 살해범이 밝혀진 후 이야기가 점차 탄력을 잃은 듯 느려지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캐릭터들은 모두 너무 귀엽죠.

마치 2000년대의 시트콤에서 그렇듯 악인에게마저 애정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열심히 달려서 이제 4편이 남았습니다.

이것보다는 더 긴 시리즈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짧네요.

후반으로 갈수록 꿈과 환상과 티벳(^ ^)에 대한 쿠퍼의 의존도가 낮아져서 안타깝습니다.

헤더 그래이엄이 애니로 나왔었군요.

저 이 배우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는 쿠퍼의 마음을 훔쳐 갔다는 이유로 애니를 별로 안좋아 했었죠.

꼬리가 열 개는 달린 여우처럼 보였다니까요.

이제 카일 맥라클란의 턱선도 예전처럼 날렵하지 않으니, 훨씬 포용력이 생기는 것 같군요.

 

갑자기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가 너무 그립습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다시 볼 예정이에요.

 

   

 

  

    • 제 최고의 티비 드라마죠. 이게 작년인가 DVD로 최종합본 시리즈가 나왔는데, 계속 가격 좀 더 내려가기만 기다리고 있어요.
    • 저도 이거 무조건 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90년대에 대해 논하신 대목에서는 거의 제 눈물샘을 건드릴 정도여요ㅠㅠ
    • 저는 티비에서 할 땐 못 보고 나중에 비디오 빌려서 봤었는데 정말 무서웠어요. 지금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보고 나서 예전의 첫 느낌이 사라질까봐 못 보겠어요.
    • 복숭아발톱/ 아직도 무섭습니다. 그 몽환적이고 아득한 시그널 뮤직이 나오면서 폭포가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방 안에 걸린 폭포 그림이 사실은 귀신 머리채였다는 도시괴담도 생각납니다. 린치가 아시아 작은 국가의 도시괴담까지 알았을까 싶지마는 정말 귀기 어린 폭포수는 밤에 보면 많이 무섭습니다.
    • 트윈픽스 시즌 1,2 끝내셨으면 Fire Walk With Me 냅다 보셔야죠!
    • 영화판인 fire walk with me는 예전에 비디오로 봤죠. 근데 본편보다는 확실히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게다가 이미 로라의 비밀을 다 알아 버렸잖아요. 아직 2시즌 안끝냈으니까 2시즌 끝내고 다시 볼게요.
    • 트윈픽스... 중딩때인가 꽤 늦은시간에 티비에서 해주던걸 띄엄띄엄 봤던 기억이 나는데 아무래도 시리즈라 막상 손대기 겁나요. 그래도 언젠간 보려구요 뭔가 그 시절의 향수도 있고. 큰 결심이 필요하겠지만 -멀홀랜드드라이브도 한동안 너무나 우울우울했거든요;;
    • 전 책도 샀어요. 환상문학인지, 사실주의 소설인지, 이도저도 아닌 시나리오구성전 날림소설인지 의아했었죠.
      텔레비젼의 쌍봉마을이라고 웃으면서 본 미니시리즈도 편집이 과해서 내용전달이 오리무중이었구요.

      영화는 재미없었어요.
    • 중학교 때 '로라의 일기'를 읽으면서 따라서 일기를 썼던 기억이...

      몇년전에 트윈픽스 다시 보면서 어렸을때 보던 기억과 많이 달라서 좀 놀라면서도 여전히 재밌었어요. 헤더 그레이엄은 천사 같았죠. 애니랑 데일 쿠퍼가 보트타고 가면서 이야기하는 장면 좋아해요. 되게 로맨틱해 보였는데, 억지스럽게 느껴졌던 윈덤 얼 스토리도 다시 보니 뭔가 의미심장해보였어요. 쿠퍼의 몇년 후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엔딩 생각하면 참 아파요 ㅠ.ㅠ
    • 오랜 기억에 쿠퍼요원은 냉철하고 과묵한 인상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새로보니까 완전 오입력된 기억이더라구요, 으흐흐- 여전히 기괴한 그 분위기를 생각보다 유쾌한 기분으로 재탕했습니다.
    • 트윈픽스.. 달리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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