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순진과 무지 그리고 동거. (어린이도)

세상 살면서 이해가 가질 않는 관념이 많지만, 제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적 관념은 무지에 대한 것입니다.

다른 말로는 순수하다거나 순진하다거나라고도 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알지 않고 있다' 입니다.

이는 보호받아야 할 것으로 치부되며,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연약할 경우 보호는 더욱 더 적용이 됩니다. 잔혹 동화 같은 경우, 이 관념을 뒤집었다고 볼 수 있겠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터넷의 발달과 동시에 나이에 맞춰서 지급하는 지식을 뛰어 넘어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지식을 빠삭하게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도 이미 알 것 다 아는(?) 아이들이 생겨나기도 하겠죠. 어차피 그 전에도 책으로 습득 가능하였으나, 최근에 조숙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혼란스럽습니다. 알지 못하는 존재는 아름답고 추구해야할 존재일까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이라거나, 미답지와 같은 것이 시적으로 순수하다거나, 더럽혀지면 안된다고 생각을 해야할까요?

혼전 성관계 및 동거가 어떠한 부분에서는 감정적인 구도차일지도 모르겠지만, '알고 있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명제가 밑바닥에 깔려서 가는게 아닐까요.

왜 알고 있지 않는 것이 여러 장르에 걸쳐서 선하다고 주장되는 걸까요. 백치미나 순진무구나.

무지가 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호되어야 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이 붙은 책들이 어떻게 그러한 명찰을 붙일 수 있었는지를 고민해봤지만 어려운 단어를 뺀다는 외에는 잘 모르겠더랍니다.

12세 미만, 15세 미만, 19세 미만이 어떤 식으로 그러한 형식을 이루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충격을 줘야 된다는 건 아닙니다. 정신에 해로운건 누구에게나 해롭죠.)

웬만하면 나이가 적을수록 세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새로히 구축할 세상을 위해서는 무지로써 시작해야 되는 것일까요?

'조숙하다(무언가 이해할 때 이치를 따져 올바른 자리에 놓을 수 있다)'에 이르려면 나이 먹고 사춘기를 지나 성년이 되면 충분하거나 필요조건인 걸까요.

(저는 요즘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어릴 때도 꽤나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끔 게임에서 어린 아이들을 분리하자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과연 그것이 정당하고 어린이가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개념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사실인가 싶습니다)


p.s.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게 만든 후에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충격을 받도록 만드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 전 무지가 죄라고 생각해요
      • 그렇게되면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죄인들을 심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 산타클로스 문제는 알 것 같은데요.
      아직 비싼 것도 모르고 이야기의 모순도 눈치채지 못하는 애들을 다루는 저비용 고효율의 방법이라서 아닐까요.
      애들이 크면서 머리가 굵어지면 원하는 것도 비싸져서 효율이 떨어지니 용도 폐기하는 거 같아요.
      • 그렇다면 미국 라디오에서인가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말을 했다가 순수한 아이들(?)의 환상을 깼다고 번복하게 되는 상황도 써 먹기 좋은 프레임(?)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울분이었을까요.
        음, 손익 문제이기엔 어른들이 너무 헛일에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무지와 순수에 대한 예찬은 '희소성'에서 생기는 동경,
      12, 15, 19세 미만등의 등급은 '체계적 탈감작법'으로
      산타클로스는 '훈육'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한국의 다수 교회에서 부르짖는 '예수천국 불신지옥'도 그런 것 아닐까요.
      • 탈감작법에 대해 잠시 알아봤는데 역치를 높이는 방법이군요. 둔감하게 만든다는 의학용어 배워갑니다.
        저는 무지가 '희소성' 동경 이상의 권력 함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남이 모르는 것을 아는 건 신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 착각을 주기도 하니까요.
        산타클로스가 어떻게 이분법과 연관되는지 모르겠네요.
        • 순수에 대한 동경이 현대에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조상은 17세기 즈음의 전원주의, 목가주의가 아닐까 생각해요.

          제 짧은 생각으론 "남의 떡이 커보인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지요.
          물론 이 경우도 지적하신 권력함의도 있고.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 할아버지가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라고 하잖아요.
          예천불지는 이분법보다 "교회 나와라" 쪽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 무지에 대한 영역은 학문적으로 다루어진 것을 거의 본적이 없어요. 순결과도 관련이 있을텐데 이쪽으로 찔러 들어간 사람은 모르겠네요.
            저는 17세기 이전의 제물인 '희생양' 등의 깨끗함을 위시한 선과의 동치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무지하지만 순종한 이삭이라던가)
            하지만, 아이들이 그런 무지와 함께 엮인건 별로 오래되지 않을꺼에요. 산업시대만 해도 아동을 공장에서 굴렸고 그 이외 아이들이 순수해야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는 최근에 나오긴 했죠.

            산타의 그 부분을 아예 고려를 안하고 있었군요! 어른들은 뻔뻔하게도 거짓말을 하는 거였군요. 애들 우는 거 보기 싫어서!
            그렇다면 무지로 인한 겁주기인 교회도 이해가 갑니다. 아, 그렇군요.
    • 성경의 '선악과' 얘기도 그렇고 분명히 시초는 아주 오래된 게 아닐까 생각하긴 하는데,
      현대 도시인들의 말하는 '시골 인심'이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낭만적인 여행'을 보면 17세기의 그것과 아주 유사해보여요.

      http://jigubon.idomin.com/53

      인어공주에서도 협박부분이 나오죠. 듀게에서도 관련 게시물이 있었고요.

      저는 신분제폐지와 양성평등에 관한 가장 강력한 동력은 노동력확보를 위한 자본주의적 이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아이들도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시원을 찾아보면 더 멀리 있지만 실제로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것부터 따져봐야한다 생각해서요.
    • 헬마스터_ '이기적 목가주의'라. 역설적으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실제 '목가'에 대한 무지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무지에 대한 선호가 맘 편하게 그것들을 넋놓고 바라보기 위해서라는, 아주 못된 선호라고 할 수 있겠군요.
      '선악과'야 이미 많은 변주와 연구가 있었는데 역시 그 중 그노시스적인 인식이 해답으로 보입니다.
      알지 못하는 존재에게는 이미 아는 존재가 신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 것 말이죠.

      평등에 대한 동력이 자본주의라, 매우 역설적이네요. 반자본주의를 위시해서 평등이 나오지 않았나요.
    • 진보적 가치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기여는 저만의 독특한 생각은 아닐 거예요. 최근에 본 책 중엔 <피로사회>에서 비슷한 말을 하던데, 아마 그 책이 처음 하는 얘기는 아닐 것 같아요.
    • 헬마스터_ 노동운동 관련 서적을 읽어보면, 다수의 노동자들이 소수의 노동판매자들에게 항의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자본주의적 이익을 따르자면 값싼 어린아이들을 굴리는게 훨씬 이득 아닌가요? 마케팅 측면에서 문제가 생겨서 그런건지.
      화폐 유통 측면에서는 분명히 자본주의가 진보를 도왔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네요.
      음, 노동운동의 최초 발현에 대해서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한국 노동운동 책을 보면 언제나 노동법과 함께 외국의 논리가 따라 붙거든요. 갑자기 '번뜩'하고 생각하거나 하진 않더라구요. 아니면 종교적 평등을 위시하여 주장한다거나. (그렇다고 하기엔 한창 산업사회 때의 유럽은 꽤 종교적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뭐, 그런데 이 부분은 삼천포네요.
    • 아이들을 노동에 동원하는 것을 막는 건 '단기적' 손해고, '장기적'이익이죠.
      그런 의미에서 전 장기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많이 해결될 거라고 보긴 해요. 물론 장기에 모두 죽지 않도록 어서 빨리 해결되야죠.

      논리는 중요하지만, 두 번째로 중요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프랑스혁명에서 마리 앙뜨와네뜨가 보석 사느라 예산 다 써버렸다던가, 빵이 없으면 과자같은 소문이 오히려 더 큰 발화점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링컨의 노예해방을 할 때의 결정도 그랬을 것이고.

      미국쇠고기 반대시위 역시 '미국 쇠고기의 과학적 위험성'보다는 평소에 불만이 많이 주었던 이명박 정권의 의견수렴없이 일방적인 결정같은 게 더 컸듯이요.
    • 헬마스터_ 아이들을 노동에 동원하자는 주장은 아니지만, 매번 산업화가 진행되는 열악한 인권 하에서 아동노동은 언제나 빈번하게 일어났었죠. 나중에 보니 장기적 손해었었군, 괜찮은 선택을 했었네 싶은거지, 고용주들이 장기를 바라보고 상황을 바꾸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집단지성스러운 선택이라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근거로는 불명확하죠.
      시에라리온이나 불공정 커피 거래까지만 가지 않다 하더라도 노동판매자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것 같진 않습니다. '아 귀찮아, 자꾸 노동 시장이 경직되네 이런'이랄까.

      비정규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몇 십년 안 남아보여요. 출산률만 따져봐도 일할 사람이 없어질거란 건 당연지사인데다, 갑자기 아이들이 나이를 먹는 비법이 발견될리가 만무해뵈서.
    • 저는 욱해서 일어난 혁명을 안 믿어요. 혁명파와 구시대파로 나뉜다면 혁명파 쪽에도 머리가 있었으니까 일이 성공했겠죠.
      우연에 우연에 우연을 더한다고 치더라도, 카니발 같은 울분 해소로만 이어지지 체제 변환이 일어났을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 쇠고기 반대 시위를 했지만, 실상 FTA나 법의 어떤 부분이 영향을 받았나요.
      제가 그 분야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 전태일 평전을 보면 분신 이후 세상의 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설명이 없더라구요.
      난쏘공이 지금 읽어도 별 다를바 없다고 하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는 전 참 회의적이네요.
    • 제가 생각해도 고용주들이 장기를 바라보고 그런 변화를 한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동노동의 득이 크다면 일시적이고 가역적인 변화였겠죠.
      이는 아동노동이 개발도상국의 문제이지, 선진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증명된다고 생각해요.

      노예해방같은 경우는 좀더 특별한 경우인 것 같고.
    • 욱해서 일어날 순 없죠. 제가 위에 썼듯이 논리는 두 번째로 중요하단 말도 그런 의미고.
      미국 쇠고기 반대 시위야 프랑스 혁명이나 6월 항쟁처럼 강력한 지지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사람사는 일이 보통 논리만으로 보단 감정이 얹혀져야 일어나지 않아요?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같은 책에서 나오는 동일한, 그리고 유명한 주제만 봐도.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선후관계에서 아동노동이라는 요소가 들어갈 여지가 있는지는 좀더 고민해봐야되겠어요.
      아동노동을 하는 것이 자본적 이득이다라고 꼭 주장을 할 필요는 없어보여요.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강행해야할 인권이 실제 자본주의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만 해도 감동스러우니까요.

      아무래도 나중에 새로 글을 한 번 더 써봐야 겠습니다. 좀 더 정리해서.
    • 전 고차 산업 단계로 이동할수록 아동노동이 이익보다 손해가 커서 그렇다고 주장하겠지만, 이견은 당연히 있겠지요.
      논할 게 많은 주제니 다음 글 기대할게요.
    • 헬마스터_ 논리 우선이냐 감정 우선이냐는 가난하건 부자건 등의 어떤 요소를 떠나서 성격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감정을 꺼내면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신뢰할 수 없어요. 선례 등을 세우고 규칙으로 사람을 옭아매는 배후에는 치열한 논리적 설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보수당은 누가 욕을 하건 말건 자기 할 것들을 척척 처리하는 반면에, 진보당은 결과가 안보이며 붕 떠보이는 것처럼요.
      지지가 감정적으로 이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고치는건 논리가 끝까지 버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거야 개인적인 생각 차이이고, 위에 썼듯이 어느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냐에 따라서 실현되는 형식이 달라지겠죠.
    • 저도 원래 논리가 첫 번째라고 생각했지만, 슬슬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들만 봐도 논리보단 감정에 호소하는 게 지갑을 여는 것 같아요.
    • 헬마스터_ 저는 감정과잉에 많이 지쳤나봅니다.
      슬슬 내일을 위해 자러 가봐야 되겠어요. 헬마스터님도 좋은 주말 밤(으헝) 되세요.
      • 저도 논리가 주가 되는 사회가 좋아요. 역시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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