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만난 이야기
오늘 밤은 꽤 덥네요.
덥고 습한 날 만난 누가 그러더라고요. 더워서 땀이 나면, 어 갑자기 시원해지네? 안 덥네? 이제 안덥네? 하면 안 더워진다고요.
는 거짓부렁! 이라고 말해주고, 땀을 흘렸습니다.
근데 이후로 이상하게 더운 날만 되면 어 갑자기 시원해지네? 안 덥네? 를 외치고 있어요.
는 거짓부렁! 이지만요.
사랑해 파리가 상영하는 극장이 몇 개 안될 때 즈음에 지하철을 타고 사랑해 파리를 보러 갔어요.
가는 길이었나 오는 길이었나, 아무튼 낮이라 그런지 지하철은 한산했습니다.
모녀가 옆에 앉았어요. 한 일곱살배기 아이였는데,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엄마 귓속에서 입이 떨어지질 않았어요.
일본인인 것을 안 것은 잡상인이 우리 앞을 지나갈 때였습니다.
뭘 팔았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이는 그 말을 엄마에게 통역해주고 있었어요.
지하철 의자에 무릎을 꿇고 엄마의 높은 귀에 말을 전해주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엄마가 일본인 특유의 수줍은 눈짓으로 잡상인을, 그리고 귀로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보기 좋았어요.
상하이에 행사가 있어서 밤 늦게 둘이서 푸동 공항에 도착할 때 였습니다. 버스를 갈아탔어야 했는데, 공항 밖에는 그 밤 중에 영어가 가능한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탔습니다. 아마 서울에 빨간 버스 같은 거였나봐요. 예전에 오라이~ 해주던 아가씨가 여긴 아직도 있더라구요. 그 분에게 돈을 내면서
"상하이? 상해? 쌍하이? 쨩하이? 쨩해? 얼라이브? 두유스피크잉글리시???"
하고 있는데, 버스 안에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어요. 마치 불청객을 바라보고 있는 표정으로요.
마침 우리 빼고 버스 안에 모든 사람들이 앉아있고, 자리는 없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동행과 저는 지하철의 일본인 모녀처럼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눴는데,
도청 당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입이 가벼운 동행의 입술에서 혹시 짱꼴라라던가 짱개라는 단어가 나오지는 않을지 너무너무 불안할 정도였어요.
차가운 표정으로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버스에서 모르는 척 흔들리는 밤 풍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에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어요.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다가 누군가 먼저 입을 열자 다 같이 뭐라뭐라 하는데,
그 차가운 표정들에서 장난끼가 스며들었어요.
어디까지 가는지도 모르고,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엉터리 여행자들이 우스웠나봐요.
우리가 내려야 할 곳에 도착한거였습니다.
아 하고, 웃으면서 내렸습니다. 내리고, 버스가 출발하니까 생각났어요. 씨에씨에. 아 씨에씨에를 써먹었어야 하는데, 하면서 웃었어요.